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를 떠올려 봅시다. 금기는 성문법처럼 명확하게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금기는 어겼을 때의 명확한 처벌 내용과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기면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지요. 법-도덕-권고-불쾌감이란 직선상에서 금기는 왼쪽(법-도덕)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단어 뜻을 살펴봅시다. 사전은 금기를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은 금지 조항과 처벌 내용, 범위까지 명료하게 문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판례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은 바뀔 수 있으나, 참고하는 판례마저도 문자로 기록된 무언가이지요. 한편, 도덕은 문화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변하지만, 동시에 국경과 울타리를 뛰어넘는 공통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배려입니다. 각 나라, 인종, 민족, 언어마다 표현하는 단어가 다름에도 도덕이 비슷한 양상을 띠는 이유입니다. 분명하게 문자로 기록되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법과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여 언어·문화 상관없이 유사한 모양을 띠게 된 도덕. 둘은 다수의 평의와 공감을 토대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은 금기의 기준이 '마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단어가 가진 뜻을 살펴보면, 금기는 오히려 권고-불쾌감이 위치한 오른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당사자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권고와 취향에서 기인한 불쾌감, 그리고 마음 모두 사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니까요. 그러나 권고와 불쾌감의 경우, 어겼을 때 신의를 잃고 비난을 받을지언정 사회에 반드시 파문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가십거리는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금기는 다릅니다. 결국, 금기란 좌우의 성격을 모든 가진 복합적인 단어입니다. 금기의 내용은 주관적이고, 어겼을 때 불러오는 결과는 사회적이지요. 제가 이 단어에 흥미를 느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 금기를,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이어지는 글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