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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무도 택시기사는 생각하지 않죠 [사람]

우리 아빠는 택시 기사입니다.

by 방지수 에디터
2026.08.07 14:29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은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며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데 누구를 믿지? 어디를 가든 눈에 띄지 않고, 군중 속에서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택시기사는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며 말한다.

“아무도 택시기사는 생각하지 않죠.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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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택시기사에게 곧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차 문을 닫고 나면,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금세 잊는다.

도시 한가운데를 끊임없이 오가지만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사람. 그 장면에서 내 기억에 오래 남은 건 택시기사가 범인이었다는 사실보다, 사람들이 택시기사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아빠의 하루


늦은 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아침보다 확연히 푸석해진 얼굴의 아빠를 마주쳤다.

“다녀오셨어요? 오늘은 어떠셨어요?”

“깨어있었네? 아니, 마지막 손님이 내릴 때 되니까 갑자기 돈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부족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가지고 있는 돈만이라도 꺼내보라고 설득했지 뭐. 원래는 삼만 원 받아야 할 거 만 원밖에 못 받았네. 아이고, 피곤해라.”

몸이 뻐근한지 이곳저곳 두드리며 침대로 걸어간 아빠는 옷을 갈아입자마자 잠에 들었다. 나도 내 방으로 다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오늘 뭘 하면서 지냈더라.
 
 
 
나의 하루

 

친구와 함께 전시회를 본 뒤, 근처 카페에서 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같이 놀아서 너무 재미있었어. 집 조심히 들어가! 다음에 또 놀자.'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보낸 뒤,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맑고 초록빛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렸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즐거워 보였다. 그때, 주황빛 택시등을 쓴 차가 내 옆을 지나갔다. 심장이 쿵 가라앉았다. 그 택시의 운전석에 아빠가 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건 택시의 차종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동안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어디쯤 달리고 있을지, 어떤 손님을 태우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늘은 별일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존재

 

아빠가 택시기사가 되기 전까지 거리의 택시를 눈여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수없이 내 곁을 지나갔을 텐데도 그저 풍경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런데 아빠가 택시 운전을 시작한 뒤부터 길 위의 택시 한 대 한 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빠는 항상 내 곁에 존재해왔지만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마치 거리의 택시처럼.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날이면 아빠가 준 용돈을 지갑에 챙겼고, 내 얼굴에는 아빠와 닮은 눈과 코가 있었다. 화가 나면 욱하는 성격, 생선을 싫어하는 입맛도 아빠로부터 온 나의 일부였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곳곳에 아빠가 있었다.

 

 

 

택시기사라는 사람



택시를 타게 되면 기사님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 나는 오늘 몇 번째 손님인지, 식사는 하셨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동안 나는 목적지를 말한 뒤 기사님의 뒷모습만 무심히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는 기사님의 알 수 없는 표정이 백미러로 보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어엿한 중년 남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청년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체구가 컸을 그의 뒷모습을 상상했다. 

 

미터기에서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그의 시간도 흘러가고 있었다.

 

 

 

아빠라는 사람


 

내가 아빠의 차에 탈 때는 미터기가 켜지지 않는다. 마치 그 안에서만큼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고, 나의 하루에 있었던 일을 열심히 들어주곤 했다.

 

물론 시간은 흘렀다. 조금씩 늘어가는 흰머리와 작아진 체구가 그걸 말해준다. 하지만 아빠와 나 사이에 있는 미터기 화면의 요금은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이제 그만 내리라고 말한 적도 없었다.


아빠는 그저 묵묵히 운전하며 내 곁을 지켜주었을 뿐이다.

 

요즘은 아빠와도 맛있는 것을 더 자주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오래 나누려고 한다. 먼저 안부를 묻고, 함께 있지 않을 때면 짧은 메시지라도 남긴다. 늦은 밤까지 운전하는 날에는 꼭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조심히 들어오세요. 이따 집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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