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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다. 짧은 영상과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본다’라는 행위는 점점 소비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도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기보다는 설명문을 훑거나 사진만 남기고 나오는 일이 흔하다. <호기심 미술 책방>은 이런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보는 법’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왜 이 그림은 유명할까?”, “현대 미술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같은 질문을 정확히 포착해, 미술사와 현대 미술,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며, 미술을 특정 전공자의 영역이 아닌 모두의 감각으로 끌어온다.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미술 여행


 

저자 김유미는 20년 넘게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의 창의성과 예술 감수성을 길러온 미술 교사다. <호기심 미술 책방>은 교실에서 반복되어 온 질문들, 예컨대 미술을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책은 다섯 개의 ‘방’을 오르내리며 미술을 탐색한다. 1층 ‘호기심의 방’에서는 일상에서 미술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시각장애인 화가 존 브랜블릿의 그림을 통해 ‘본다’는 것이 단순한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개인의 마음과 경험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과정임을 짚는다.


2층 ‘아트 타임머신의 방’에서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예술부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19세기 미술까지 인류의 역사를 따라간다. 예컨대 독자는 평소 고대 이집트의 벽화를 보며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벽화에서는 인물들의 몸과 어깨, 눈의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이 정면성의 법칙은 고대 이집트 미술이 중시한 ‘영원성’과 ‘불변성’의 원칙 때문임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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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ine Watteau, L'Embarquement pour Cythère, 1717. (Image via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이외에도 과학적 접근법으로 인간 정신의 부활이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부터, 웅장한 바로크 시대, 우아함이 강조되던 로코코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에 반기를 든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시대까지 각 시대의 역사적 맥락과 그림, 건축의 특성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르네상스 미술이 고대 그리스 • 로마를 부활시킨 것이라면, 두 시대는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르네상스가 이상적 아름다움에 ‘과학’을 더했다는 점입니다. 이 시대는 과학과 예술이 서로 분리되지 않았던 아주 특별한 시기였죠.

 

- 호기심 미술 책방, p.107

 

 

 

현대 예술과 감상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인 3층 '현대 미술의 방'에서는, 현대 미술과 이를 감상하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 예술을 늘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느껴왔던 독자라면, 이 장을 통해 시야가 확연히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현대 미술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 미술은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기에, 관객은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다양한 사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 이 책은 현대 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어떻게 바라보면 되는지를 정확히 짚어주며 독자가 예술 앞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이끈다.


동시에 저자는 현대인이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는 원인 중 한 가지로 현대의 미술 교육 방식을 꼽는다. 여전히 전통적 기법과 묘사만을 중시하는 현대 교육 방식은, 현대 미술의 등장 배경이나 그 안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4층 ‘융합의 방’에서는 미술을 철학적 도구로 확장한다. 특히 실존주의를 중심으로,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예술은 지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개개인의 진정한 삶을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을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함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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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Image via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마지막 5층 '감상의 방'에서는 미술 작품에 대한 취향의 형성과 실제 독자의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미술 감상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주위의 미술관을 찾고 방문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그림 안에서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포인트와 궁금증을 바탕으로 그림을 더 깊게 감상하는 방법을 통해, 독자가 단일한 취향에 갇히지 않고 열린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취향'이 아니라, 더 많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며, 무엇보다도 "왜 나는 이것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보는 일 말이지요.

 

- 호기심 미술 책방, p.242

 

 

***

 

<호기심 미술 책방>의 차별점은 미술사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역사적 맥락을 통해 오늘날의 예술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다. 더 나아가 현대인이 미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그 시선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까지 짚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더 이상 미술 앞에서 ‘정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감상자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술관 앞에서 망설여본 적 있는 사람, 현대 미술이 어렵게 느껴졌던 독자, 그리고 청소년부터 미술에 처음 입문하는 성인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안내서다. 작은 호기심 하나가 미술을 보는 눈을 바꾸고, 세상을 해석하는 시야까지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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