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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림이 작품이 되는 기준 -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세상에 그림은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그림들이 다 작품은 아니다.

by 김규리 에디터
2026.09.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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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그림은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그림들이 다 작품은 아니다. 보기에 그리기 쉬워 보여서 이게 왜 작품이냐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그림도 있고, 작품인 줄 알았는데 아무런 가치가 없는 그림이기도 하다.

       

      '왜 어떤 그림은 작품이 되고 또 다른 그림은 작품이 되지 못하는 걸까?' 미술관이나 전시회장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궁금했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책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는 미술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시장의 원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많은 미술사 책에서 시대별로 주요한 의의를 가지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반면, 이 책은 그 작품이 왜 작품이 되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표1.jpg

       


      저자는 미술 작품이 3번 태어난다고 말한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 시장에서 두 번째, 그리고 컬렉션이 된 자리에서 세 번째.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미술도 경제의 한 부분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고고하고 우아하기만 한 미술이라는 단어와 경제라는 단어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이 꽃 피기 시작한 르네상스, 다양한 화풍이 탄생한 과거 서양 사회에서 탄생한 수많은 작품의 시작에도 누군가의 의뢰가 있었다는 사실.

       

      따라서 책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속에는 실제 미술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 미술 시장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한 용어들인데, 교양 차원에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용어들이기도 하다. 다양한 예시와 함께 제시되니 쉽게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미술 생태계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서울이 국제 미술계에서 뜨거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젊은 컬렉터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아직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 현장이 궁금해져서, 조금 더 서울 중심으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방문하던 삼청동을 마지막으로 간 것이 언제였더라? 공백이 생긴 시간만큼, 동네의 분위기도 많이 변한 모양이다.

       

      미술이 작품이 된다는 말은 어쩌면, 돈이 된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 돈이 된다고 전부 미술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되면서도 미술사적 가치를 가진 작품이 있다면 대중의 시선은 그 방향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관점을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거래의 규모가 커지면 덩달아 시장도 커지고, 시장이 커지면 미술계에도 훈훈한 바람이 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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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컬렉터가 작품의 가치를 더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 경매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컬렉터 본인의 안목이 감춰 있었던 작품의 가치를 표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하게 되는 스타 작가들도 있다고 하니, 컬렉팅의 영역 또한 분명 미술계에서 중요한 존재이다.

       

      여태까지는 단순히 감상의 차원에서 머물러 있었다면, 좀 더 넓고 큰 시각으로 작품을 발굴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시장이 선호하는 그림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미술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바라보며 그 흐름이 실제 개최되는 전시와는 또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연습이 밑거름이 된다면, 나도 작품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컬렉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그렇게 된다면, 세상에 그보다 멋진 소비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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