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몸과 마음이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 - 생의 마지막 날까지

글 입력 2023.10.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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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고민은 언제나 나의 곁을 맴돈다. 심지어 더 깊고 커져 간다. 나에게만 이런 근심 걱정이 가득한 건 아닐까 싶은 억울한 마음이 들 정도로 끈질기게 내 옆에 남아있다.

 

02. 언제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대학 시절,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순전히 '자유'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을 서른을 앞둔 지금도 버리지 못했기에 이토록 고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03.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무용가이자 대한민국 최초 전위예술가인 홍신자 선생님을 나는 책 <생의 마지막 날까지>의 저자로 만났다. 이런 이력을 몰랐더라면, 나는 그저 작가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저자의 삶이 오롯이 묻어나는 글이었다.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사는 것을 꿈꿨다. 그 꿈을,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빈 캔버스에 무한히 흩뿌려내었다. 연고 하나 없는 나라(nation)도 그녀에겐 그저 꿈을 펼치기 위한 무대에 불과했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 그곳에서 생의 열정을 펼쳐갔다.

 

그녀는 춤을 추고 싶었다. 그녀가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20살이 훨씬 넘은 나이었다. 하지만 예술은,자고로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타고난 끼쟁이들의 무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보수적인 사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고 치열한 노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되기까지,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힘들고 지치진 않았을까?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나였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다 혹 그녀가 금수저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무용을 공부하던 그녀는 뉴욕의 슬럼가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도 타향살이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로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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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확신은 없다. 당장에 현실이 시궁창인데, 자신의 꿈만을 바라보고 달려간다는 것은 너무도 대단한 일이다. 따라서 그 지난한 과정을 진정 사랑했던 저자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지금껏 포장지만 번지르르한 선택을 해왔던 나에게 그녀는 너무도 멀고 아득한 사람이다. 그때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04. 나에겐 최근 '도전'의 순간이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일을 발견한 것이다. 여태까지 받았던 연봉(그마저도 딱히 높지는 않았다)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을 제시한 회사를 두고 나는 무수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과 고민의 시간이 흘렀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잘 때까지 쉼 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일을 해보기로! 하지만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나는 이 생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이기에,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이것이 과연 맞는 선택이었을지 의문이 남는 것이다.

 

일부로는 아니었지만, 우연히 책을 읽은 시기와 나의 고민의 시기가 겹치면서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현실적인 고민보다, 마음의 소리를 따랐을 테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저자를 한 번 흉내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속적인 욕심보다 나로서 살아가는 자유를 만끽하는 그녀처럼, 나도 과감하지만 힘든 선택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이번 결정에 꽤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선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바라던 대로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준 저자의 삶뿐이다. 책 <생의 마지막 날까지>를 통해 그녀가 걸어온 삶을 읽으며, 나에게도 조금은 낙관적인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한다.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삶이 아닌, 부족해도 만족할 수 있는 삶. 더 큰 것을 바라며 현실을 갈아 넣는 것이 아닌,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삶의 관점이 나에게도 찾아오길 바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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