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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형태가 없다는 것은 시작과 끝도 모른다는 것 - 김화진, 사랑의 신 [도서/문학]

김화진, 사랑의 신 리뷰

by 김수민 에디터
2026.09.24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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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시간은 대부분 사랑을 하는 데 쓰인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래왔다. 나에게 사랑은 태도이자 습관, 규칙이자 성격, 원칙이자 자랑, 그리고 내 몸집만한, 내 영혼의 크기만한 콤플렉스다. 내 이름은 주희, 신주희이고 별명은 사랑의 신이다.

       

       

      김화진 작가의 <사랑의 신>이라는 단편 소설 속 가장 눈이 갔던 문장이다.

       

      사랑이 콤플렉스라니. 나는 사랑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리고 공감했다. 나에게도 사랑은 콤플렉스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한 번 빠지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 속 화자는 나처럼 사랑에 목매달며 힘들어 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천천히 읽다 보면 왜인지 주희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세계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순간이 있다.

       

      지원과 현우, 솔아 그리고 주희. 무엇이든 해 보기 위해 만난 네 사람은 사실 각각 하고 있는 게 있었다. 바로 사랑.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식 자체 또한 사랑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에.

       

      사실 사랑은 재능이 아니다. 능력이 아니고, 달리기를 하기 위해 출발선 앞에 선 채로 땅! 소리를 기다리는 행위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시작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선의 초점이 처음에는 사랑에 머물렀다. 끊임없이 주희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솔이와 지원은 묘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주희와 현우 또한 사랑의 경계를 넘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 사랑 뒤에는 슬픔이 있고, 사랑이라는 이유로 넘을 수밖에 없는 마음 같은 것들이 있다.

       

      사랑이라고 표현되기에는 어두운 쓰임 같은 것들.

       

       

      나는 걔한테 그런 이유로 죽느니 가족하고 멀어지라고 했어. 나쁜 영향을 받을 바에는 헤어지라고 내가 부추겼거든.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었다. 사랑과 슬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꽤나 묶여있다는 것과 자꾸만 상대에게 개입하게 된다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슬퍼하기 때문에 막고 싶은 것도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내가 너를 아끼기 때문에, 너를 사랑하다 못해 슬퍼하기 때문에 "죽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말과 행동들에는 어쨌거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있을 것이니까. 상대방 또한 그 마음에 대해서 모르지 않을 것이니까. 이 이야기들은 주절주절 내가 사랑과 슬픔에 대해 생각하며 내뱉게 된 말들이다.

       

      그럼 요점으로 돌아가서, "슬픔 곁에는 왜 항상 사랑이 맴돌까." 이 질문에 대해서 수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아무나 사랑할 수 없다. 스스로 가정한 사랑의 테스트를 통과했을 때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아무리 사랑에 쉽게 빠지는 나라고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누구나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 수많은 경계를 뚫고 들어와 나의 사랑을 차지하게 된 사람에게 부가적인 감정-다르게 말하면 슬픔-이 따라 붙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드라마 내에서도 무조건 사랑만 하는 러브라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은 슬픔과 미움과 후회 같은 부가적인 감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되는 법이니까. 그 세계에서 나 혹은 상대방이 다치더라도, 그렇게 무너져 있는 우리를 사랑이 형태를 바꿔가며 덮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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