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전한 신체의 확장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2023 네마프

"체르노빌에선 방사능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글 입력 2023.08.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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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식포스터2.jpg

 

 

2023 네마프 : 기술 발전,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에 대한 질문

 

영화와 전시를 동시에 즐기는 국내 유일의 탈장르 영상예술축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대안영화제로 다원예술 형식의 영화영상 장르 작품을 상영/전시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부분 경쟁 대안영화제이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2,400편의 국내외 작품을 발굴, 약 1,300명의 대안영상/미디어아트 작가를 소개해 온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과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가 주최한다.


국내 유일의 영화, 미디어아트를 함께 선보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예술축제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3회째를 맞고 있다. 대안영상예술에 대한 젊은 감독, 신진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발굴해 상영,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약 2,400편 이상의 국내외 작품을 발굴하고 약 1,300명의 뉴미디어 대안영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네마프는 인권, 젠더, 예술감수성의 가치로 작품을 선별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과 각 분야 전문 감독,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 축제로서 다원예술로서의 영화제, 작가주의 영화제, 포스트 장르 연구 및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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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홍대를 들릴 일이 많다. 연극과 네마프를 관람하러 갔다. 요즘 이상하게 문화예술 축제 분위기다. 곧 EIDF도 시작하고 하니 더더욱 다닐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네마프는 꼭꼭 관람하길 추천하는 영화제이다. 난 14일 스크리닝을 이용해서 연달아 두편을 관람했다.

 

일종의 영상 + 전시같은 영화제이다.


우리가 미디어 작가의 전시를 보러갈때나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귀중한 기회이다. 사실 히토 슈타이얼이나 게리 힐, 하룬 파로키처럼 영화관보다 미술관, 갤러리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감독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갤러리나 미술관이 제공할 수 있는 음질, 화질은 아무래도 영화관보단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술적으로)


그런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내 유일의 탈장르 영상예술축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대안영화제인 네마프이다.  이번년도의 주제는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보다 자유로운 신체의 확장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직시해야하는 현실 감각과 관행들을 되돌아보면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신체 내용과 형식, 그리고 비가시화된 신체의 안전함에 대해 관객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기획됐다.

 

출처_ 네마프

 


네마프의 트레일러에도 등장하는 인어 및 감각적이 영상을 제작한 미디어 작가 에밀리야 슈카르눌리테 (Emilija Škarnulytė)의 작품으로 시작한 상영은 사실 평소에 영화관에서 보는 영상을 기대해선 실망할 수있다.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고 이해되는 이8름하여 '헐리우드'식 영화어법, 관람법으론 이해되지 않는 영상들이 많기 때문이다.

 

 

 

 

첫 타임에선 기대했던대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영상적 기법, 종합예술적 접근을 관람할 수 있었다. 완전히 느리기도, 깨지기도, 빠르기도, 찢어지기도 한 영상들을 보다보면 나도모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뭔가 의미라도 있는 나레이션이 나와서 말이라도 한다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능하다. 어떤 영상들은 이상한 음악, 이상한 색, 형태로만 이뤄져 있기도 하다. 마치 추상화를 보듯이 말이다. 과연 화면을 말이 안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해본다.

 

이것들이 그냥 갤러리에서 상영되었다면 분명히 자리를 떳을 텐데, 영화관이란 곳에서 보니 끝까지 앉아있게 되었다. 다만 어떤 영상들 경우는 끝까지 보나, 중간 3초만 보나 별 다른 감상을 줄 것 같진 않아서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을 얻긴 했다. 이런 영상들도 수요가 있구나 하는 안심.


두 번째로 본 <체르노빌 22> 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올렉시 라딘스키 (Oleksiy RADYNSKI) 의 작품이다.

