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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는 평생 자신을 넘어가는 중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낙타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by 최아정 에디터
2026.08.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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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한 번 읽고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철학적 개념은 방대했고 한참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 쉬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분명 글자를 읽고 있는데도 그 의미를 붙잡지 못한 채 몇 번이고 같은 곳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여러 번 펼쳐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모든 문장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간 대목도 있었고, 읽고도 머릿속에 남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반대로 정확한 철학적 의미를 전부 알지 못해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꽂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자꾸만 나의 삶에 대입해보는 대목이었다.


바로 ‘정신의 세 가지 변화’,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제목 그대로 차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랫동안 산속에서 홀로 지혜를 쌓은 차라투스트라는 어느 날 자신이 깨달은 것을 인간들에게 전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과 제자들을 만나 인간과 행복, 고독과 죽음, 삶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시 사람들을 떠나 고독 속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 책은 일반적인 소설처럼 선명한 사건이나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줄거리가 없다. 오히려 차라투스트라가 세상과 고독 사이를 오가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 방대한 여정 가운데 유독 나를 붙잡은 것이 정신의 세 가지 변화였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변화한다고 이야기한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등에 싣는다. 책임과 의무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견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의 많은 시간이 낙타의 시간과 닮아 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야 하며,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수많은 ‘해야 한다’를 등에 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게를 잘 견디는 것을 어른이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자가 나타난다. 사자는 자신에게 명령하던 거대한 ‘해야 한다’ 앞에서 ‘나는 원한다’고 선언한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었던 가치에 의문을 품고, 타인이 정해놓은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여기까지가 자유라고 생각했다. 싫은 것에 싫다고 말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거부하며 내 뜻대로 사는 것. 그런데 니체는 사자를 마지막에 두지 않는다. 그다음에 등장하는 존재는 더 강한 맹수도, 모든 진리를 깨달은 현자도 아닌 뜻밖에도 어린아이다.

 

어린아이는 부정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잊고, 놀고, 다시 시작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사자가 기존의 삶을 향해 “아니”라고 말하는 존재라면 어린아이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향해 다시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다.


이 대목에서 자유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자유란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상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이 만들어놓은 답을 지워낸 자리에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나만의 답을 만들어 넣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삶에는 이 세 존재가 차례대로 한 번씩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묵묵히 견뎌야 하는 낙타의 시간이 있고, 어느 순간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선언하는 사자의 순간이 있다. 그리고 과거에 붙잡혀 있는 대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린아이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내게 남은 가장 큰 질문은 거창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낙타인가, 사자인가, 어린아이인가.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이 세 존재 사이를 평생 오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때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가치가 어느 날 나를 짓누르는 짐이 되기도 하고, 그것을 벗어던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가 다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 순간과 마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장한다는 것은 무조건 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짊어질 줄 알고, 때로는 내려놓을 줄 알고, 마침내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방대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한 번의 독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다시 읽는다면 지금은 그냥 지나쳤던 문장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번 독서에서 하나를 가져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어제의 자신을 끊임없이 넘어가며 되어가는 존재라는 것.

 

어쩌면 그래서 니체가 마지막에 어린아이를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견디는 것도, 거부하는 것도 아닌, 그 모든 것 이후에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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