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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드디어 가을이 왔음이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면서 기대했던 연극 몰타의 유대인을 보러 간다.

 

사실 '몰타'도 '유대인'도 입밖으로 자주 내지는 않는 단어이다.

 

많이 낯설지 않을까, 혹은 이해가 어렵진 않을까. 어떤 내용일까 곱씹으며 리플렛을 뒤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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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유대인은 르네상스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의 작품이다.

 

그는 <닥터 파우스투스>, <탬벌레인 대왕>,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 등 작품을 썼고, 항간에 "크리스토퍼 말로가 단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르네상스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29살에 단명한 극작가이다. 특히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놀랍도록 현실적인 인간의 탐욕, 아둔함, 자유의지, 감정을 재연한다.


이번 연극의 주인공 바라바스는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 사는 유대인인 바라바스로, 당시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해 가졌던 모든 혐오와 차별을 모아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전형적인 악인이다. 극은 바라바스의 복수극을 따라가는데, 고전극이다보니 보든 것이 설명, 말, 대사이다.

 

배우만 8명으로 이름도 참으로 외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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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극이 어느 순간 집중력을 놓치면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피하는 편인데, 이번 극은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정말 단단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배우들의 몰입력도 올라간 것인지, 모두가 캐릭터 자체가 된 느낌이었다.

 

거의 tv를 보고있는것 같은 수준의 동떨어짐과 비현실감이 어느 순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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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라바스를 맡은 곽지숙 배우.

 

처음엔 뭐랄까. 김숙 같은 기상이 느껴졌는데, 중간 쯤엔 장나라같은 똑소리나는 인상이 풍기다가 끝에가니 염혜란 배우의 카리스마도 함께 느껴지는 팔색조의 배우였다.

 

또 다른 인상적인 배우는 이싸모어역의 성근창 배우. 얼굴이 역할과 잘어울렸다. 아이들이 가진 악함을 보이는 얼굴이었다. 대부분의 연극이 그렇지만, 이 극은 특히나 조연과 주연이랄게 없다고 느껴진다.

 

배우 모두 자신의 역할 10을 딱 10만큼 해낸, 좋은 시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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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극의 연출은 극단 '적'의 이곤 상임연출가.

 

소극장 연극만의 장점을 100%를 끌어낸 연출이었다. 특히 이 고전적인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올드 팝송들 연출. Metrial girl, Girls Just Want To Have Fun,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이런 시퀀스들이 모이자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극의 길이는 짧게 가져가지만 체감하는 사건의 중요도는 강화해냈다. 고전극의 묵직함을 시트콤같은 연출로 잘 덜어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음향만 조금 더 보완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여기에 소품들은 모두 튜브 소재였다. 이 깊은 이야기에 이 얕은 사물이라니.

 

보는 내내 헛웃음이 픽픽나는 동시에 씁쓸함이 같이한다. 결국 이 모두가 공기가 든 비닐을 얻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고 뒤통수를 치는 셈이다. 얼마 가지도 못해 바람이 빠질 비닐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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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극, 돈, 권력을 가지고 싸우는 8명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 볼수록 우린 더 많은 사회문제를 마주한다.

 

"돼지고기나 쳐먹는 기독교인" "돈밖에 모르는 유대인"과 같은 대사들은 이주민, 소수자, 이방인 등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차별적 시선. 어릴때를 생각해보면 유대인은 늘 피해자였던 거 같다. 왜냐면 히틀러가 학살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과연 선과 악에 경계가 있는걸까. 신과 악마는 대척점에 있는가. 극은 엔딩을 향해가고, 내 머릿속은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할 궁극적 목표란 무엇일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으로 점철되길 잠시 바라바스는 마지막까지 돈을 찬양한다. 마치 현대에 있는 우리를 꿰뚫어본듯 말이다.

 

우린 바라바스가 선언한대로, 크리스토퍼 말로가 쓴대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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