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고르자면 그것은 바로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기까지의 이야기, 10년간 이어진 전쟁과 트로이 목마로 인한 패배, 그리고 그리스의 장수들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들의 후손이 후에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지까지. 이때 살아남은 트로이 왕가의 마지막 생존자 아이네이아스가 로마 제국의 초석이 되기도 하기에, 트로이 전쟁이야말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라 부를 만하다.
트로이 전쟁을 알고자 한다면 호메로스가 남긴 두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주목해야 한다. 이 두 서사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축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에 전해져 내려오며 여러 다른 이야기들의 근간이 되어 왔다. 특히 <오디세이아>는 모험과 방랑 끝에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 서사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보다 쉽게 풀어 쓴 <오디세이아>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인간 영웅, 오디세우스
트로이 전쟁에 나선 영웅은 비단 오디세우스 한 명뿐이 아니다. 스틱스 강에 몸을 담가 불사의 능력을 가지게 된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스의 친척 디오메데스, 트로이의 전설적인 장수 헥토르,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 이렇게 수많은 영웅들을 제쳐두고, 오디세우스가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 된 연유는 무엇일까? 난 그것이 오디세우스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인간 영웅’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오디세우스는 완전무결하고 고결한 인간이 아니다. 그는 지혜롭고 꾀가 많은 장군이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야망과 욕심이 있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이렌들의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서 자신은 귀를 막지 않은 채 배에 묶이는 모습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키클롭스의 동굴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머무르는 모습 등이, 그가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무엇이든 감수하는 성격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더없이 인간적이다. 우리가 한쪽으로는 비난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오디세우스가 20년 동안 간절하게 바라던 것은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의 목표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해 영웅이 되면 죽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래 살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웅이 되길 원한다. 명예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고, 자신이 전장의 영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이다. 우리는 그런 아킬레우스를 보며 감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통의 인간은 영웅이 되는 대신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와는 궁극적으로 다른 목표를 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명예로운 영웅이 되기를 원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안전하고 평온한 가정에서의 행복을 원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명예’가 아닌, ‘귀향’이다. 그는 여신 칼립소가 “나와 결혼해 살며 영원한 생명과 젊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는다. 그를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떠돌게 하는 것은 ‘집’에 가서 안온한 일상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돌아가, 전쟁 전의 일상을 다시 되찾는 것만이 그에게 남은 과제이다.
오랜 방황 끝에 오디세우스는 결국 이타케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서 가족들을 위협하던 이들을 응징하고,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돌아갈 곳이 있는 방황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공감하고 이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는 ‘우리’와 가장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인물이다. 반신반인 영웅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몇 안 되는,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을 품은 영웅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