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민 상담에 필요한 것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오디오북)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1.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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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내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고민상담을 계기로 관계가 더 깊어지기도 한다. 고민은 골칫덩어리이면서 마음의 끈을 이어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 양면성을 이야기로 잘 풀어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오디오북을 통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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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고민상담 편지 하나로 연결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훈훈하게 펼쳐냈다. 원래 고민상담을 해주던 나미야가 죽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도둑들이 우연히 나미야의 잡화점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과거에서 온 고민상담 편지를 받게 된다. 망설임 끝에 답장을 해주면서 도둑들도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1. 달토끼의 고민


 

펜싱선수인 달토끼 시즈코는 암 선고를 받은 약혼자를 간병하기 위해 국가대표 출전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약혼자는 자신의 꿈이기도 한 국가대표 출전을 꼭 이뤄달라고 부탁했다.  시즈코는 간호를 할지, 훈련을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 고민을 편지에 적어 보냈고, 답장을 읽으면서 자신이 진짜 고민한 건 따로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진짜 고민은 현실과 현실도피 사이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지였다. 시즈코는 국가대표 출전에 부족한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랜 꿈이지만 진전 없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마침 약혼자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간호를 핑계로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거다. 


현실 도피하고 싶은 마음은 시즈코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에 충동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남은 물론 자신까지 속인다. 때론 현실도피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도망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2. 생선가게 뮤지션의 고민


 

생선가게 뮤지션 가쓰로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의 길을 선택했다. 끝없이 노력했지만 세월만 흐른 채 성과는 0이었다. 앞길조차 보이지 않는 시점에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가쓰로는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생선가게를 물려받고 꿈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뮤지션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고민된다는 편지를 보낸다. 

 

가쓰로는 헛된 꿈은 버리고 생선가게를 물려받으라는 답장을 받자 몹시 불쾌해한다. 그는 꿈에 대한 열정을 가득 담은 편지를 보내고, 자신의 자작곡을 잡화점 앞에서 들려준다. 현재, 가쓰로에게는 미래인 시간에 있는 도둑들은 가쓰로의 꿈을 향한 열정과 자작곡을 듣고 응원의 답장을 보낸다. 그 답장을 받은 가쓰로는 아버지의 응원까지 받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 후, 뮤지션으로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생을 보냈다. 살아있을 때는 뮤지션으로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의 자작곡이 죽음 후에 대중에게 알려지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을 틀림 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중략)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가쓰로가 죽은 후, 그의 실력을 인정받고 뮤지션으로서 성공해서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그나마 가쓰로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노력이 헛된 노력이 아니라고 믿어서 위안이 되었다. 


‘아무리 긴 시간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고, 당장 결실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라. 노력의 결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맺어진다’는 메시지가 에피소드에 잘 녹아있었다. 


 

 

3. 그린리버의 고민


 

그린리버 미도리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다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지울 것인지 낳을 것인지 계속 고민하다가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보냈고, 답장에 적힌 응원 덕에 그녀는 용기 내어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기로 결심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 혼자 키우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은 굶으면서도 아이는 굶기지 않았고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던 중 과로로 운전 중에 쓰러진다. 차는 물에 빠지고, 그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 밖으로 밀어 내어 아이는 살리고 자신은 죽는다. 이 일이 신문기사에 나고, 그 기사를 훗날 그 아이가 보게 된다. 아이는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고 오해했지만 다나미야와 주고받았던 편지 덕에 엄마는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 불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에피소드는 불륜보다는 생명의 소중함과 모성애에 중점을 두고 들었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였으며,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애절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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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폴 레논의 고민


 

사춘기 소년인 폴 레논 고스케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여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급격히 집안 사정이 안 좋아졌다. 고스케의 부모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 때문에 야반도주를 하기로 한다. 고스케의 눈에 그런 부모의 모습이 비겁하게 비춰졌고,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야반도주는 옳지 않은 것 같아 부모를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고스케의 편지를 받은 나미야는 가족은 꼭 함께해야 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고스케는 나미야의 조언대로 부모를 따라 함께 야반도주를 한다. 

 

휴게소에서 강압적인 아버지의 말에 안 그래도 아슬아슬했던 마음의 끈이 뚝 끊어져버렸고, 결국 고스케는 혼자 도망친다. 그는 이름까지 바꾸고 아동복지시설 환광원에서 자란다. 목수라는 번듯한 직업도 있고,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고스케는 그때 부모를 따라가지 않은 선택은 잘 한 것이라며,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이런 삶을 살 수 없었을거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자신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부모의 소식을 우연히 접한다.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어왔던 고스케는 처음으로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 보면, 옳다고 믿었던 선택이나 신념 또는 가치관이 세월이 흐르면서 옳지 않은 게 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예리하게 꼬집었던 에피소드였다.


 

 

5. 길 잃은 강아지의 고민


 

20대 초반의 여성 길 잃은 강아지 하루미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호스티스 일을 한다. 자신을 키워준 이모할머니의 사정이 안 좋아지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마침 유부남인 손님이 애인이 되어 주면 가게 창업을 도와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하루미는 그 제안에 솔깃하면서도 고민이 되어 잡화점에 고민편지를 보냈다.


도둑들은 그녀에게 유부남이므로 나중에 그 사람의 아내가 알게 되었을 때까지 생각해야 하고, 그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편지에 적었다. 더구나 가게가 무조건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위험한 길이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한다. 답장을 읽은 하루미는 위험성을 잘 알지만 방법이 이 길밖에 없다며 다시 편지를 보낸다. 도둑들은 갸륵한 마음에 동요하여 앞으로의 경제흐름과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루미는 조언대로 부동산 투자와 주식을 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리한 다음 광고기획사를 설립한다. 그 후 하루미는 성공한 삶을 살게 됐다.


하루미는 도움을 받은 것을 잊지 않으며 살았고, 성실히 일했다.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놓친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착하게 살았다고 자신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루미 에피소드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친 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멈춤도 필요하다는 애정 어린 조언도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목표도 없고, 길이 정해지지 않아 막막한 도둑들의 고민을 통해서는 백지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응원을 전했다. 길이 정해져 있지 않아 더 막막한 심정을 이해해주고, 그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고를 수 없을 정도로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살다보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도 있었고 안 해본 고민도 있었지만, 각자의 입장이 이해 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도둑들이 명쾌하고, 따뜻하게 상담 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민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이, 직업, 성별, 연륜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때는 그런 조건보다는 들어주려는 자세와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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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와 도둑들은 상담편지를 보낸 사람들의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고 들으며 간접경험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거다. 그래서 상담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본 적도 없고, 알고 지낸 시간도 없음에도 나미야와 도둑들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이유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 인물들의 바람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위로, 공감, 이해를 받고 싶은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이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나에게 질문해 보았다.


나는 누군가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사람인가? 

내 고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있는가?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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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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