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릉에서 찾아간 책방 [공간]

글 입력 2024.02.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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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강릉 뚜벅이 여행을 다녀왔다.

 

매번 친구가 태워주는 편안한 자동차 여행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뚜벅이 여행을 경험하니 새롭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알차게 여러 군데를 방문했는데, 그중 집으로 돌아오는 KTX를 타기 전 강릉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밟았던 공간, ‘고래책방’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것은 베이커리 진열대였다. 한눈에 봐도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놓여 있었고, 그만큼 맛있는 냄새도 풍기고 있었다. 커피와 빵을 주문할 수 있는 카운터를 바라봤을 때, 오른편에는 장르별로 책장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앞의 기다란 테이블에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읽고 싶었던 시집이 생각나 1층 서가에서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강릉에서 사 가는 색다른 기념품이다.’ 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고래책방의 모든 책은 판매용이기 때문에 소중히 다뤄야 한다. 그렇기에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구매한 이후에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1층에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북적북적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구매한 책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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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을 곳을 찾아 2층에 왔는데, 다소 작은 의자와 낮은 책상들이 있었다. 주변에 걸려있는 종이 모형을 보니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활동하며 만든 것들을 전시해 둔 것 같았다. 그리고 1층에 비해 더 방대한 양의 책들이 있었다. 예술, 과학, 철학, 역사, 자기 계발 분야의 책들을 비롯해 학습 만화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파란 하늘이 보이는 창밖 풍경이 잘 어우러졌다. 앉아서 책을 읽다가 문득 일어나서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

 

 

[크기변환]고래책방 (2).jpg

 

 

2층으로 올라온 계단 옆에 더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위층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는 계단참에도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이 있어 소소하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니 바(Bar) 같이 생긴 카운터(지금은 운영하는 것 같진 않지만, 브런치 카페라고 한다)가 있었고, 몇 개의 테이블들이 있었다. 휴식 공간 및 세미나실로 분류된 공간이었는데, 같이 갔던 일행은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였고, 책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인테리어 요소가 많았다. 얼핏 보면 한적한 카페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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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조용한 한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보았다.

 

1층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마실 것을 사 온 뒤 여기서 마시며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팸플릿을 확인하니 소규모 독서 모임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매일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꼭대기 층인 4층에는 갤러리가 있다고 해서 올라가 봤다. 내가 갔던 날에는 한창 강릉의 ‘바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던 낭만적인 갤러리였다.

 

입구에 펼쳐져 있던 방명록에도 바다를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훈훈한 메시지가 적혀 있어 따스한 마음을 안고 내려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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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같은 전시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전시, 개인 전시, 단체 전시, 문화 전시 등 다양한 전시가 시시각각 이루어진다고 하니 강릉 여행을 갈 때마다 들러 색다른 전시를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못다 한 구경을 더 해보았다. 굿즈 코너도 있었고, 어떤 책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보면 좋을 블라인드 북 코너도 있었다. 우리는 KTX 시간 관계상 지하 1층까지 내려가 보지는 못했지만, 지하 1층에는 강릉, 그리고 강릉 출신 문학인(허균, 허난설헌, 신사임당 등)과 관련된 서적들이 있다고 하니 내려가 보는 것도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먼 길을 떠나 찾아간 여행지에서 ‘책방’이라는 공간을 찾아갈 생각은 지금껏 잘 해보지 않았다. 당장 집 근처에도 서점, 도서관이 있으니 굳이 여행의 한 코스로 고려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했던 ‘고래책방’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강릉의 정서와 색이 담겨있는 공간이었고, 여행 코스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강릉에 갈 때면, 여행의 처음이든 중간이든 끝이든 한 번쯤 고래책방에 들러서 강릉의 일부를 느끼고 잠시 쉬어가며 책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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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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