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 보기에는 아쉬운 드라마 [드라마/예능]

또 일낸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글 입력 2021.11.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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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조용한 희망> 중

 

 

10월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미국 내에서 시청률 1위를 달성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부, 파출부를 뜻하는 MAID라는 원제가 아닌 완전히 다른 제목인 <조용한 희망>으로 공개됐다.


미혼모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 드라마가 희망찬 적이 거의 없어서 일까 고작 28살에 3살 된 딸을 둔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봐도 고생과 우울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조용해도 어쨌든 희망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조용한 희망>이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파출부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게 주 내용이라 드라마를 보는 중에는 드라마의 내용과 동떨어진 것 같은 <조용한 희망>이라는 제목이 아쉬웠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원제인 나 <청소부>, <파출부>가 제목이었다면 오히려 더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주인공 알렉스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손님 숀과 연애를 하고, 숀의 트레일러에서 함께 동거를 하던 중 중 임신을 하게 된다. 작가를 꿈꾸던 알렉스는 몬태나 예술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작가 과정을 배울 예정이었지만 임신으로 이를 포기한다. 알렉스는 육아를, 숀은 바텐더로 일을 하며 돈을 벌며 살아가는데 알코올 중독이 있는 숀이 알렉스에게 언성을 높이며 유리잔을 던진 날 밤, 위협을 느낀 알렉스는 매디를 데리고 트레일러를 떠난다.


무작정 매디를 태운 차를 끌고 트레일러를 떠난 알렉스는 돈도, 직업도, 이제는 지낼 곳마저 없어지자 다음날 도움을 얻기 위해 사회복지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직업과 지낼 곳이 있어야 하고 임시 주거지 신청자는 차고 넘친다.


한밤중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는 건 대부분 가정폭력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회복지사는 알렉스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냐고 묻지만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만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한 알렉스는 가정폭력을 당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본인이 가정폭력을 당한 게 아니라고 하니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한 쉼터를 소개해 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청소업체를 소개해 주고, 알렉스는 파출부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일을 하는 중에는 매디를 엄마 폴라에게 맡기는데, 알렉스의 인생이 기구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아빠와 헤어지고 혼자 알렉스를 키운 엄마는 조울증, 망상증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라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하고 변덕까지 심하다. 매디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호주인 행세를 하며 엄마에게 빌붙어 사는 바질 때문에 엄마까지 신경 써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는 사고로 견인되고, 숀은 한밤중에 통보도 없이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통해 양육권 소송을 걸고, 피셔 아일랜드에 사는 알렉스의 첫 의뢰인 변호사 레지나는 청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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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가 지내던 가정폭력 쉼터

 

 

그러던 중 자신이 겪은 것이 가정폭력임을 알게 된 알렉스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한 쉼터에 들어가게 된다. 쉼터라기에 정말 임시 거처 같은 곳 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실, 침실, 주방까지 다 갖춘 아파트형인 것에 살짝 놀랐다. 사실 쉼터의 존재도, 쉼터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도, 쉼터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신변을 잘 보호해 주는 것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지 않을까.

 

쉼터에 입소한 알렉스는 23호에 사는 대니엘을 만나게 된다. 대니엘은 남편에게 목을 졸리기도 하며 신체적인 폭력에 시달리다가 쉼터에 왔다. 내가 드라마,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다니엘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알렉스의 뒤통수를 치는 것 아닐까 의심부터 하고 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렉스에게 호의적이었던 대니엘은 매디가 좋아할 만한 조랑말 인형 꾸러미를 건네고 양육권 재판에 갈 때 입을 옷까지 입혀준다.


그런 대니엘이 어느 날 갑자기 쉼터에서 나가자 알렉스는 관리자 데니즈에게 대니엘의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달라고 한다. 하지만 데니즈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며 뇌리에 박히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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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를 듣고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목을 졸리는 가정폭력을 당했는데도 다시 돌아간다니. 그리고 완전히 떠나기 전에 7번이나 다시 돌아간다니. 왜?라는 의문이 절로 들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이 있고 마약까지 복용하는 엄마 아래서 자라온 탓에 9살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숀이 그런 대물림을 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래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한 번은 봐줄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 관계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할 정돈데, 피해자들은 오죽할까. 직업과 수입 없이 주부로 지내온 기간이 길어 집을 나오긴 했지만 갈 곳이 없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쓰고는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은 많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까지만 쓰려 한다.


주인공 알렉스를 맡은 마가렛 퀄리는 <조용한 희망>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알렉스 그 자체가 되어있었다. 드라마 내내 엄마라고 울음을 꾹 참는 연기를 하다 후반부에 눈물을 줄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따라 울고 있었다.


엄마 폴라 역 앤디 맥도웰과 실제 모녀라 그런지 관심을 끄고 싶어도 어릴 적 아빠와 헤어지고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과 갑갑함이 잘 느껴졌다. 폴라는 제멋대로에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았지만 그런 역할에서도 앤디 맥도웰의 사랑스러움은 숨길 수 없었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실화에서 영감받아 각색한 드라마라 그런지 긴장감 고조를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일 없이 한 사람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는 헌신적인 엄마가 아닌, 딸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개척해나가는 꿈을 가진 한 20대의 모습으로 그렸다는 점이 그동안의 미혼모를 주제로 한 드라마, 영화와는 달라 더 와닿았다. 특히 매체 속 미혼모들은 성욕도 없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질 때가 많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알렉스가 틴더를 통해 파트너를 찾는 장면이 나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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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가정폭력의 대물림을 끊고 멋진 풍경 속 매디와 알렉스를 배경으로 알렉스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데, 넷플릭스가 또 한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화와 마지막 화 엔딩 크레딧에 가정폭력을 겪은 혹은 겪는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가 삽입된 것을 보고 이 드라마가 몇 명의 삶을 바꿀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출, 서사, 연기, 내용 모두가 완벽했던 나만 보기 너무 아쉬운 드라마 <조용한 희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알아가길 바라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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