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본성에 대해 묻다 - 오징어 게임 심리학 [도서]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서 정의가 가능할까
글 입력 2022.08.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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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작년 한 해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 인기를 실감하듯 뉴스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았고, 이를 소재로 하는 여러 방송을 보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재밌다며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처음에는 관심 없었으나 자주 언급될수록 내용이 궁금해져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내용 탓에 쉽사리 정주행은 하지 못했다.


드라마가 나온 지 어언 일 년이 지나고 오징어 게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오징어 게임 심리학>을 보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했지만 이 드라마 속 심리학을 풀어낸다는 흥미로운 책 구성에 눈길이 갔다. 또한, 우리나라가 아닌 특히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르미옹의 눈으로 본 오징어 게임은 어떠했을지 궁금했던 터라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앞서 말하지만 이 책은 오징어 게임 에피소드 스포를 담고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테니 만약 스포를 원치 않는다면 정주행 후에 드라마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보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스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먼저 책을 보기로 했다.

 

*


먼저, ‘오징어 게임’의 굵직한 줄거리는 이렇다.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고 죽이면서 최종 승자가 되어 거액의 상금을 따내는 이야기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심리학>은 오징어 게임 속 사람들을 분석하며 ‘인간의 복잡성’에 대해 얘기한다. 인간의 복잡성 즉, 속임수에 대한 윤리적 질문, 비인간적 사회, 참가자들이 게임에 임하는 태도, 그들의 어린시절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각자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방식 등 생존이 달린 게임에 참가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인간은 어떠한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 독자들 역시 내가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의 진정한 주제, 즉, 최선의 상황에서든 최악의 상황에서든 가면 너머로,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일그러진 얼굴 너머로 어김없이 드러나는 끔찍하면서도 경이로운 인간의 복잡성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은 비단 특정 문화와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인간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7p)

 


‘오징어 게임’을 통해 생각해 볼 거리는 무엇인가. 필자는 ‘오징어 게임’에서 최악의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에 주목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밑바닥에서 인간은 본능대로 따라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즉, 인간은 누구나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비겁하고 추악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남을 위해 배려 또는 정의를 지키려는 면모 또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징어 게임’ 참가자 중 상우와 기훈으로 말할 수 있겠다.


먼저, ‘오징어 게임’ 참가자 상우다. 그가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던 이유는 고객의 돈을 빼돌려 투자하다 실패해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노력하면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일류 대학을 나왔고 자신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엘리트 금융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시작은 자신을 밑바닥으로 비겁하고 추악한 본성을 드러나게 했다.


그 본성의 정절은 알리를 배신한 일이었다. 매번 모범을 보이던 상우가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도 알리를 배신했다. 시청자는 사람들을 배신하고 한결같이 비열한 모습을 보이는 덕수라면 놀라운 일도 아니겠지만 상우가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은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 기훈은 어떤가. 기훈은 오징어 게임 상 최약체인 일남을 챙겨주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돈을 소매치기한 새벽도 구해주고, 자신을 죽이려 한 상우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타인을 챙겨주고 배려하는 기훈도 자신 앞에 놓인 최악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생존 여부가 걸린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거액의 상금을 따내기 위해서 기훈은 치매라 생각한 일남을 속이기도 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모습은 한 사회심리학 실험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즉,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1960년 초반 홀로코스트 주범이자 나치 친위대 아돌프 아이히만이 재판에서 ‘자신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그저 명령에 복종했던 평범한 공무원이다.’라 말한 것과 연결된다. 이들은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책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드러난다. ‘악의 평범성’에서 주목할 것은 평범한 사람도 아무런 소신이나 쾌락 없이도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편, 이와 반대로 최악의 상황 속에서라도 인간은 타인을 배려 또는 희생하며 자신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낸다는 것이었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 중 기훈이 그랬다. 일남을 속이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듯 그는 타인을 도와주고 챙기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죽음을 담보로 하는 게임에서 남을 챙기는 것은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훈은 달랐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기훈의 모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는 빅터 프랭클의 심리치료법 ‘로코테라피(의미치료)’로 연결해볼 수 있다.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수용소에 있는 동안 삶이 보장되지 않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잘 견디는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다. 그들의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기하게도 무언가를 성취하려 했거나 누군가를 돌보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치 부대의 악행 말고도 제 2차 세계대전 중 어떤 비유대인들은 유대인을 목숨 걸고 보호하기도 했다 한다. 생전 알지 못한 사람이거나 적일지라도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남을 재단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투지 않으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았다. 이러한 이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누군가는 지시된 가혹 행위를 거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훈 또한 그렇다. 기훈은 마지막 화에서 제비뽑기로 공격을 고르고 상우에게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 기훈은 상우에게  또 자신에게 그리고 여섯 개의 살인 게임과 가학적인 게임을 주최한 이들에 대한 상당한 원망과 증오심을 품고 있다. 때문에, 기훈은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내 상우에게 게임을 그만하자고 제안하면서 인간성을 놓지 않는다. 돈과 승리를 포기하고서라도 상우를 구하려 하며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려 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밑바닥을 경험하면 악한 모습이 드러나고 그런 것이 인간이지만 또 누군가는 정의의 편에 설 수도 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생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인간 존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456명의 참가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은 특히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의 다층적 관계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적으로 복잡한 양상들을 통해 잘 드러난다. 단순히 드라마로 끝냈으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이렇게 <오징어 게임 심리학>으로 다시 정리하며 분석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지막 화에서 기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설정에서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것이 모두들 시즌 2화를 기다리는 이유이지 않을까.


‘오징어 게임’을 넘어 심리학적 해석을 통해 인간의 복잡성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와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준 책, <오징어 게임 심리학> 이제 당신이 참가할 차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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