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가하는 길에, 우연히 머리 위에 뜬 밝은 별을 봤다. 유독 밝은 별이라 일부러 하늘을 보려 한 것이 아닌데도 눈에 한 번에 들어왔다.
신기할 정도로 반짝이던 별이라 조금 더 보고 싶어, 걸음을 멈추고는 별이 내뿜고 있는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긋이 보고 있자니 그 빛이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렁일렁 진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별 하나를 보니 욕심이 나 주변 하늘로 시야를 옮겼다. 이렇게 밝은 별이 혹시나 또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빛은 그 별이 유일했다.
집을 코 앞에 두고는 잠시 동안 우뚝 서있던 나 자신을 자각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다가, 정말 마지막으로 다른 모양의 별들도 눈에 담고 싶어 이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그만치 환한 별은 밤하늘에 없었지만, 그날 나는 더 신기하고 귀한 경험을 했다. 분명 처음 그 별을 발견했을 땐 없었던, 흐릿하지만 분명 그 자리에 있는 수많은 별들이 나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이 온통 별이었다. 어릴 적에 이모가 머물고 계셨던 호주에서 마치 별이 나에게로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하늘에 수놓아졌던 무수한 별들이 그들의 밝기만 조금 지운채 서울 밤하늘에도 그대로 있었다.
이날 나는, 유독 빛나는 별 하나 두 개 사이로 희미한 빛들이 늘 반짝이고 있었음을 직접 목격했다. 그들은 내내 거기에 있었고, 이제껏 쭉 그래왔었다.
그리고 그 약하디 약한 빛을 나의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별들과 함께 나의 눈에 들어왔다.
비록 서울의 눈부신 네온사인에 묻히고 가려져 한참을 들여야 보아야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을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까닭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있기 때문이었다.
빛의 총집합인 서울에서도, 잠깐의 시간 동안 걸음을 멈추고 관찰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별들. 그 별을 보고 감탄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는 바로 검은 밤이었다. 별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더라도, 밤이 없다면 우리는 별의 생김새를 알 수 없다. 결국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과 사람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빛은 한 쌍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깊은 어둠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별을 선물하는 밤의 시간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렇게 두면, 그저 두고 내가 가진 눈으로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