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우리는 같은 듯 달라서 좋다

사람을 쓰고 감정을 노래하는 에디터 채혜인 님 이야기
글 입력 2025.01.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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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인터뷰하기.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는 늘 해보고 싶었던 경험이자 동시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고, 평소 뵙고 싶었던 채혜인 에디터님께 인터뷰 신청을 드렸다. 똑같은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 '나의 취준일지' 시리즈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혜인 님께선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경기도의 끝과 끝에 사는 우리는 신도림이라는 중간 지점에서 토요일 오후 4시에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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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잡힌 인터뷰보다는 친구와의 수다에 가까웠던 티타임이었기에, 아래의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질문을 하는 나는 '김'으로, 답변을 주신 혜인 님은 '채'로 표기했다.

 

 


01. 솔직한 에디터, 채혜인



김: 오늘 화성에서부터 신도림으로 오신 거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하필 저는 일산에 살아서 중간 지점도 꽤 머셨을 것 같아요. 

 

채: 아니에요, 효주 님도 같은 입장인데 고생 많으셨어요. 원래 서울에 살다가 본가인 화성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김: 오피니언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원래 송파에 거주하셨더라고요. 거주지를 옮긴 느낌이 어떠신가요?

 

채: 화성에 가니 확실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집 근처의 공원을 걸으면서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송파에서는 인턴 일 때문에 자취하다 보니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오피니언] 나의 취준일지 1편 [사람]

[오피니언] 나의 취준일지 2편 [사람]

 

김: 혼자 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외로움에 취약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혜인 님의 오피니언 중 '나의 취준일지' 시리즈를 읽고 크게 공감해서 이번 인터뷰를 신청했거든요. 저 역시 같은 취업준비생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어떻게 하다가 이런 솔직한 취업 준비 이야기를 쓰실 생각을 하시게 된 걸까요?


채: 취업 준비를 장기간 하면서 수십번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정말 솔직한 저와는 거리가 먼 자기소개서이더라고요. 그래서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진정성 있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사실 아트인사이트 33기 에디터를 지원할 때 지원서에도 이 내용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오피니언을 쓰면서 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나의 취준일지' 시리즈 이외의 다른 글들도 혜인 님 개인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쓰여있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제 글에 제 생각이나 감정, 경험을 담는 게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혜인 님의 글은 온전히 혜인 님만의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채: 사실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제가 쓴 글을 누가 읽는지 눈에 잘 보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마치 일기장처럼요. 하지만 저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며 누군가가 제 글을 궁금해할지에 관해 고민이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땐 나름 보편적인 가치들에 관해 쓰려고 해요. 제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 경험에서 느끼는 것들은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나 가치가 담겨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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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 님의 글은 전부 일기장이었다. 개인의 삶을 가감 없이 투영한 하나의 일기장. 혜인 님의 글에 매료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사람은 자기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고 하지만, 혜인 님의 일기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단어와 문장, 문단 사이사이에서 최대한 솔직함을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02. 취업 준비생, 우리도 꿈이 있었다


 

김: 그러면 이제 본가에서 취업 준비를 진행하시는 건가요?

 

채: 네. 그렇습니다.

 

 

김: 혹시 어떤 산업군이나 직군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채: 현재는 사회공헌 관련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하고 있어요. 

 

 

김: 어떻게 하시다가 사회공헌 쪽을 생각하시게 되셨나요?

 

채: 여러 번의 인턴 활동을 거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그만큼 일에 대한 고민도 생겼어요. 특히 일을 하면서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업은 그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만, 그보다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 멋지네요. 인턴 업무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간다는 게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한편으론 역시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다 보니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채: 네, 맞아요. 사실 작년에는 취업에 대한 부담이 심해서 사람도 잘 안 만나려고 했어요. 취업 준비생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게 놀 자격도 없는 것 같고. 여러 가지로 생각도 많았었거든요.

 

 

김: 저랑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저도 작년에 가장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친구도 거의 안 만나고 혼자 지냈던 것 같아요. 

 

채: 아무래도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작년만큼은 부담을 느끼진 않아요. 최근에 어떤 글을 보고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그게 나에게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글이었어요. 그 글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취업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 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취업을 해도 힘든 일이 있을 거잖아요.

 


정말 멋진 말씀이었다. 비단 취업 뿐만 아니라 우리는 늘 너무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쓴다. 그런 조건적인 부분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행복을 '얻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행복을 놓치기도 하고,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이 현재의 행복을 갉아먹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현재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데. 혜인 님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와도 매우 흡사했다.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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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 몰랐는데(웃음). 어릴 땐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해서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노래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브 계정도 열심히 운영했었고요. 작년에는 작곡 학원도 다녔는데, 워낙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일이어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취업 준비도, 내 꿈도 둘 다 놓치는 느낌?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이 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김: 가수라니! 너무 멋져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주변에 워낙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꿈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기가 죽었던 경험도 있어요. 게다가 이상한 완벽주의도 있어서 항상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는 편이에요.

 

채: 저도 그래요. 학교 다닐 때도 '가수가 너무 되고 싶다!'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도 없었고요. 그나마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서 전공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정했던 것 같아요.

 

 

김: 그렇군요. 주로 어떤 장르의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채: 발라드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감성적이고 감정을 많이 넣어 불러야 하는 장르라서요.


 

우리는 지금 '취준생'이라는 타이틀로 살아가지만, 우리도 과거에는 막연한 꿈이 있는 학생이었다 점을 놓치고 있었다. 어떤 타이틀로 살아가더라도 그 작고 흐릿했던 가슴 속의 꿈을 어떤 형태로든 현실에 구현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3. 공통점과 차이점, 고유의 영역



혜인 님의 오피니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간 나와, 내 글을 읽어보지 못한 혜인 님의 대화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의 향연 속에서 나는 그동안 글을 읽으며 궁금했던 혜인 님의 삶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혜인 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막상 대화하다 보니 우리는 예상보다도 더 닮은 부분이 많았다.

