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인도, 선인도 아닌, 그저 학생 : 웹툰 ‘피라미드 게임’ [만화]

글 입력 2022.05.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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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물 붐’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학원물’이 마치 스테디셀러처럼 꾸준히 양산되는 콘텐츠였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경험하는 공간이 학교라서 그런 것일까? 그중 특히 ‘왕따’, ‘학교폭력’을 다루는 장르가 많았다. 악역과 히어로를 구분하기 쉽고, 극단적인 감정을 다루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끌 수 있고, 또 사회 비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소재의 만화들이 지나치게 비슷한 레퍼토리로 진행된다는 점이 따분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완전히 악역이 되고, 주인공은 그런 가해자를 ‘참교육’하며 ‘사이다’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은 이제 진부하다. 반면, 달꼬냑 작가의 웹툰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폭력을 다루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함을 끌어냈다.


*스포일러 주의: 아래 내용에는 줄거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사람에게 부여되는 ‘계급’



기존의 학교폭력 소재의 만화는 소위 ‘일진’ 혹은 ‘모범생인 척하는 부유한 학생’이 ‘평범한 학생’을 괴롭히는 구도가 많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피라미드 게임>은 말 그대로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시스템이 한 교실에 존재한다. 이는 ‘시스템’이고 ‘규칙’이기 때문에 그 교실 내의 모든 학생을 학교폭력에 휘말리게 하는 강제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피라미드 게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보면 학생들에게 완전한 강제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 그저 ‘피라미드 게임’은 학생들에게 ‘계급’을 부여했을 뿐, 어떤 계급에는 어떤 취급을 해야 한다는 자세한 규칙은 없다. 시작은 감사한 친구에게 투표하여 그 친구에게 소소한 특권을 주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점차 서로의 득표수를 비교하며 오히려 표가 더 적은 친구를 괴롭히는 상황으로 변질하였다. 은연중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피라미드 게임’은 시스템으로 자리 잡으며 투표를 통해 A부터 F까지의 등급을 학생들에게 매겼다. 마치 성적처럼. 이렇듯 세분된 계급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화된 구조에서 벗어난다. 자신을 기준으로 위의 등급에게는 기게 되고, 아래의 등급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폭력을 가한다.

 

 

 

2. 모든 학급 구성원에게 주어진 세심한 설정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만 세부 설정이 주어지게 된다. 즉, 나머지는 엑스트라로 존재한다. 하지만 <피라미드 게임> 속 ‘행복반’의 학생들은 각기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 이는 마치 이야기 속 캐릭터가 아닌 진짜 주위의 학생 같은 생동감을 부여하며, 엑스트라 없이 모든 학급 구성원들이 구성원으로서, 행복반의 학생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입체적이고 비중 있는 캐릭터가 많아질수록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단순히 피라미드 게임의 피해자로 ‘성수지’를 도울 줄 알았던 ‘고은별’이 알고 보면 피라미드 게임의 영리한 주동자로 ‘성수지’의 계획을 간파하며 이를 방해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권력에 휘둘리는 나약한 캐릭터로 수지의 첫 계획을 결국 망치고 마는 ‘표지애’가 결국 수지의 도움에 보답하고 제 양심을 따르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지를 돕게 되는 것. 이러한 반전은 그들이 평면적인 엑스트라였다면 그렇게 큰 영향을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

 

 

 

3. 선악의 대립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의 대립



‘가해자’는 ‘악’, ‘피해자’와 그의 ‘조력자’는 ‘선’으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학교폭력물의 구성이다. 하지만 인간을 애초에 선악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실제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피라미드 게임>은 이러한 한계점과 아쉬움을 부쉈다.


굳이 빌런과 히어로로 구분을 해보자면 ‘백하린’과 ‘고은별’이 빌런, ‘성수지’와 ‘명자은’이 히어로로 대표되는 구도이다. 하지만 빌런과 히어로 각각의 안에서도 대립이 생기는 것이 <피라미드 게임>의 특징이다. 그 이유는 각각의 가치관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린과 은별은 피라미드 게임을 유지하려는 캐릭터다. 하지만 피라미드 게임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은별은 애초에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성격으로, 사람들이 제 이기심으로 서로를 물고 뜯는 광경을 좋아하는 인물이기에 그러한 모습을 계속 유지하길 원하는 것이지만, 하린은 자은을 F등급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피라미드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자은 외의 F등급이 늘어나거나 자은이 아닌 다른 학생이 F등급이 되는 상황에서 둘은 대립하게 된다.


수지와 자은은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려는 캐릭터다. 그러나 수지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고 다른 이들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자신이 피해를 얻지 않기 위해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려는 반면, 자은은 지나치게 이타적인 성격이기에 모두가 피해를 얻지 않기 위해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려고 한다. 그렇기에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부수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것에 대해 수지와 자은이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피라미드 게임이 없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수지와 자은이 서로의 가치관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 수지는 자은과 함께하며 사람들의 양심과 선의로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자은은 수지와 함께하며 결국 아무도 다치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수지는 친구들의 양심을 믿으며 저 혼자 짊어지려는 계획을 수정하고, 자은은 조금 더 과감하게 행동을 취한다.


두 번째, 다른 학생들도 제 가치관으로 선악의 경계를 오가는 것. 행복반의 학생들은 위에서 말한 수지와 자은의 가치관을 모두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자신에게 이득인 결정을 할 때도, 혹은 남을 돕기 위한 결정을 할 때도 있다. 결국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기 위한 노력조차도 자신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일 수도, 순수하게 수지와 자은을 선의로 돕기 위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정들이 모여 결국 피라미드 게임의 몰락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


웹툰 <피라미드 게임>은 일반적인 ‘학교폭력물’에서 벗어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대립 구도가 아닌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선악에서 벗어나 각자의 이야기와 가치관이 존재하고, 그러므로 <피라미드 게임>은 더욱 다양하고 변수가 가득한 사건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다시금 학생들이 단순히 악인이거나 선인이 아닌, 아직은 그저 미성숙한 아이들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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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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