 

 

개막작_올렉시 라딘스키 감독.jpg

 


올렉시 라딘스키는 키이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그의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과 정치적 영화의 관행을 실험한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ICA(런던), 이플럭스(뉴욕), 도큐데이즈(키이우) 등을 포함한 전 세계의 영화제와 예술 맥락에서 상영되었다. 그의 최근 영화인 ‹체르노빌 22›는 2023년 오버하우젠국제단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필모그래피

 

Infinity According to Florian, 2022

Circulation, 2020

The Film of Kyiv. Episode One, 2017

Landslide, 2016

People Who Came To Power, 2015

Incident in the Museum, 2013

 

 

개막작_체르노빌22.jpg

 

 

2022년 초 러시아가 체르노빌 지역을 점령한 동안 한 현지 정보원이 러시아 군대를 몰래 촬영하고 있다. 우리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근로자들이 러시아 군대가 시설을 점령한 동안 겪은 경험, 이 장소에서 또 다른 세계적인 재앙의 위협을 가한 핵 테러 행위에 대해 듣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사건에는 과거와 현재의 파국적인 시나리오가 서로 얽혀 있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하기 위한 미디어 및 법의학 활동인 리코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다큐에 대한 줄거리를 세세하게 적고 싶진 않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인 것은 모두가 아는 현재이다. 그리고 조금 더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침공 초기 러시아가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했다는 것도 알고있을 것이다. 다큐를 보고 관심이 생겨 당시 기사를 조금 찾아보자, 영화에 나왔던 장면을 글로 찾아볼 수 있었다.

 

러시아군은 아무것도 몰랐다. 러시아에서 파견한 방사능 '전문가'는 이곳에선 방사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러시아 군은 방사능이 가장 강한 곳에 참호를 파기도 한다. 덕분에 러시아군은 상당량의 피폭을 당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선 암흑으로 남았다. 러시아 전문가들의 말을 전해듣고 어이없어하는 체르노빌 연구진은 인터뷰를 하며 헛웃음을 짓고, 담배곽을 연다.

 

작품은 체르노빌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 신원미상의 겁먹은 목소리가 전달하는 마구 흔들리는 화면이 교차적으로 등장한다. 동시대적인 (감정과 거리를 유지하는) 시선과 무엇보다 현장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풋티지들이 교차되며 이것이 카메라 너머 먼 세계가 아닌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임을 알리는 듯하다.

 

두 시선의 교차는 참혹함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바보같기에 겁나고, 어이없기에 잔인하기 마련인 전쟁을 말이다. 처음 러시아의 침공 소식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집으로 가는 저녁이었는데, 나한테는 무엇보다 고요한 하루의 마무리가 누구에겐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작이구나 하면서 뉴스피드를 연신 새로고침했다.

 

다큐를 보면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갈지 누구도 예상 못한만큼, 어쩌면 모두가 끝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전쟁은 1년째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작품은 핵폭발 영상으로 끝난다. 커다란 버섯구름이 여러 구도로, 연쇄적으로 폭발한다. 핵 버튼이 담겨있을 것라는 푸틴의 가방은 언론에 의해 계속해서 주목받는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진 몰라도, 그들이 어떻게 평가받을진 희미하게 예상이 된다.

 

작품설명에 적힌 '리코닝 프로젝트'도 궁금해서 조금 찾아봤다. 현재 진행되고있는 전쟁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미디어와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전쟁의 새로운 법의학적 시점을 제공하는 듯하다.

 

상상마당 4층 한 곳엔 감독의 개막사가 담긴 영상도 함께 전시되어있었다. 자신이 이런 다큐를 찍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랬다는 감독의 말에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면서도, 그가 만든 다큐가 평화로 가는 새로운 방향을 열었기를 다시금 기대해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된다. 자세한 것은 네마프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좋을 듯하다.


아, 그리고 같은 건물 4층에선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 못했지만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전시장은 유료로 운영되는 것 같으니 참고 하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꼭꼭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는 네마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상영관도 냉방병 안걸리는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고, 친절한 안내요원분들, 좋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도 더 좋은 작품들로 돌아오길 기다려본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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