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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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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바다가 들린다'

 

 

하루 종일 그 애 생각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막상 그 애를 마주치면 아주 쌀쌀맞게 행동해 버리고, 상처를 줘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아주 후회하고 마음속에는 아직 그 애의 향이 잔잔하게 남아 없어지지를 않는다.

 

모두들 이러한 첫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내 마음을 상대에게 곧이곧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나타내버려서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고 끝나버리기 때문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무살 무렵, 지브리 영화 ‘바다가 들린다’를 보았다. 남자 주인공 타쿠와 여자 주인공 리카코의 사랑의 형상을 느끼며,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전학 온 리카코에게 자꾸 시선이 가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리카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그녀의 곁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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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코 또한 타쿠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아주 철없는 방식으로 본인의 마음을 표현해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엔 급기야 서로의 뺨을 때리기까지 한다.

 

그렇게 각자 대학교에 진학 후에,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동창회를 하게 됐을 때, 타쿠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직접 영화를 보아야지만 다가오는 울림이 있다. 그렇기에 직접 영화를 감상하기를 추천해 드린다.

 

보시기 전에 읽기 좋은, 내가 느꼈던 감상 포인트를 공유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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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포인트 1. 색감과 여름날의 풍경, 주인공들의 패션

 

1990년대 여름, 일본의 레트로 감성의 절정을 드러내는 그림체와 풍경들이 감상 포인트이다. 버블경제 시대 하와이로 수학여행을 가는 일본의 고등학생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흥미롭게 보았던 것 중 하나는 그들의 패션이다.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은 레트로 미 넘치는 그들의 스타일을 찾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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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포인트 2.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지

 

주인공들의 사랑 방식을 관통해 보는 것이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던 그들의 행동이, 두 번째로 감상할 때에는 보이기도 한다.

 

그 친구를 좋아하지만, 괴롭힘의 형태로 발현되는 나의 마음이 싫다. 다시 마음 잡고 그 애 앞에 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첫사랑의 클리쉐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절묘하고 뭉실하게, 하지만 모두가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찡함을 느끼도록 설계해 놓았다.

 

철 없고 이해되지 않는 리카코의 행동들을 바라보며, 처음에는 왜 저럴까 싶었지만, 우리 모두 옛날에 작고 희미하게 리카코의 형상을 띄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감상 포인트 3. 나의 첫사랑 경험

 

지브리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내 경험과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많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기보다는, 그저 그 순수함을 느끼며 편하게 보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브리 영화 중 스토리라인이 단순한 편에 속하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경험과 가장 많이 맞닿아있어서, 영화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형태, 우리들이 하는 사랑의 형상, 그리고 과거의 나 자신이 저질렀던 부끄러운 실수들.

 

내 경험들과 오버랩되어 내가 현재 흘러가는 인생의 한 순간 위에 올라타 있음이 느꼈다. '나는 지금 사랑의 방식을 배우며 흘러가고 있구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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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렇게 바보 같고 지독한 첫사랑, 혹은 짝사랑을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본인의 이야기를 두 주인공에게 투영해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 예상한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나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그러다가 문득 내 마음을 관리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후회를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어떠한 형태의 사랑을 하고 계신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서툴렀던 사랑의 형상을 미워하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 순수한 사랑을 통해 지금의 사랑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용기 있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혹시 아직 그러한 서툰 사랑의 형상을 간직하고 계신 분들께는 그저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의미 없었던 사랑은 없고, 의미 없었던 마음도 없다. 의미 없는 표현 방식도 없다. 그러한 것들이 모여 현재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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