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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디세우스는 과연 진정한 영웅일까? - 책 '오디세이아'

인물 한 명이 나 자신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만들다니.

by 김규리 에디터
2026.08.19 12:20

2026년 8월, 가장 뜨거운 영화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영화 <오디세이>를 떠올릴 것이다.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데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그린 작품. 여기에 막대한 제작비와 쟁쟁한 배우들, 그리고 눈을 뗄 수 없는 미장센까지 더해지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영화 <오디세이>가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오디세우스라는 이름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로마신화도 이미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생이라면 그리스 로마신화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들이 어렸을 당시,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룬 만화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아이들이 그 만화를 읽었다.

 

나 역시 그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도 만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에게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그저 수많은 영웅담 중 하나에 불과했다.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도,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접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잊고 있던 장면들이 하나둘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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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디세이아>를 읽으며, 그 장면들은 더욱 또렷하게 살아났다. '맞아 그랬었지, 이런 내용이 있었지.' 저 먼 기억 속에 잠들어 있었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오랜만에 그리스 로마신화 특유의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 <오디세이아>는 대중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호메로스가 쓴 대서사시로,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10여 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트로이 목마의 주역, 오디세우스. 하지만 뛰어난 기지로 전쟁을 이끈 그 역시, 오랜 기간 이어진 인간들의 전쟁으로 발발한 신들의 분노를 피할 순 없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10여 년을 바다 위에서 방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의 배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먼 길에 필요한 식량과 휴식을 위해 크고 작은 섬에 정박하게 된다. 하지만 섬들에게 그와 병사들은 그저 이방인일 뿐. 제우스의 법에 따라, 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주인은 없다.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 과정에 오디세우스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병사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리더가 되려 죽음에 한몫했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이 키클롭스를 만났을 때를 예로 들어 보자.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병사들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에 격분한 오디세우스는 가까스로 키클롭스에게서 탈출을 한 이후, 감정적인 도발을 하여 다시금 병사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그와 병사들이 탄 배로 키클롭스가 커다란 바위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며, '오디세우스를 진정한 리더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감정적인 그의 대처가 아쉬웠고, 그의 미성숙한 행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병사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행동에서 오히려 그의 인간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대한 전쟁의 영웅 역시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책 <오디세이아>의 매력이 아닐까? 그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아닌,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에 대해, 그의 입체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영화 <오디세이>가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을 표면 위로 불러왔다면, 책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질문한다. 만일 이랬다면, 혹은 저랬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참으로 재미난 책이다.

 

물론 책 속에는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더불어 그리스 로마신화 속 신들의 이름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디세우스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으로 꽉 차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아닌 또 다른 때, 책 <오디세이아>를 읽었다면 다른 인상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6년의 나는 오디세우스의 영웅적 자질에 꽂혔다. 그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소망의 투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물 한 명이 나 자신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만들다니. 아, 이것이 바로 오랜 시간 숨 쉬고 있는 고전의 위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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