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봐도 충격적인 '지킬 앤 하이드'를 기록하다 [공연]

2019년 1월 그리고 2021년 11월
글 입력 2021.12.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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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번 본 극을 다시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인 홍광호가 출연하는 <지킬 앤 하이드>는 예외였다.

 

지난 2019년 1월에 봤던 <지킬 앤 하이드>는 내가 뮤지컬 쪽으로 진출해야겠다는 확신을 주었던 극이고, 이 때문에 2021년 11월에 다시 샤롯데씨어터를 찾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무대 위 모습이 그려지며 다시금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2년 전에는 홍광호에게 집중하느라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부르는 '지금 이 순간'과 'Confrontation' 넘버를 들으며 잠시 넋이 나갔었다. 그는 마치 샤롯데씨어터 지붕을 뚫을 정도로 엄청난 성량을 자랑한 것은 물론, 신들린 연기력으로 관객 모두를 압도해버렸다.

 

특히 'Confrontation'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였다.

   

 

지킬

밤 검은 어둠 길 잃은 영혼

새벽은 멀고 끝 없는 밤

세상 그 무엇도 날 막을 순 없어

승리하겠어 끝내 이겨내

 

하이드

시끄러워 죽겠구만 뭐라 지껄여

가소로워 승리를 한다고

듣다보니 안쓰러워 니가 불쌍해

넌 나를 못 벗어나 절대

 

 

물론 두 넘버를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놓쳐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극의 이야기와 구성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지킬 앤 하이드>를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9년과 2021년 극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중간에 애드립이 추가된 걸 빼고는 크게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 워낙 무거운 내용의 극이다 보니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대중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극으로서 조금의 변화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는 순간, 앙상블이 꾸미는 'Facade'를 보며 전율이 일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완벽한 합을 자랑하는 그들에 극 속 세계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의 중반쯤 지킬 박사가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노래하는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이제는 눈 감고도 부를 정도로 귀에 익은 넘버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듣는 건 차원이 달랐다. 상상 그 이상의 감동을 준 홍광호의 2021년 '지금 이 순간'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 같다.

   

 



2막의 하이라이트 'Confrontation'은 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킬과 악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하이드의 갈등이 하나의 인물을 통해 실감 나게 표현되었다. 처음 보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초 단위로 인격이 바뀌는 연기에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른다.

 

후반부에 엠마와 루시가 함께 부르는 'In His Eyes'는 기약 없는 사랑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표현함으로써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지킬과 하이드로 인해 사랑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그녀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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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일 7시 30분 공연

 

 

이번에는 믿고 보는 조합인 홍광호, 윤공주, 조정은 캐스트로 예매했다. 세분 모두 베테랑이라 그런지 어려운 난이도의 넘버도 막힘 없이 소화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홍광호는 지킬 박사일 때는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였지만, 하이드일 때는 성대를 긁는 듯 낮고 거친 목소리로 바뀌었다. 완전히 상반된 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역시 최고의 뮤지컬 배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공주와 조정은은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는 배역을 맡은 듯 보였다. 청순가련 엠마와 팜므 파탈 루시가 무대 위에서 살아난 것 같았다. 'A New Life''Once Upon a Time' 같은 각자의 솔로 넘버는 물론이고, 위에서 언급한 ‘In His Eyes’와 같은 듀엣 넘버도 환상적이었기에 두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장면을 늘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의 <지킬 앤 하이드>는 2019년 공연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았다. 그들은 "여기서 더 잘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에 "그럼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는 듯했다. 엄청 신선하고 매력적인 뮤지컬은 아니지만, 한번 보면 못 잊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뮤지컬이다.

 

나 역시 이번이 두 번째인데도 그 여파가 어마어마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쯤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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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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