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못 내는 사람. 억울하면 눈물부터 나오는 사람. 이제 더는 참고 살 수 없다고 다짐한 사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믿고 함께 분노할 사람을 찾습니다. 당신을 노력형 분노 스터디 <까마귀 클럽>에 초대합니다.
이원석 소설가의 「까마귀 클럽」은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화를 내는 연습을 하는 동호회 이야기를 다룬다. 이 모임은 주인공과 워리, 프로틴, 별, 총 네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인공인 ‘지원’이 분노 스터디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달에 한 번씩 두 명이 서로에게 화를 내고, 그 모습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진정한 ‘화’의 모습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한다.
분노 스터디는 마침내 화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이곳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가 축하와 성공의 분위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모순적이게도 까마귀 클럽의 분노스터디는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할 때 연대가 지속된다. 표면적으로는 화를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실 그 내부를 파헤쳐보면 화를 내지 못하는 이들끼리의 (무언의) 이해와 연대가 핵심이다. 그러니 이들은 스터디를 가입할 때 개인 정보의 사실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믿는다. 아무도 이들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믿는다. 화를 내지 못한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은 서로가 진짜 화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보게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에서 오는 소외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화를 내지 못하기에 그에 따른 상처와 피해들을 드러내지 않아도 이들은 서로 이해하고 알 수 있다. 따라서 상처 주기 두려워 화를 누르고 그러다 그 분노가 자신을 찌르게 되는 사람들이 모여 화 내는 연습을 한다.
서로를 향한 진실한 마음이 동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화를 내지 못할 때다. 화를 내게 되는 순간, 그것은 이들이 느끼는 동질감, 비슷한 사람이라는 굴레 안에서 빠져나가 더 이상 같은 처지로 묶일 수 없다. 중간에 워리는 주인공 지원에게 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스터디에 나오는 이유는 ‘이와 같은 곳이 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들의 외로움, 표출되지 못한 감정과 싸워야했던 ‘혼자’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화를 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끼리의 이해,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목적으로 이 만남을 이어오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까마귀 클럽인가요?”
“까마귀 좋잖아요. 크게 소리 지르고 소리 지르면 사람들이 다 피하고.”
“아…….”
“그리고 화를 못 내는 게 참 그렇잖아요. 누구는 성격이 좋다고 하고, 누구는 성격이 참 이상하다고 하고. 까마귀도 그래요. 어디서는 길조고 어디서는 흉조고.”
화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매사에 느리고 임기응변에 약해 나서야 할 타이밍에 잘 나서지 못하는 사람. 때리면 맞고 맞으면 억지로 웃는 사람.’을 자신이라 칭한다. 그리고 운전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별은 도로 주행 감독을 하다가 실격된 사람에 의해 맞은 경험이 있다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화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생각과 걱정이 깊어서, 화를 낸 이후의 보복이 두려워서 화를 내지 못한다.
마침내 지원은 스터디에서 화를 낸다. 이곳의 사람들이 익숙하고 편안해진 것 같다고, 그래서 화를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자 돌연 별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거냐며 화를 낸다. 거친 욕을 뱉고 지원을 비난한다. 분노 스터디에서 분노가 표출되는 순간은 정작 그 분노를 유발하게 한 대상에게 닿지 않는다. 화를 내지 못하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닿는다. 그리고 별은 지원이 화를 낼 수 있게 된 이유로 자신이 만만해졌기 때문이라는 왜곡된 인지를 한다. 드러내야 하는 때를 놓친 분노는 이들의 안에서 억압되고 썩혀지다가 갑작스레 터져나온다. 또한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더 이상 화를 못 내지 않게 된다면 그 사람을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배려하고 걱정하는 말들은 분노에 방해가 되기에 ‘죄송해요, 감사해요, 괜찮으세요?’를 금지어로 정할만큼 화를 내고 싶었던 이들은, 정작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만다. 서로를 화나게 만든 일이 없는 사람들끼리 마주보고 화를 내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이러한 분노 스터디의 문제점이 별의 분노를 통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화를 내지 못해 만들어진 스터디라는 소재부터 이야기는 흥미롭다. 살아갈수록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그럴듯하게 행동하는 법만 늘어간다고 느낄 때, 혹은 화를 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바보같다고 느낄 때 이 소설은 독자에게 생각의 방향을 열어준다.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감정을 제 때 보이는 법을 잊은 현대인을 위한 소설, 이원석 소설가의 「까마귀 클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