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심코 다운로드한 그 무료 이미지 뒤편의 이야기 - 전시 ‘게티이미지 사진전’

게티 이미지는 하나의 거대한 아카이브였다
글 입력 2022.02.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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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getty images), 이번 전시의 포스터를 접하자마자 그 안에 프린트 되어 있는 익숙한 로고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다양한 대내외활동, 심지어는 인턴 사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무료 이미지 배포 사이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내게 그저 단순히 ‘무료 이미지가 가득한 유용한 사이트’로 기억되고 있던 ‘게티 이미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고, 그동안 별 감흥 없이 소비해오던 한 장의 이미지가 어떤 의미와 시사성을 지니는지 전시를 통해 사료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함께 ‘게티 이미지 사진전’속으로 들어가 보자.

 

 

 

Prologue - 암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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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공간의 이름처럼 정말 암실이라도 되는 듯 조도가 낮고 사진들이 공간을 에워싼 둥근 형태로 관람객의 몰입감을 이끌어 낸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게티 이미지사의 이미지들을 온라인으로 만나보고 있지만, 게티 이미지사가 전체 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기기 전에는 이런 ‘암실’에서 사진을 수작업으로 현상했다고 한다.


전시장 내 게재된 설명란의 ‘사진을 인화하는 것은 사진작가가 보는 시선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사진 작가의 시선으로 담긴 찰나의 순간은 암실을 통해 고유의 색깔을 지닌 채 현상되며 화면 속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정말 암실은 사진에 또다른 숨결을 불어넣는 산실 같은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에서 한 가지 더 두드러져 보이는 요소는 중앙에 위치한 체험 부스이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게티 이미지사의 사진 중 한 가지를 골라 특수 장비를 통해 ‘게티 이미지 마크’를 찍어낼 수 있다. 사진 현상 과정 전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무리에 해당하는 마크를 새기는 작업을 직접 해보며 어쩌면 우리는 사진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조금쯤 더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Section 1. -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암실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1관의 전시가 시작된다. 1관에서는 게티이미지가 지닌 방대한 아카이브 중 현상되어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이라는 작품이 지닌 그 자체의 클래식한 매력과 멋을 이 공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곳의 사진들은 세계 방방곳곳에서 수집된 여러 순간들을 프레임 속에 가두어 시공간을 뛰어 넘은 채 우리 앞에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인상깊었던 작품 몇 점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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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접하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단연 큰 통창을 통해 역사 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 줄기였다. 흑백 사진이니만큼 사진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 덕분에 빛줄기가 더욱 부각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만 같은 빛줄기의 모습은 어쩐지 실체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대합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빛줄기와는 대비되는 흑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이들은 그림자들처럼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 묘한 지점이 이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게 만든다. 서로가 누구인지를 모른 채 모여들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그들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그림자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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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인 마냥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 사진의 제목은 ‘이스트엔드의 사제’이다. 사진의 캡션을 통해 사진 속 원색의 원피스에 구두까지 갖춰 신은 어린 소녀가 어머니의 반대로 전쟁 중 피란을 떠나지 못한 헬렌 부시라는 이름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잿더미로 변해버린 건축물 잔해는 아마 한때는 굳건한 위용을 뽐냈지만 한순간에 폭파되어버린 집에서 유래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 어린 소녀 헬렌은 먼지 구덩이가 되어 버린 자신의 마을에서 구호품을 챙기는 사제를 돕게 되었을까? ‘전쟁’, ‘폭파’, ‘재난’과는 거리가 먼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을 저 어리고 작은 소녀는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소녀의 한나절은 사진 속에 영원으로 남아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이 사진을 통해 종군기자의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닌 채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실 정신없는 전시 상황 속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종군 기자의 존재는 그리 환영 받지도, 이해 받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에도 기자들은 간혹 ‘기레기’라는 별칭아닌 멸칭을 듣곤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종군 기자가 그 전시 상황을 사진으로 기록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그 상황을 겪은 이들은 어느 정도의 기억은 지니고 있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을 어떠한 감정이나 왜곡 없이 있는 그래도 전하는 것은 사진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버트 하디의 ‘이스트엔드의 사제’라는 사진은 이렇게 남겨져 우리에게 머나먼 그 나라, 그 시절의 순간을 생생하게 불러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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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작품을 언급할 것이다. 어쩌면 그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 앞에 유독 많은 사람이 모여 들어 오랜 시간을 들여 작품을 관람하곤 했으니까. 그만큼 이 작품은 사람을 끌어 들이는 힘이 있다. 다시 말해, 전시의 메인 포스터를 차지할만큼의 위용을 지닌 작품이었다.


