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미로 ‘미술관에 가는’ 사람을 동경했다. 미술관에 가서 교양을 쌓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미술관을 꽤 자주 많이 다녔다. 2023년 교환학생을 갔을 무렵에는 유럽 곳곳의 미술관을 방문하였고,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갔었다. 최근에 다시 유럽에 여행을 갔을 때에도 가장 먼저 일정에 추가한 것은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이었다.
나의 본전공은 ‘종교학과’이다. 종교학을 살릴 수 있는 분야는 많지는 않지만, 미술관은 종교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당시 화가들이 영향을 받고, 목적을 가진 부분이 ‘종교’와 큰 연결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미술관 역시 미술작품을 기반으로 돈을 벌고 사람을 모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영학과도 연결성이 크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는 그야말로 인문학과 경영학의 콜라보이다. 경영지식을 미술관에서 배울 수 있다니!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바쁜 일상을 보내며 매일같이 시간에 쫒기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잠시 짬이 생기거나 주말, 휴일이면 바쁜 시간을 쪼개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 서평에 따르면 바로 ‘위대한 걸작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최고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만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자신을 둘러싼 경영환경과 사회생활의 수많은 난제를 풀어나갈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를 통해 우리는 20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만든 사람들, 소장된 작품들, 연관된 에피소드 등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과 사회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대와 분야를 뛰어넘고 융합하여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수많은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창의력과 통섭력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챕터는 바로 ‘열네 번째 미술관’인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이다. 올해 초에 방문해서 더 반갑게 읽었다. 책의 내용을 공유하기 전, 필자가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에서 느꼈던 것을 먼저 공유해보고자 한다.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에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나 미술품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공간 기획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시대나 작가에 따라 공간을 구분해 둔 것이 아니라, ‘바다’, ‘지구’, ‘인간의 몸’ 등의 대주제를 기준으로 공간들과 미술품들이 구분되어 있었다. 또한 작품들도 형태나 재질,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더불어, 전시장의 향이다든가 휴식공간이다든가, 전시가 끝날 때마다 (한 가지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전시 관련 부록들을 뷰 좋은 좌석들과 함께 마련해 두어 사람들이 끝까지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이렇게 미술관 자체가 섬세하고 인상깊었던 공간으로 남아있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을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된,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옌센은 해당 미술관이 ‘휴일 오후 해질녘 가족과 함께 산책 나와 거닐고 싶은 공간’이 되기를 원했고, 이에 따라 거니는 공간의 사이 사이에 예술품들이 존재하고, 예술품들이 다시 공간을 장식해 공간 자체가 예술품이 되는 그런 미술관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굉장히 유기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미술관이 완성되었다.
미술 작품들이 단순히 미술 작품들로 남아 있는 것을 넘어 서서, 공간과 어우러져 그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이 이 공간의 최대 특성이다. 정말 자연스럽게 자연 환경과, 미술관의 공간들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자코메티의 조각품들 역시 일곱 개의 통창으로 내다보이는 자코메티홀 밖의 수풀과 어울려 더 웅장해 보인다.
이와 같이 해당 도서에서는 세계 각국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들을, 미술 작품과 역사, 미술관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준다. 이는 결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 혹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혹은 기획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며, 그야말로 인문학과 경영학 융합의 정수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