 

 

[오피니언] 마음의 휴식을 찾아, 한 겨울의 템플스테이 [공간]

 

김: 혜인 님의 오피니언을 읽으면서 저와 비슷한 부분을 많이 발견했던 것 같아요. 저처럼 자연을 좋아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특히 템플스테이 경험에 대해서는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제 2025년 버킷리스트가 템플스테이 다녀오기거든요. 다녀오시고 어떠셨나요?

 

채: 사실 몇 번 다녀왔는데, 특별히 큰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새롭게 알았다는 건 없었어요. 뭘 얻어 왔다기 보단 삶 전반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나 지금 잘 하고 있구나'를 깨닫고, '올해도 이대로 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김: 확실히 삶을 돌아보기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오피니언 중에서 또 독특하게 느껴졌던 건 농촌 봉사활동이었어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다녀오셨던 것 같은데, 가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채: 농촌 봉사활동도 이전에 다녀왔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가보게 되었어요. 인터넷 공고가 올라오고 지원해서 가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김: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채: 저는 양평으로 다녀왔는데, 함께 신청하신 분들과 며칠간 숙박을 하면서 일을 돕는 활동이에요. 저는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돕는 그림을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건장한 청년분들이 계셨어요. 첫날에는 비가 와서 일은 하지 못했고, 함께 간 사람들과 자기소개를 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어요. 둘째 날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가 여름이라 정오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는 일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일을 하려면 비교적 선선한 시간대인 오전 6시나 7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어요. 다들 봉사활동이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셨어요. 두 사람이 기다란 밭의 양 끝에서 일을 시작하면 중간쯤에서 만나기도 하고. (웃음)

 

 

[오피니언] 산행, 가장 인생다운 일 [사람]

 

김: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한다니! 생각보다 힘들었을 것 같아요. 쓰신 글을 보니 농촌뿐만 아니라 등산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등산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채: 사실 아버지께서 매일 산에 가시는데 아버지를 따라다니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혼자 산에 오를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도 한데, 아무래도 '따라간다'는 느낌은 훨씬 더 가볍더라고요.

 

 

[오피니언] 엄마의 학예회에 가다 [사람]

 

김: 가족분들과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오피니언 중에서도 가족에 관한 글이 인상 깊었어요. 부모님과의 가족사진도 너무 귀엽고 단란해 보이던데.

 

채: 맞아요. 며칠 전에도 우울한 기분이 들어 엄마와 함께 자려고 방에 누웠다가, 취업 준비를 하는 저에게 천천히 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셔서 몰래 눈물을 훔쳤던 일도 있었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감사했어요.

 

 

김: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눈물을 훔칠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정말 따뜻하시네요.

 

채: 네 맞아요. 부모님께 에디터 활동을 말씀드리고 언젠가부터 제 글을 읽으시더라고요. 너무 잘 쓴다고 칭찬도 해주셔서 좋았던 것 같아요.

 

 

김: 부모님이 제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뭔가 부끄럽기도 한 것 같아요. 가족 중에 형제분들도 있으신가요?

 

채: 2살 차이 나는 오빠가 있어요. 오빠는 본가에서 출퇴근하는데, 일찍이 자신의 길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어릴 땐 다투기도 했지만 커서 보니 그런 오빠가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김: 저는 가족이나 친척 중에 한 번도 오빠나 언니가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동생의 입장이 궁금해요. 어떤가요?

 

채: 사실 둘째가 좋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오빠와 싸워도 오빠가 더 많이 혼나기도 했고. (웃음)

 

 

김: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가족 분들과의 사이가 좋으시고, 또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혜인 님의 글에도 자연스레 녹아있는 것 같고요. 혜인 님이 쓰신 대부분의 오피니언이 [사람] 카테고리인 이유도 이 때문일까요?

 

채: 맞아요. 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쓰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누구나 할 수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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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취업 준비생 입장에 자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한 대화였지만, 대화 사이사이에는 혜인 님만의 고유한 영역들이 있었다. 혜인 님의 글은 늘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자연에서도, 가족에서도, 취업 준비의 시간에서도 혜인 님은 늘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사람이 가진 힘과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한 고유의 시각과 영역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했고 즐거웠다.


인터뷰 내내 혜인 님만의 특별한 그 영역이 앞으로도 지켜지고, 더 확장되기를 바랐다.


 

 

04. 티타임은 카페를 넘어 치킨집으로 흐른다



신도림의 아담한 카페에서 시작된 대화는 막힘없이 흐르고 또 흘렀다. 인터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우리는 마치 몇 년 지기 친구처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나 연애와 같은 가벼운 이야기부터 삶에 관한 무거운 철학까지. 대화는 끝이 없는 도로 위를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이야기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치킨집으로 이동해서도 끝나지 않았다. 더 없이 즐겁고 또 즐거운 대화였다.


처음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도 즐거운 티타임과 저녁 식사였다. 혜인 님의 유쾌하고 따뜻한 대화 스킬과 반응 덕분이었다. 어쩌면 조금은 무례하고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개인적인 질문들에 대해 혜인 님은 스스럼없이 대답해 주셨고, 인터뷰어인 나보다도 내게 더 많은 질문을 주셨다. 덕분에 편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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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사람이 투영된다. 따뜻한 혜인 님의 솔직한 글은 나와 같은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혜인 님만의 사유와 경험이 담긴 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인터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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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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