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고뇌에 빠졌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간이 짧았든 괴로울 정도로 길었든,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말이다.
굳이 성인이 아니더라도 훨씬 이른 시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러나 나는 20대 초반이 지나고 나서야 위와 같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대학 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문득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달려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차피 사람은 죽을 텐데'와 같은 허무주의적 태도로까지 이어지기 시작했다.
열정적으로 자기 일에 임하는 사람들, 무언가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저 열정의 원동력은 뭘까? 다들 무슨 확신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걸까.
고민은 끝도 없이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기 시작했고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과연 우리에게 태어난 이유란 게 있을까? 만약 개인에게 종교적 신념이 있다면 그 이유까지도 명확히 답변할 수 있겠지만, 신을 믿지 않았던 나에게는 그 탄생의 이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크기변환]첫번째 삽입사진.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04001111_bwvrvofb.jpg)
길고 긴 고뇌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정말 허무했다. 인간은, 나는 '그냥' 태어난 것이었다. 그냥 눈을 떠보니 세상이 내 앞에 와있는 거였다. 유튜브에서 한 스님이 '우리는 왜 사는 걸까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이런 답변을 주시는 영상을 봤다. 삶에는 이유가 없다고. 이유가 없는 것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니 결국 자살로 가는 거라고.
공감했다. 인간의 한정된 사고로는 도무지 결론 내릴 수 없는 답을 찾으려 하니, 우울과 허무의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답은 없구나. 그냥 태어났으니 사는 거지, 뭐. 별거 있나.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은 한결 홀가분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공허했다.
그렇게 뭔가 텅 빈 기분으로 일상을 살아갔다. 전처럼 마냥 우울하진 않았지만 마냥 활기가 돋지도 않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퇴근길 인파에 섞여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운 좋게 맨 뒷자리에 자리가 나서 냉큼 앉았고, 에어팟도 끼지 않은 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목적지에 다다르길 기다렸다.
사람들이 더 몰려와 버스에 타기 시작했고 내 시선은 자연스레 나의 앞에 서계시던 한 중년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는 듯했다. 줄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당신 얼굴 바로 앞에 두고 누군가와 대화 중이셨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별 주의를 두고 있지 않다가, 문득 아저씨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인지 친구인지,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 화면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을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이라고 활자로 표현하니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그때 그 아저씨의 눈빛을 모두가 봤어야 했는데. 너무 따뜻했고, 너무 행복해 보였다.
![[크기변환]두번째 삽입사진.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0/20241004001144_lvxgqpbp.jpg)
사실, 내가 그날 목격한 아저씨의 표정은 단지 '그날'만 볼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매일, 매 순간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본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나 숨 쉬듯이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일 테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날 그 버스에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았다고 하니 엄청나게 대단한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들리지만, 정말 별거 아니었다. 답을 눈앞에 두고도 모른 채 땅굴만 팠던, 지난날의 고뇌에 대한 나만의 답을 발견한 정도에 불과하다. (온전히 개인적인 깨달음이니, 이것이 인생의 정답은 아님을 염두에 두어 주세요.)
앞서 쭉 이야기했듯, 나는 내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의미란 것은 없다'였다. 그냥 태어났으니 그냥 사는 거라고. 정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자고.
그런데 아니었다. 정답은 있었다. 그것도 나의 삶, 나의 세상 구석구석 모든 순간들에.
'아, 저게 이유구나. 저 표정을 지으려고. 저 감정을 느끼려고 사는 거구나.'
아저씨의 모습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고, 나만의 결론이었다. 돈, 명예, 지위, 집, 커리어. 모두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지만 결국 인생은 과정임을 알게 됐다. 저렇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순간들의 연속.
이제까지 나는 결과에 집중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데? 지금 현재 행해지는 나의 행동은 무얼 위한 건데? 와 같은 의문.
애초에 접근이 잘못되었었다. 질문을 다시 해야 했다. 너 지금 행복하냐고. '지금' 행복하냐고. 답은 현재에 있었다.
과정 속에서,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행복의 감정이 결국 삶의 목적이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 지금 살고 있다고, 그래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아저씨의 표정이 알려주고 있었다.
나의 대답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어쩔 수 없다. 안타깝게도 순간적인 직감을 논리로 표현하는 능력은 나에게 없다. 그냥 말해주고 싶었다. 저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고. 서로 사랑하고 있는 이들의 눈빛을 보라고. 그게 삶의 이유이며 우리가 이곳에 함께 사는 이유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우리, 결과 찾지 말고 의미 찾지 말고 그냥 사랑합시다 서로. 때때로 절망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겠지만, 그러다가도 마주치는 짧은 순간들에 짧게나마 감탄하며 살아요, 같이. 그게 제가 찾은 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