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라는 꿈을 막연하게 가진 적이 있다. 지금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 4년동안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공연’이 좋다는것을 느끼고 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몇 개월 동안 열정을 쏟고, 그 열정들이 모여 하나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전해지는 순간이 정말 좋다. 그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작년 한 연극에서는 총괄 기획을 맡았었다. 공연진관리, 프로덕션 예산 확보 및 운용, 마케팅 및 홍보, 관객 관리등 전체적인 프로덕션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사실 동아리 내 기획팀은 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공연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모든 지원’에 더 집중하였기에 대본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2022년 한 공연에 기획팀원으로 참여했을 때에는 연극의 내용도 잘 몰랐을 정도였다. 나는 직접적인 공연에 참여하는 느낌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기에 기획팀의 업무는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총괄 기획이 되고자 하였을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공연기획이 누구보다 대본과 연극에 대한 애정이 넘쳐야 하고, 또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이 극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애정이 있어야, 함께 할 공연진들을 모집할 수 있고 협업사를 끌어 들여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본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자 노력했다.
‘기획이 연극을 사랑 해야 한다.’는 명제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도서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은 19년째 공연 기획자로 살고 있는 이성모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공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공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텍스트를 통해서도 느껴졌고 같은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읽으면서 느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몇 가지 적어 보겠다. 우선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는 사실. 사람의 욕구나 삶을 연구하고 이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배우기 위해 그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 복지와 공연기획의 연관이 아예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상당한 관계성이 있던 것 같다.
또한, 가수 ‘김정민’님과의 이야기 혹은 ‘니시무라유키에’님과의 이야기. 운이 좋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나는 그의 기회를 잡는 능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또한 예술가들에게 모두 진심으로 대하였고, 그 진심이 그들에게도 전달이 되었기 때문에 운이 따라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님이 공연을 사랑하는 이유들도 인상적이다. 그가 공연을 사랑하는 이유를 두 단어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바로 '일회성'과 '현장감'. 이러한 이유들로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순간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며 몰입하고 있는 순간은 정말 아름답다. 그렇기에 공연은 하나 하나가 더욱 소중해지고 의미가 깊어진다.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에 다음과 같은 문단이 나온다. 그리고 그 문단이 이 이유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공연은 다르다. 지나가면 끝이고 흘러간 걸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다. 다시 보는 것도 옳은 답이 아니다. 다시 볼 때의 장면이 내가 놓친 장면과 동일할 확률은 0퍼센트에 가깝다. 공연의 모든 장면은 인간이 움직이고 얘기하고 노래하며 만들어 낸 산물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한번 놓친 장면은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
예술이라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신이 세상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되면 그 모든 것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 기획 역시 한 가지의 예술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관리한다. 자신의 주장을 표출할 수 있는 연출가 혹은 예술가를 섭외하고, 그를 위한 바탕을 마련한다. 결국 기획자가 기획하는 대로 무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끔은 직접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간접적으로 뜻을 마음껏 표출한다는 점에서 공연 기획자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공연에 대한 나의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정말로 공연기획자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취업준비를 하며 살짝 회의감을 느꼈었는데, 나는 ‘현장감’을 느끼며 살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다시 생겨났다. 나에게 열정을 다시 일으켜 준 이 도서에게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