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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확률은 몇이나 될까. 사랑에 관해 논한다면 끝도 없다. 그만큼 사랑에 관한 작품도 끝이 없다. 사랑에 막 빠진 사람은 환생을 부른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든지 한다. 구의 증명부터 그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다양한 상황 속의 사랑을 포착하는 작품들도 있다. 뒤틀린 사랑의 대명사 격인 부부의 세계, 끝난 사랑을 어떻게 추억할 것인지 고민하는 이터널 선샤인 등만 보아도 사랑이란 주제는 예술을 지탱해 온 가장 굵고 깊은 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랑은 너무 자주 말해지다 보니 가끔 진부한 개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랑 타령’ 이란 단어가 생길 정도로. 도처에 사랑 얘기가 있다. 길거리에서 들리는 사랑 노래, 영화관에 걸려있는 사랑 영화 포스터, 서점 매대에 올라가 있는 사랑 시들, 손잡고 걸어가는 사람들, 둘러보면 셋에 하나는 연애 중이다.


이처럼 사랑 얘기가 만연한 세상, 그래서 사랑 얘기에 무뎌질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떤 작품이 사랑의 교과서가 되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또 널리 사용돼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 개념을 잘 다루려면 고도의 섬세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그렇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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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클로이와 나의 첫 만남부터 연인으로서 지내기까지의 과정, 이별과 그 후를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서술한다. 줄거리는 흔한 연애 과정으로, 연애와 결별의 전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철학자의 시선으로 매 사건과 대화를 곱씹는다.


‘나’는 클로이와 만난 것이 989,727분의 1의 확률이자 운명이라고 믿는다. 타려던 항공편과 탑승 수속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거쳐서 같은 비행기의 옆좌석에 앉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리와 런던 사이에 비행기가 한 대뿐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이 191개였으므로 그 확률은 36,290분의 220, 즉 164.955분의 1이었다. 실제로는 비행기가 6대였으므로 6분의 1을 더 곱하여 앞서 언급한 숫자가 도출된 것이다.


주인공 ‘나’는 여기까지만 계산한다. 하지만 필자는 모든 사랑을 운명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랑에 빠질 그 작은 확률까지 계산하고 싶었다. 저 989,727분의 1 상태에서 두 사람이 대화할 확률은 2분의 1이다. 대화를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사랑에 빠질 모든 경우의 수를 살펴본다면, 각 항목이 독립 사건은 아니지만 우선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경우가 하나 있다. 또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상대를 사랑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둘 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하거나의 두 가지 경우가 더 있다. 그래서 4분의 1을 더 곱하면 런던행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사랑에 빠질 확률은 7917,816분의 1로, 0.0001263 정도다. 모든 사랑은 이 정도 확률을 뚫고 형성되는 놀라운 감정이다.


또 이 책 속의 수많은 연애담 속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클로이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 플라톤적 관념’이 있다. ‘나’는 이 객관적 아름다움에 빗대어 클로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마치 ‘뮐러-리어’의 착시와 같다. 클로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순간 객관적인 측정치와는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진다. 그래서 클로이의 치아는 스탕달적 치아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는 스탕달의 말에 동의하는 주인공은 클로이의 벌어진 치아가 ‘관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해 버리는 당돌한 태도를 암시’한다고 생각하여 ‘좋은 삶과 동일시하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추로 미끄러질 수도 있는 바로 그 세밀한 곳들에서 매력을’ 느낀다. 극악무도한 확률을 뚫고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의 눈길은 이렇게 다정하다.


주인공은 결국 여느 연인들처럼 사랑을 놓치는 고통도 맛보게 되지만, 그 후에 자신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는 또 다른 얘기다. 이 부분은 독자에게 남겨두기로 한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한창 ‘좋을 때’인 연인들,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던 서로의 단점이 마구 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권태로워진 연인들, 사랑이 끝나려는 사람들, ‘왜 내 사랑은 실패했지’ 하는 사람들과 이별 후에 새로운 인연이 다가오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은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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