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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피아노 선율로 만들어내는 몰입감 - 2024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by 윤영서 에디터
2024.11.22 00:24

 

 

11월 13일 저녁, '2024 게지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일리야 슈무클러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 왔다.

 

일리야 슈무클러는 지난 6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2024 게지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이다. 까다로운 서류 심사와 수준 높은 레퍼토리, 엄정한 심사로 정평이 난 게지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1979년 개최 이래 올해 역다 최다 지원자 수와 심사위원과 지휘자의 유명세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리야 슈무클러는 우승을 비롯한 5개의 특별상을 거머쥔 엄청난 실력자이다.

 

 

11.13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포스터.jpg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각기 다른 감정과 스타일을 가진 여러 작품들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풀어냈다. 때로는 극적이고 화려한 기교를 뽐냈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로 감성에 젖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러한 피아노 연주회에 처음 가 본다.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에 대한 사전 지식 또한 전무하다. 그럼에도 생생히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그의 연주 실력과 몰입감 덕분일 터이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할 때 가장 빛난다. 그리고 슈무클러는 정말이지 '그만의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필자의 좌석에서는 그의 손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있었다. 웅장한 음을 연주할 때의 절도 있는 동작, 리듬감 있는 음악을 연주할 때의 들썩이는 몸, 잔잔한 음악을 연주할 때의 심취한 듯한 표정. 그의 동작과 표정까지도 연주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연주에 빠져들게 하는 퍼포먼스로 느껴졌다. 그가 최선을 다해 몰입함으로써 관객들도 모두 하나될 수 있었다.

 

연주를 마무리하고 퇴장까지가 무대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그런 것이, 그는 연주를 마무리하고 인사를 한 후 문 뒤로 퇴장한 다음 앵콜 연주를 위해 재등장했다. 앵콜 연주가 3번 정도 이어졌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퇴장 후 재등장을 하는 것이었다. 마무리 퇴장까지가 무대의 한 부분인 것이 신기하고도 기억에 남는 지점이었다.

 

연주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강약조절이 뛰어난 연주자였다. 여러 사람 그리고 다양한 악기가 연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그의 연주는 입체적이었다. 가벼운 음을 연주할 때에도 일전에 친 낮은 음이 받쳐주고 있었다. 단 한 음계도 놓치지 않는 그의 연주는 매우 완성도가 높았다.

 

또, 그의 연주에는 서사가 있었다. 실제로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여러 이미지들을 떠올렸다. 사운드만으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매우 새롭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연주 뿐만 아니라 함께 나누어진 인터뷰집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의 생각들도 흥미롭다. 곡을 꾸릴 때의 기준이 "관객들에게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해 발전하고 마무리하는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라던가, 하루의 연습량이 "4시간에서 12시간 정도"라던가 하는 연주에 대한 그의 진심과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는 약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총 5곡을 연주했고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마지막 곡이었던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총 30분에 다다르는 연주 시간 자체가 주는 새로움도 있었지만, 곡 안에서도 제목과 스토리라인에 따라 운율이 모두 다른 것이 신기했다. 실제로 침착한 연주가 흘러가다 강렬한 변주가 나오기도 하고, 쓸쓸한 선율이 나오다 다채로운 멜로디로 변하기도 했다.

 

콘서트가 끝난 후 따로 '전람회의 그림' 연주를 찾아보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는데, 피아노만의 연주와는 또 다른 느낌의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음악을 되새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소중한 평일 저녁 시간을 할애하였지만, 그만큼 의미있었던 특별한 문화 생활이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나의 가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밝혀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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