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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형식의 ‘에세이’를 선보였다. 단순히 텍스트로 구성된 전통적인 에세이와는 다르게,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루며 전달하는 감각적 울림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와 의미심장한 문구는 독자가 책을 반복해서 읽고 싶게 만든다.

 

마이라 칼만은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관계와 그 안에서 발견한 삶의 본질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손자, 손녀들과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Darling Baby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그녀는 손주들에 대한 사랑을 작품 속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화책 표지 작업을 통해 어린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전한다. 그녀는 ‘어둡거나 심각한 주제를 피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지나치게 좌절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 균형감은 마이라 칼만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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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양한 여성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림과 함께 풀어내지만, 그 속에는 단순함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정이 녹아 있다. 마이라 칼만의 글과 그림은 가볍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주제와 통찰이 담겨 있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 사라 버먼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라 버먼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그녀가 살던 마을 레닌에서 아우슈비츠로 이어진 비극적인 역사는 칼만의 작품에도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그림 속 다양한 옷을 입고 무언가를 들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단순한 장면을 넘어, 우리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칼만은 이 장면을 그리고 나서 "그들도 무언가를 갖고 있길 좋아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절반이 죽기 전에는"이라고 짧게 덧붙였다. 이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칼만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주제는 ‘소유’와 ‘삶’이었다. 그녀는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소유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그림 속 여성들은 단순히 물건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각자의 삶과 경험을 상징한다. 악의, 시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조차 그녀의 그림 속에서는 삶을 살아가며 ‘들고 있는 것들’로 묘사된다. 이 점에서 칼만의 작품은 단순한 미적 즐거움을 넘어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당시에는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이 구절은 독자로 하여금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마이라 칼만 작품의 본질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문장은 우리가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그것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위안을 준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진정한 자신과 삶의 본질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마이라 칼만의 작품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녀의 그림 속에서 여성들이 들고 있는 물건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그것들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와 흔적,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당신은 현재 무엇을 들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물질적인 소유를 넘어, 우리가 가진 감정, 관계, 경험, 그리고 삶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칼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고독조차도 결국 우리가 삶 속에서 ‘들고 있는 것’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녀의 그림과 글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삶의 생동감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결국, 마이라 칼만의 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매개체였다. 미술 에세이라는 독특한 형식은 그림과 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들고 있는 것들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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