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일한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가 올해로 22회 차를 맞았다. 이번 페스타의 ‘Duru-Duru’라는 슬로건은 22라는 숫자를 한글로 ‘둘둘’로 읽었을 때의 발음, 그리고 이것을 늘어뜨려 발음했을 때의 ‘두루두루’를 의미한다. 이번 인디애니페스타에서는 총 116편의 다양한 장르를 가진 국내외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영되는 만큼, 여럿이 빠짐없이 골고루 어울리는 축제의 분위기를 모두 담고 있다.
2026 서울인디애니페스타를 만나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모두가 약속상대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홍대입구역에 도착해 CGV연남으로 향했다. 영화관 층 한쪽 구석에 ‘서울인디애니페스타’ 배너와 함께 진열대에 여러 굿즈를 늘어뜨려 놓은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귀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괜히 낯설어 그런지, 주뼛대며 상영작의 이름을 말하자, 페스타 로고와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스태프가 유난히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앞쪽이 좋으세요, 뒤쪽이 좋으세요?” 잠시 고민하고 대답했다. “뒤쪽이요.”
서울 영화관은 다 이런가. 널찍한 상영관에 울리는 신발굽 소리와 함께 티켓에 적힌 좌석을 찾아 계단을 계단을 올랐다. M열 5번. 이렇게 뒤에 앉아본 적은 없지만 왠지 큰 화면도 한눈에 들어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티켓을 나누어주던 스태프 두 명도 들도 오른쪽에서 7 좌석쯤 떨어진 곳에 앉아 한껏 기대어린 눈빛으로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영 시작 전 에티켓을 설명하는 다소 익숙한 내용의 영상에도 귀여운 그림체의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작지만 서울인디애니페스타만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상영작 - 작은 곤충들의 큰 모험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토 유엔(Toe YUEN) 감독의 ‘작은 곤충들의 큰 모험 (A mighty Adventure)’은 그중,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미리내로 세션의 작품이다.
마치 실제 같은 숲 배경에서 작은 주인공 메뚜기 가족이 어디론가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 마주한 높은 절벽에서 주인공 메뚜기만 낙오되어 다른 길을 택하고, 무참히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에 겁에 질린 거미, 그리고 아름다운 파란 무늬를 가진 나비가 함께 전혀 경험해본 적 없던 빌딩 숲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영화의 제목 속 ‘작은 곤충’ 그리고 ‘큰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살던 숲에서 ‘모험’에 던져지는 계기는 다름 아닌 동료 나비가 한 아이에게 채집되어 잡혀갈 때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세상밖에 던져진 그들. 이미 그즈음부터 이 작은 곤충들이, 불시에 달라진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잡혀간 나비를 따라 도착한 곳은 웬 초고층 빌딩의 가정집. 점프력과 끈끈한 거미줄, 그리고 날갯짓. 서로 가진 것들을 활용해 우여곡절 끝에 집 내부에서 만난 그들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다. 펄펄 끓는 냄비, 그들을 노리는 굶주린 애완 도마뱀과 새, 그리고 로봇청소기까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서로 돕고, 때로는 희생하면서 그렇게 탈출의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삶이라는 모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모든 것이 낯선 세상 속에서 비슷한 크기의 몸집(나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나의 동료인 친구에게 새삼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새삼스레 떠오르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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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없이 오직 효과음과 배경음, 그리고 의성어로 소리를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빈 자리를 채우는 많은 생각의 소리가 있어 허전하지 않다. 모두가 뛰어넘는 절벽 앞에서 나만 넘기를 실패한 채 뒤돌아설 때, 막상 지옥 같은 가정집에서 탈출했지만 정처를 몰라 헤맬 때. 그들은 어떤 대사를 했을까? 아마 영화를 보는 관객의 각기 다른 목소리로 더빙이 되지 않았을까.
‘작은’ 우리들의 세상살이와도 다르지 않은 그들의 ‘큰’ 모험. 결국에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 돌아간 엔딩처럼, 우리도 빌딩 숲에서의 시간이 끝나면 조금은 더 커진 몸집을 지닌 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