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날까지’는 세계적인 무용수이자 명상가인 홍신자 선생님의 인생을 담은 책이다.
그녀의 삶에 대해 살펴볼 수 있고, 또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자유’에 대해서, 또 그 ‘솔직한 자유로움’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가슴이 뛰도록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해왔고, 그 모든 순간에 만족하며 살았다. 현재의 육체를 잊을 만큼 춤에 몰두하기도 하고, 인도에 가 수양을 하기도 하고, 70세에 재혼을 해 자유로운 사랑까지 이뤄냈다.
현재 진로에 대한 고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가슴 뛰도록 운명 같은 일을 만난 그녀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떠난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그녀가, 운과 실력, 그리고 노력이 따라주어 결국 그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그녀가 퍽이나 부러웠다. 물론 그녀 역시도 고단한 일들이 많았겠지만 결국은 찾았고 해냈음이 질투가 났다.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오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유로워 보였다.
나는 종교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많은 종교 중에서도 불교나 도교와 같은 동양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 종교들이 강조하는 모든 인간 군상의 모습과 가치들이 그녀에게서 보였다. 특히 도교에서의 노자의 사상을 홍신자의 삶에서 찾을 수 있었다.
노자는 <도덕경> 제 3장에서 ‘무지-무욕-무위’의 3단계를 말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여러가지 ‘지’를 하게 된다. 여러 가치에 대해 배우고, 그 가치의 경중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리하여 욕망이 생겨난다. 사회화된 욕망으로 이어진 ‘지’는 끊임없이 모든 것의 가치를 판단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좋은 가치를 얻게 되면 기뻐하고, 나쁜 가치를 얻게 되면 슬퍼하게 된다.
결국 ‘지’는 ‘욕’을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무지’해야 한다. 세속적 가치를 습득하고 욕망을 생산하는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하면 결국 ‘무욕’할 수 있다. ‘무욕’이란 욕망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해체시키는 것을 말한다. 불필요한 욕망을 제거하고, 적절한 욕망 상태를 유지한다.
‘무욕’의 단계까지 이루었다면 비로소 ‘무위’하게 된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타인의 욕망과 충돌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인과의 다툼과 경쟁이 줄고 혼란과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위’함에 도달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무불위’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무지-무욕-무위’의 단계를 거치며 ‘자유로움’이라는 가치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이러한 단계는 홍신자의 삶에서 잘 나타난다. 책 속에서 그녀는 반찬 없이 보리밥으로만 식사를 한다고 한다. 또한 한 신발을 아주 오랫동안 신고, 아주 최소한의 옷가지만 걸친다고 한다.
비록 그녀가 ‘무지’의 상태는 아니겠지만, ‘무지’에 이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녀는 살기위한 최소한의 욕망만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심지어는 알몸으로 다니며 태초의 상태로 가고 싶어한다. 진정한 ‘무욕’이 아닐까 싶다. 그녀 또한 욕망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하는데, 욕망을 가지지 않음으로써 욕심도 나지 않고, 이는 자연스레 현재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무지’하려 하며 자연스레 ‘무욕’을 실천하고 있는 그녀는 정말이지 ‘무위무불위’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대신, 꾸역 꾸역 하루를 채워 나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조금은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 그녀와 같은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머리보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용기를 낼 수 있는 순간들이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다.
더 이상 자유로움을 외치지 않아도 자유로움 그 자체가 되어 버린 홍신자의 삶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