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각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다 [미술]

Camille Claudel 까미유 끌로델
글 입력 2022.01.04 13: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갖고 작업에 임한다. 숙련된 예술가들은 단순히 표현하고픈 욕구에서 충동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지와 이념에 따라 사용할 재료까지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조각예술은 선사시대부터 누군가를 숭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역사가 유구하다.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현대 조각 이전의 조각에서는 신이나 영웅을 묘사하는 초상조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중세에 종교관이 뚜렷하기 때문인데, 근대에 들어서는 부르주아들을 위한 작품이 되어 예술가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까미유 끌로델은 알프레드 부셰에게 조각 지도를 받으면서 많은 초상조각들을 제작한 예술가이다. 주로 자신의 지인이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여 모델의 실제 모습을 구현하는데 뛰어난 감각을 지녔다. 그녀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면 보이지 않은 내면의 표현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표현한 것이 큰 특징이다.

 

세계적인 걸작을 남긴 그녀의 삶은 사실 어귀스트 로댕에 가려져왔다. 그녀의 예술적 가치를 묻고 자신만을 드러내고자 했던 로댕이 아닌, 그리고 로댕의 연인이 아닌 오로지 예술가 까미유 끌로델의 예술성과 작품의 의미를 담아볼 예정이다.

 

 

Musée_Camille_Claudel_08092019_Alfred_Boucher_Sophie_Boucher_Bronze_1_8473.jpg
알프레드 부셰의 흉상

 

 

자신의 스승인 알프레드 부셰의 모습을 작업한 <알프레드 부셰의 흉상>이다.

 

이 작품을 보면 주름진 얼굴과 입가의 표현은 자상한 스승의 성품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얼굴의 묘사와는 반대로 가슴 부분은 거친 질감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조각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음영의 대조나 내적 진실 묘사가 특히 탁월하게 드러나 있는데, 부셰는 이러한 그녀의 능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까미유의 작품들은 대부분 행복해 보이는 것이 별로 없다. 꼭 다문 입,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표정, 혹은 탐구하고 있는 표정 등, 웃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환경으로 웃는 일이 적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만 그녀가 이 작품에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한껏 담았다는 것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lossy-page1-1200px-Busto_de_Rodin.tif.jpg
어귀스트 로댕의 흉상 1888-1892

 

 

<오귀스트 로댕의 흉상>을 보자.

 

로댕은 까미유의 삶과 작품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그녀의 삶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로댕 역시 까미유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작품을 보면 로댕의 모습이 정확하게 묘사되었으면서도 전적으로 사실성만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로댕의 인간성을 부각시키며 그의 고뇌하고 번민하고 있는 내적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것은 까미유가 가지고 있는 로댕에 대한 마음이 단순한 초상조각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승에 대한 신뢰와 애정, 사랑과 존경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26_La_PetiteChatelaine.jpg
어린 소녀 샤틀렌느 1892-1896

 

 

<어린 소녀 샤틀렌느>는 아이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가득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모델은 이즐레뜨 성의 여주인의 손녀로 6살 난 어린 소녀이다. 작품은 마치 어린아이가 세상에 대한 신비함과 두려움을 같이 가지고 바라보고 있으면서, 무엇인가를 묻는 듯한 두 눈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또한 홍조를 띤 아이의 얼굴 표정과 크게 뜬 두 눈은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귀엽게 모난 턱과 숨 쉬는 듯한 입 등을 표현했다. 이는 아이의 강한 자신감과 적극적이며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까미유는 이 작품으로 무엇을 드러내려 했을까. 자신의 호기심 많았던 어린 시절, 열정과 강한 자신감, 적극적인 성격의 자신을 투영하려 했던 것일까.

 

 

Camille-Claudel-Portrait-The-Implorer-1898.jpg
애원 1899

 

 

까미유 끌로델은 초상조각에서 점차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실제 자신의 삶의 기록들을 드라마틱한 주제로 형상화하여 극적인 조각을 작업했는데 그중 <애원>을 보고자 한다.

 

<애원> 속 모델은 몸을 곧게 세웠으며, 손은 더욱 오므리고 있고 쪽 찐 머리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로댕과의 결별 이후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그녀의 마음이 표출되어 있는 듯하다. 자신의 운명을 음악적 리듬감에 맡긴 듯 팔을 높이 쳐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로댕으로 인해 힘들고 기구한 자신의 인생을 극복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2999076-cc-rfe11-jpg_2618874.jpg
파도 1897-1903

 

 

<파도>는 장식적인 표현이 강조되어 화려하고 섬세함이 돋보인다.

 

독특한 것은 오닉스라는 새로운 재료를 조각에 도입하여 창조하였다는 것이다. 장식예술에 사용되는 오닉스는 값이 비싸고 다듬기가 어려운 재료임에도 까미유는 이 새로운 재료를 자신의 작품세계에 끌어들여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작품을 보면 거대한 파도가 물속의 3명의 여인들을 곧 덮칠 듯한 기세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여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초록색 오닉스로 넘실거리는 곡선의 파도와 청동을 이용하여 화려함을 더한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특히 <파도>를 통해 까미유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현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camille-claudel-portrait-with-sculpture.jpg


 

까미유 끌로델은 로댕에 가려져 있던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조각예술가였다.

 

비록 비극적인 생애로 인해 그녀의 작품성보다 인생관에 관심이 크지만 까미유 역시 동시대의 로댕과 같이 현대조각으로의 변화에 앞장섰던 조각가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조형적 균형과 세련된 기교, 내면적 감정의 표출과 장식적인 요소, 그리고 뛰어난 영감에 기초한 상징성으로 인체를 본질적으로 추구하였다. 특히 독창적인 재료를 선택하여 재료적인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기도 했다.

 

이 글로 하여금 부디 까미유 끌로델만의 감성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조각예술의 극치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