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구 트위터)에서 자동번역 기능을 도입하고 '바벨탑 세워졌다'라는 평을 듣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모르는 이와 번역기를 끼지 않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해외의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멘션으로 정정해 주는 외국인의 설명도 볼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진다는 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처럼 보였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시공간을 넘어서 실시간으로 외국인과 서로의 모국어로 소통하는 건 전에는 없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내 타임라인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와 틀린 정보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관심 없음' 기능은 만능이 아니었다. 일부 언어의 자동번역 기능을 꺼놨다가, 정보를 놓치는 것 같아서 다시 모든 걸 허용했다. 최초에는 벽이 허물어졌다고 느꼈지만, 사실 번역이 무료가 되었을 뿐이었다.
최근 1-2년 사이에 의도를 가진 사람이 사건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번역해서 퍼뜨리는 걸 보게 된다. 최근에는 프랑스 시위가 대표적인 예인데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유를 파악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된 글을 팩트체크 없이 받아들인다.
교원 부족과 학교 시설의 노후화로 공교육 서비스의 저하로 인해 학교에서 시위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나, 국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은 온데간데없고 이민자 문제로 둔갑하더니 이슬람을 비난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관련 이슈를 오해하기 쉬운 논조를 덧발라 끌어올렸다.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자동번역이라는 기능을 얼마나 활용하며 지내고 있었을까. 인터넷 브라우저만 해도 예전부터 자동 번역 기능을 제공했고, 채팅형 AI의 등장으로 단순 번역을 넘어 해설을 붙인 해석본을 받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카드 뉴스의 첫 장, 쇼츠의 썸네일을 정보라고 착각하고 받아들인다. 과잉 정보의 사회에서 취사선택조차 피곤한 일이 되어 일부는 책 제목을 내용이라 판단하기 시작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글을 쓰는 건 빠르고 쉽지만, 오해를 바로잡는 정확한 정보는 그보다 늦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해라',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 '본문을 읽어라'.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조언은 점점 더 좁은 범위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조언은 다수를 향해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기술의 발전으로 달라진 환경은 개개인의 사고의 폭을 넓힐 거라 생각했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요즘에는 다음 세대를 기대하는 일보다 의도를 가진 세력에게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된다.
달라진 환경을 유용하게 쓸 기회는 눈을 제대로 뜨고 있는 자에게 찾아오는 것 같아서 시야가 혼탁해지지 않게 눈으로라도 세상을 부지런히 뛰어다녀야겠다고 다짐하는 날이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싸우면서 사실을 정정해 나가야지.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사실이 닿을 수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