언뜻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작품 외관을 감싸고 있는 것이 일렁이는 파도인줄로 알았다. 그리고 캡션을 확인하여 이 장면이 동굴 속에서 외부를 향하게 셔터를 누른 것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특이한 모양의 동굴 입구를 통해 내다 보이는 풍경이 남극의 것이었음을 알게 된 다음 순간에는 이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남극은 언제나 설레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상상해도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감상 하는 내내 그런 미지의 세계인 남극의 매력을 이보다 잘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어붙은 남극의 모습과 파도처럼 일렁이는 동굴의 벽면이 만나 만들어낸 이 명장면은 남극에 대한 나의 상상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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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이다. 이 작품을 접한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혹시 합성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사진 속에 담긴 장면은 극히 현실감이 없다. 허공에 놓인 철근에 너무나도 편안하게 올라 앉아 있는 11명의 노동자들과 그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뉴욕의 전경이라니,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누구도 이 순간이 사진으로 포착되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내 눈으로만 담기에 너무 아쉬운 찰나를 포착했을 때의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 이 사진의 작가인 베트만 역시 그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그랬기에 이렇듯 믿기 힘든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Section 2. - 현대르포의 세계


 

전시의 두번째 섹션으로 넘어가면, 이 공간에서는 종군기자들과 협력 사진작가들의 르포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각각의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이슈를 다룬 사진들이 공간을 가득 매우고 있다. 작품들과 각각의 설명들에 빠져들다 보면, 작가들이 다룬 이슈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방대하며 그것들이 또한 얼마나 큰 시사성을 지니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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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한 헤리트 여성’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인상 깊었는데, 이 작품을 다룬 작가는 여성이 아직까지도 얼마나 종속적인 위치를 지니는 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여성을 속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지닌 히잡을 연상케 하는 것을 머리에 두른 헤리트 여성이 손의 화상 자국이 훤히 보이도록 포즈를 취하고 찍은 이 사진은 그녀가 얼마나 종속적인 삶을 살았기에 스스로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반문하게 만든다.


이 공간은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그 모습을 남길 수 없어 아쉬웠는데, 가운데 위치했던 작가들의 책상을 재현해 놓은 듯한 구성이 매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책상 위에는 작가의 명함, 현상 하기 전 필름 형태의 사진, 흩뿌려진 돋보기 등이 위치해 마치 사진 작가가 금방이라도 작업을 하다 급하게 자리를 뜬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Section 3. 기록의 시대 – The Age of Records

Section 4. 연대(連帶)의 연대기(年代記) – History Repeats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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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후반부인 섹션 3,4는 사실 같은 공간의 한쪽 씩 차지하며 공존하고 있었기에 같이 다루어 보고자 한다. 3번째 섹션에서는 타공판을 연상케 하는 나무 판에 부착된 프레임을 통해 시대의 굵직한 흐름을 관통하는 각 주제별로 의미 있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고, 4번째 섹션에서는 영상을 통해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발생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 두 점을 교차 구성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4번째 섹션의 구성이 인상깊었는데, 이 공간의 모니터가 보여주는 두 이미지는 분명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찍힌 것이었지만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전시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고단함을 풀며 이 이미지들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두 이미지가 다른 시공간에서 찍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왜일까? 어쩌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문구처럼 역사는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는 이미지의 향연들은 우리가 지나온 역사에 대해 다시금 반추하게끔 만든다. 우리는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고도 수 없이 전쟁을 일으켜 왔으며 또 허무한 희생을 치루어 냈다. 어쩌면 이미지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되물림의 고리를 현재의 우리가 끊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섹션 3, 4에서 각각 인쇄 이미지와 영상 매체라는 상반되는 방법을 통해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 구간씩 음미하며 보는 것도 좋지만 3번째 섹션과 4번째 색션을 오가며 관람하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각기 다른 매력을 한번에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Section 5. 일상으로 초대 – An Invitation to Everyd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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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매우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고정된 이미지만을 접하고 넘어온 관람객들은 이 곳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 또 한번 이미지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분명 어딘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새삼 움직임이는 영상이 이미지에 부여하는 생동감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구성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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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공간을 넘어서면 마치 텔레비전처럼 구성된 이미지 상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게 중에는 일전에 관람했던 작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한 데 모여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일상’이었다.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했던 그 일상은 이제 텔레비전 속 남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낯설고 이질적으로 변해 있다는 그 씁쓸한 사실이 우리를 감싼다. 그럼에도 이미지들은 언젠가 일상을 회복한 우리들이 되돌아갈 그곳을 비추며 우리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내는 듯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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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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