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령의 집으로의 초대 - 리움 미술관: 드림 스크린 [미술/전시]

'핫플레이스'가 된 미술관
글 입력 2024.10.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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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리움 미술관의 전경, 무척 아름답다.

 

 

리움 미술관은 서울시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종종 자금 부족으로 인해 운영난에 시달리는 여타 갤러리들과 다르게, 삼성 재단 산하라는 강력한 경제적 지원을 무기로 여러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물론 리움 미술관 외에도, 규모가 크고, 좋은 작품들을 보유한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여럿 있다. 그럼에도 리움 미술관을 택하여 방문한 이유는, 트렌디하고 컨셉츄얼한 전시들을 기획함으로써 논란에 휩싸이기도, 혹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놀거리를 제공하는’ 장소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단기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팝업스토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만, 고유하고 정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리움 미술관의 경우 최근 전시에서 ‘바나나 취식’ 사건으로 한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기에 인지도 또한 비교적 높으리라 생각하여 현재 작성 중인 글의 과제 수행(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것이었다.)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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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中

이를 떼어 먹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해프닝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전시를 보고 느낀 점 세 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좋았던 점은 리움 미술관의 기획력과 자본력이다. 자칫하면 어렵고 고루할 수 있는 미술관을 포토존스럽지 않은 포토존으로, 신선한 작업으로, 새로운 공간들로(새로 구축하는 데에 돈이 굉장히 많이 들 듯 하다.) 가득 채운다.

 

최근, SNS 등에서 독서를 하는 등 문화를 즐기는 행위 자체가 ‘힙’하게 여겨지곤 하는데,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추듯 리움은 다양한 세대가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가를 초대하거나, 혹은 직접 커미션을 넣기도 한다.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B급이 아닌 ‘힙한’ 즐거움이야말로 리움 미술관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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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으로 탈바꿈한, 리움 미술관의 '드림 스크린' 전시장 입구

 

 

이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언급하자면, 리움 미술관의 전시는 ‘힙’하고 멋있지만, 동시에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사설 미술관이니만큼 공립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비교하는 일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탁 트인, 채광이 좋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정확히 반대의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법한 곳이었다.

 

우선 내부가 대체로 어둡고, 개미굴처럼 좁고 복잡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혹은 장애인과 함께 관람하기에는 어려운 듯 보였다. 물론 상설 전시장은 특별 전시에 비해서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존재하는 등, 비교적 친절한 느낌을 받았지만, 계단과 표지판 등이 (실제로 미관을 위해 화장실 등의 표지판을 잘 보이지 않게 설치한다고 한다.) 여전히 위험하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번 특별 전시의 컨셉이 ‘유령의 집’임을 감안하여도, 여러모로 불친절한 미술관이라는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완을 희망하는 점을 언급하자면, 대부분의 미술관에 해당되는, 리플렛에 대한 문제점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며, 리플렛을 아예 제공하지 않고 QR 코드로만 전시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늘어났다. 드림 스크린 역시 리플렛을 따로 제공하지 않았는데, 대신 작품이 놓인 공간마다 아주 작은 액자에 끼워져 있는 전시 설명이 그를 대신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공휴일이었던 탓에 사람이 몰려 전시 설명을 볼 수 있던 공간보다 그렇지 않은 공간이 더욱 많았다. 혹여 보더라도, 어두침침한 조명과 작은 글씨 탓에 쉽사리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리움 미술관만의 문제가 아닌, 타 미술관 또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신체적인 문제 등으로 해설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혹은 미술관 그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전시의 해설을 조금 더 쉽고, 보기 좋은 방식으로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이처럼 아쉬운 점 또한 많았지만, 재밌었던 작품들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자체로 흥미롭고 즐거운 곳이었다. 덕분에 리움 미술관이 그저 화이트 큐브로 남는 것이 아닌, ‘핫플레이스’로서의 미술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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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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