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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Yang EJ (양이제)]

 

 

세상을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 '금기'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들 각자의 이유는 그 수만큼 다양합니다. 불법이라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해서, 하지 않기를 권고받은 사안이라, 또는 내키지 않아서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요. 만약 이러한 까닭에도 불구하고 어떤 금지 행동을 저지른다면, 첫 번째는 처벌을 불러올 것이고 두 번째는 양심의 가책이 따라올 겁니다. 세 번째는 제안을 거부한 탓에 상대에게 호감 또는 신의를 잃을 것이고, 마지막은 행동한 본인의 마음속에 불쾌감이 자리하겠지요. 똑같은 금지 사항인데도 성격은 조금씩 다릅니다.

 

불법을 저지르면, 그에 맞는 처벌이 따릅니다. 현대의 법은 죄목에 따른 처벌 범위를 법전을 통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법률만으로 해석이 모호하다면 이전 판례를 참고할 수 있겠지요. 성문법과 판결문은 모두 문자로 죄목과 벌의 관계를 분명히 설명하고 있단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첫 번째 경우의 성격은 명료성입니다.

 

도덕은 사람마다 공통되는 기준이 있겠지만, 이를 설명하는 단어는 모두 제각기입니다. 법전처럼 어디에 따로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처벌 범위를 규정하는 법 조항과 달리, 도덕은 이를 어겼을 때의 별다른 조치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의 부도덕한 행위를 힐난하고 질책할 순 있으나, 같은 부도덕을 저지른 사람이 모두 동일한 처벌을 받지는 못하지요. 또한, 도덕은 문화에 따라 내용도 조금씩 다릅니다. 훈계의 내용뿐만 아니라, 애초에 어디까지가 도덕인가에 대한 구분선도 명확하지 않은 셈이지요. 두 번째 경우의 성격은 유동성입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법과 도덕과는 달리 권고는 규모가 작습니다. 법처럼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요. 이를 어겼을 때의 결과도 앞선 두 경우와 다릅니다. 비난과 비판이 반드시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행위를 한 사람에게 크고 작은 불이익이 따를 뿐이지요. 이는 처벌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처벌은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범해 모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적용된다면, 불이익은 당사자에게만 손해일 뿐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에 얽힌 당사자들이 특정되어 있고,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행위의 결과가 갈리는 세 번째 경우의 성격은 특수성입니다.

 

네 번째 경우를 살펴볼까요. '내키지 않는다'는 많은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앞의 세 경우와 같은 까닭에 이러한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고요. 또는 신념을 포함한 개인의 호불호가 까닭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선 앞의 세 경우와 구분하고자, 개인의 호불호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정 짓겠습니다. 개인의 호불호, 즉 취향이란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성장환경, 트라우마, 정체성 등을 통해 형성됩니다. 각양각색의 취향을 비슷한 부류끼리 묶어볼 순 있겠으나, 완전히 똑같은 취향이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네 번째 경우의 원인은 도덕보다도 불분명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권고보다도 다양합니다. 이 경우에는 행위의 결과가 반드시 불이익을 낳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단의 구역을 넘은 게 하지 않은 것보다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벌과 가책의 여부, 이익과 상관없이 개인은 스스로에게 금지한 행위를 함으로써 마음이 불편해지겠지요. 네 번째 경우의 성격은 개별성입니다.

 

이제 네 가지 경우를 모두 모아 하나의 직선상에 나열해 봅시다. 금지 행위의 기준이 일률적일수록 왼쪽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정도가 클수록 오른쪽에 위치해 보겠습니다. 그렇담 순서는 법-도덕-권고-불쾌감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금기는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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