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더 이상 목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글 입력 2022.03.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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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한 번 크게 앓은 후, 목 상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평소 사용할 일이 많은 목이 아픈 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대화하거나 식사할 때는 물론, 자는 데도 문제가 생겼다. 자꾸만 따끔거리는 목 때문에 신경 쓰여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새벽이 되어야만 잠이 드는 건 물론, 잠을 설친 탓에 찝찝한 채로 깨다 보니 온 신경이 곤두섰다.

 

혹시 코로나 때문은 아닐까 싶어 자가진단키트도 해보고, 신속항원검사도 받았지만 언제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목이 아픈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두 달 동안 병원에 다니며 검진을 받고, 온갖 약을 처방받았다. 최종적으로 역류성 인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듣고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그래도 차도가 없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가습기도 틀고, 따뜻한 물과 양배추즙을 마시는 등 목에 좋은 건 무엇이든 해봤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 목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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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석 달이나 인후통을 호소하니 지긋지긋했다. 처음에는 걱정하던 가족들도 어느 순간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아팠다가 나았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심지어 내시경 결과에서도 심각한 문제는 없었기에 의사 선생님께서도 증상이 악화되면 찾아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목이 아파도 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먹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니 찾지 않게 된 건 당연한 처사였다.

 

가뜩이나 불안한 시국에 목이 아프다 보니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꺼려져서 약속을 취소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목이 괜찮아지면 만나자는 기약 없는 말을 건넸다. 중요한 일정은 사전에 음성임을 확인하고 나갔지만, 그럼에도 은연중에 불안감과 죄책감이 느껴졌다. 매일같이 증상을 겪고 있으니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던 것이다.

 

평소 말이 많은 편이었던 나는 반강제적으로 말을 줄이게 되었다. 말을 오래 하면 목이 말라왔고, 이내 헛기침이 쏟아졌다. 옆에 물을 두지 않고는 원활하게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더욱 곤혹스러웠다. 간단한 요청이나 질문인데도 말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으로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거칠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니 손님이 탐탁지 않게 여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의 지속은 컨디션 악화를 불러왔다. 글보단 말로 표현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무기력한 순간은 없었다. 평소가 70~80%였다면 지금은 30~40%의 컨디션으로 살아가는 듯하달까? 상처 난 목을 신경 쓰느라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침을 삼키고, 아픈 부분 주위를 만지고, 거울로 목 안쪽을 관찰하는 등 목 상태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이따금 목과 연결된 귀까지 콕콕 쑤시며 아플 때는 정말로 모든 걸 내팽개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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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픈 지 3개월 차에 접어드니 주변 사람들 모두 내가 목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했고, 누군가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누군가는 약을 먹으라고 했고, 누군가는 아프지 말라며 위로해주었다. 그들의 조언이 도움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는 내 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산 나를 짜증 내지 않고 받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최근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목감기에 걸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주변에도 목이 쉬거나 부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괜스레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비록 나처럼 오래 아픈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그분들이 나아가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깨끗이 회복하리라는 희망을 얻게 된다. 하루빨리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목 아픔이 없어지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픔이 찾아오지 않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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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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