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걸작은 도난당하며 완성된다
나치의 약탈, 마피아의 장물, FBI의 추적, 몸값 협상까지
24가지 사건으로 되돌아보는 범죄와 추적의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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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널 위한 문화예술' 이지현 공동대표님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평소에 여러 행보를 응원하고 있기도 했고, 미술 관련해서 깊은 조예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깊은 신뢰가 갔던 것 같다. 그리고 다 읽은 이후에는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 책은 구성부터가 참 독특하고 흥미로운데, 전체 24가지 도난 사건을 ‘LOST(잃어버린 미술품)’와 ‘FOUND(되찾은 미술품)’라는 두 가지 컨셉으로 나누어 다룬다. 1부 LOST에서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17건의 미제 사건을, 2부 FOUND에서는 극적으로 회수에 성공한 7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읽는 내내 추리소설이나 범죄 다큐멘터리를 보듯 몰입감이 상당했다.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훔치려 하고, 거기에는 정말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이유들이 숨어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히틀러와 나치의 대규모 약탈부터 시작해, 민첩한 몸놀림으로 명화를 훔쳐 달아난 '스파이더맨' 도둑, 그리고 오직 중국 유물만을 노린 연쇄 도난 사건까지. 범죄자들의 사연과 수법이 참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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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마피아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는데, 특히 1부에 나온 CASE 04 <살인범이 그린 성탄화의 행방>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했다. 내가 이탈리아 지역학을 배워서 시칠리아나 카라바조 이야기가 익숙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카라바조처럼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거장의 작품을 마피아가 기도원에 침입해 면도날로 캔버스를 잘라내어 빼앗아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탈리아 마피아가 미술품까지 훔쳤었다니, 그리고 그 이유와 작품의 행방이 아직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니 더욱 미스터리했다. 책에 실린 마피아 조직원들의 진술도 꽤나 흥미로웠고, 이처럼 미술품을 도둑맞는 수난을 겪으면서 이탈리아의 문화유산 보호 체계나 수사 기관이 발전해나간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2부 FOUND로 넘어가서 접한 <모나리자>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원래부터 세기적인 명작인 줄만 알았지, 그것이 1911년에 루브르 박물관 잡역부에 의해 도난당한 적이 있는지도 몰랐다. <모나리자>는 도난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술관 한쪽에 조용히 걸려 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도난당함으로써 오히려 전 세계적인 '예술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작품이 사라짐으로써 역설적으로 걸작으로서의 명성을 완성하게 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했다.
도둑맞은 미술품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니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이고 흥미로웠다. 범죄자들의 이야기와 훔친 이유들, 그리고 '도둑맞은 미술품'이라는 컨셉 자체가 작품에 깊은 서사를 더해주어 책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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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의 탈출구다. 따라서 위대한 미술품의 도난 사건은 우리에게 복잡한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1911년, 도둑맞은 <모나리자>가 걸려 있던 벽의 빈자리를 보려고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와 줄을 선 사람들이 이를 입증한다. (...) 그 빈 자리에는 언젠가 작품들이 회수되고 다른 수많은 도난 미술품도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이 걸려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위와 같다.
그림이 도난당한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 한 점을 잃어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그림을 보고 감동할 기회와 시대의 기억까지 함께 도둑맞는 것 같다. 도둑맞은 작품들이 있던 공간에 걸려 있는 '빈 액자'처럼, 그 빈자리에는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희망이 함께 걸려 있다는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이제는 미술관에 가더라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얻은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