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혹은 먹는 일 그 자체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카페에 앉아 커피와 달달한 간식을 먹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지금은 먹는다는 일에 크게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는 식사 자체는 기다리기도 하는 편이지만 한때 식사라는 행위 자체를 불안하게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저의 삶을 이끌어가는 주된 정서라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쭉 불안이라는 소재를 주제로 작업에 몰두해왔지만, 작업을 하면서도 이러한 감정을 다루기 어려웠던 때가 있습니다. 당시 체중에 대한 강박이 무척 심했는데, 건강함 자체보다는 체중계에 적힌 숫자에 집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경험이라 생각하는데요.
[불안한 식사 1, 2], 2022, 100 x 80cm, 캔버스에 아크릴
먹는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폭발적인 쾌락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이 음식 또한 추함의 일환으로 치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동반했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캔버스에 옮기며 폭발하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폭발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파편을 수습하는 것처럼, 어떠한 행위와 함께 동반되는 불안은 수습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감정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난 현재는 먹는 행위가 주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났지만, 글을 쓰고, 과거에 그린 그림을 마주하며 과거에 느꼈던 감정과 다시 마주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그렸던 그림을 접하는 일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스스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느낌 또한 줍니다. 어쩌면 글보다도 솔직하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된 것도 같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대부분 지나가지만, 그 감정을 느끼며 창작해낸 것들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어딘가 애틋한 느낌을 줍니다. 현재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대상이나, 행위가 있으신가요?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의 스스로가 마주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작품화하여 남겨두는 일을 제안해봅니다. 과거의 스스로를 마주하는 일은 괴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일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