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길거리에서 즐기는 소소한 추억 [음식]

길거리 간식 이야기
글 입력 2022.03.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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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 때문에 쉽게 즐길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길거리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기는커녕 마스크를 벗는 것조차 눈치 보일 때가 대부분이니, 자연스레 길거리에 보이던 점포들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길거리에서 간식을 먹던 때가 생각나곤 한다. 물론 아주 맛있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기억에 남을 때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몇천 원씩 지갑에 들고 다니며 군것질이라고 할 수도 있는 소소한 간식을 먹을 때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진정한 ‘소확행’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길거리 간식과 관련된 개인적인 추억을 조금 얘기해보고자 한다.

 

 

 

탕후루, 호기심을 끄는 간식



2010년대 후반 유튜브에서부터 유행을 끌게 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과일에 설탕물을 끼얹어 사탕처럼 만든 간식, 그야말로 달콤함의 극치에 달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창 유튜브로 ASMR을 즐겨 들을 때 탕후루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바삭하게 굳은 설탕물의 식감을 뒤로 아삭거리는 과일의 소리가 들려 ‘저건 어떤 맛일까?’ 하고 상상하곤 했다.

 

주로 명동이나 홍대에서 이 음식을 많이 발견했는데, 아무래도 중국인들도 많이 다니는 거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홍대에서 딸기 탕후루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던 기억이 난다. 워낙 딸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또 설탕물을 입혀 반짝거리는 모습에 유혹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꼬치류의 음식은 먹기가 불편해서 길거리에서는 잘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서 먹어보았다. 그때 먹은 탕후루는 정말 달콤함의 신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끈적이지도 않은 설탕 코팅에 새콤한 딸기의 조화가 신선했다. 과일 알갱이가 하나씩 뱃속으로 사라져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달콤했다.


물론 모든 탕후루가 그렇게 완벽한 조화로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님을 깨달은 때도 있었다. 그때의 탕후루 맛을 잊지 못하고 명동에서 다시 탕후루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설탕 코팅이 자꾸만 이빨에 달라붙어 제대로 씹는 행위를 못 할 정도로 먹는 데에 곤혹을 느끼기도 했고, 아예 설탕물 자체가 덜 굳어 그냥 걸쭉한 설탕물을 입에 머금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설탕물이 얼마나 잘 굳었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는 힘들어서, 마치 복불복 게임처럼 탕후루를 골라야만 했다. 그럼에도 처음에 먹었던 그 탕후루의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계속 희망을 품고 사게 되는 간식이었다.

 

 

 

와플, 투박하지만 자꾸만 손이 가는 간식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길거리에서 파는 와플은 카페나 집에서 먹는 와플과 완전히 다르다. 카페나 홈메이드 와플은 대체로 굵직한 틀 모양에 구워지는 부드러운 식감의 와플이라면, 길거리 와플은 얇은 틀 모양에 구워지는 바삭한 식감의 와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와플이 왜 투박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와플은 요즘 유행하는, 토핑이 가득 채워진 와플이 아니다. 오직 생크림과 시럽으로만 채워진 ‘원조’ 길거리 와플이다. (이걸 원조 와플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어릴 때 먹었던 와플은 대체로 생크림과 시럽만 발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첫 외출 심부름은 집 건너에 있는 점포에서 와플을 사 오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에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들고 커다란 횡단보도를 건너, 마트 앞 작은 포장마차로 가 와플 2개를 달라고 말했고, 와플이 식을까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가서 엄마랑 사이좋게 하나씩 먹었다. 처음 해본 심부름이라 굉장한 뿌듯함을 느껴서 그런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인데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멀리 이사를 하였고, 몇 년 뒤에야 그 장소를 갔을 때는 포장마차도 없어졌을뿐더러 그때의 집도 모습이 많이 바뀐 상태였다.


서울로 이사를 왔을 때는 내가 알던 와플을 찾기가 힘들어서 꽤 아쉬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 와플을 다시 찾게 되었다. 약수역 3호선과 6호선 사이 환승 통로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바쁘게 학교를 오가는 길에도 맛있는 냄새가 나서 잠깐 뭘 파는지 둘러봤더니 와플을 팔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지하철에서 뭔가를 먹기에는 매너가 아닐까 봐 아쉬운 마음으로 지나치기만 했는데, 어느 날은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출출해서 와플 하나를 사 들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통로에 서서 허겁지겁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와플도 내가 알던 아주 맛있는 와플이었다! 그 뒤로 내 기억 속 와플은 심부름 음식에서 귀갓길 음식으로 변하게 되었다.

 

 

 

달고나, 손바닥만한 달콤씁쓸함을 가진 음식



이제는 ‘오징어게임 간식’으로 더 유명해진 달고나. 요즘은 왠지 모르게 달고나를 먹으면 긴박감과 초조함을 가져야만 할 것 같긴 하지만, 분명 한국인이라면 달고나와 관련한 어릴 적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달고나는 붕어빵과 견줄 정도로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학교 뒤 문방구에는 달고나를 만드는 기계가 있었고, 넓은 사거리 쪽에 뻥튀기, 튀밥과 같은 군것질거리와 함께 달고나를 팔던 작은 점포가 있었고, 명동에도 ‘뽑기 성공하면 하나 더’라는 문구와 함께 달고나를 만들던 아주머니가 계셨다.


개인적으로 나는 뽑기를 하는 스릴보다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 자체로 달고나를 즐겼다. 워낙에 승부욕 자체가 강해서 오히려 내기 같은 걸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고나 할까…. 그냥 즐기자고 하는 건데 괜히 모양이 깨지면 속상해지는 마음이 더 크니 뽑기를 즐기지는 않았다. 뽑기를 잘하면 받는다는 ‘대왕 잉어’의 존재도 한참을 지나서야 알았다. 처음에는 달달하지만 마지막에 입에 남는 텁텁한 맛에 어렸을 때는 달고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마치 커피를 저절로 즐기게 되는 것처럼 이제는 그 맛에 빠져든 것 같다. 크기도 조그마하니 사탕처럼 간단하게 와작와작 씹어 먹는 맛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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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길거리 간식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간식인 붕어빵, 컵떡볶이와 오뎅부터 명동과 홍대에서 자주 보이는 회오리감자와 생과일주스, 그리고 종류를 나열하기도 힘든 푸드트럭과 야시장 음식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로 생기를 잃어 길거리에서 추억을 만들 거리가 없다는 게 아쉽다. 물론 한산해지고 깔끔해진 거리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시끌벅적해도 언젠가 다시 길거리에서 맛있는 소소함을 발견하고 그걸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활기찬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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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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