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점점 생각을 잃어간다. 생각에 빠져 있을 시간이 주어져도, 생각하는 법을 스스로가 자꾸만 잊으려 하는 것도 같다. 직장에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서로가 가깝다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정말 내게 생각을 요구하고 바라는 존재일까?

    

볼테르의 소설 「미크로메가스」에는 우주에서 다양한 존재들과 조우하며 대화하는 철인 미크로메가스가 등장한다. 나는 그가 가보지 못한 별에 가보고 싶다. 그런 별은 너무 먼 곳에 있기에 내가 그 먼 곳이 되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고작 지구인들을 만나 어제 했던 대화를 반복하며 또 웃어넘기는 것이다.

 

내가 찾아야 할 별이 끝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믿는다.


 

내가 창고 안에 들어서는 순간 별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별들은 하나같이 바늘이 돋혀 있었고, 나는 그 별들에 찔리는 바늘받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별의 날카로운 바늘에 찔려, 나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내 창고 안에는 고작, 오래전에 버려둔 낡은 의자뿐이었는데 이 많은 별들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창고의 문을 열고 내게 다가와 내 몸에 박힌 별들을 뽑아주기를. 하지만 당신이 내 최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나는 오래전에 당신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도 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이 창고 앞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인간으로 갈라서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헤어진 바로 그 시각에 당신은 이 창고 안에 들어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 천정 위에 앉아서 당신은 별이 되었고, 당신의 몸에 이 날카로운 바늘 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내가 이 안에 들어서던 그 순간, 당신은 복제되고 또 복제되어, 날카로운 바늘의 별로 내 몸에 이렇게 쏟아져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일까요 그것이.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내 가슴으로 달려든 바늘 잎의 별들이 당신일까요.

 

- 박상순, 「바늘 잎의 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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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고는 무한하지 않은데 당신이라는 별은 무한하다. 어떻게 마지막으로 당신을 생각할 수 있을까. 내 최후의 소리 역시 당신이 될 텐데.

 

가시에 찔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창고 안에 들어서는 마음으로 별을 생각한다. 내게서 생각을 앗아가는 그 사람도 하나의 별일까? 나는 내가 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별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래야 별이 별인 것을 알고, 가시가 가시인 것을 알고 죽을 테니.

 

생각을 보다 많이, 보다 깊게 하기 위해 시를 읽지는 않는다. 시는 생각을 감추지는 않지만 드러내지도 않는다. 시의 본령은 당신을 생각하는 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날카로운 바늘의 별이 내 몸 위로 쏟아지는 일에 있다고 믿는다. 당신을 생각하는 일에 시가 왜 필요할까.

 

시를 읽을 시간이 더 주어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를 읽을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매일같이 만나 대화하는 사람과 더는 만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면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

 

내가 내뱉는 말이 이렇게 단조로웠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데, 이 사람과 그 사람은 자꾸만 겹쳐 보인다. 나는 왜 어제 말했던 것을 오늘 그대로 다시 말하는 것일까.

 

나는 별이 쏟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당신은 여태껏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별보다도 먼 곳에 내가 먼저 도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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