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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신내림도 반반 되나요 - 월남보살 [영화]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by 이다혜 에디터
2026.06.29 13:25

 

 

신병을 앓던 수연이 결국 내림굿을 받는다. 그런데, 찾아온 신이 베트남어를 하네?

    

수연은 한국-베트남 혼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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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기준이 뭔데?


 

내림굿 봐주던 무당조차 손을 놓았다. 다른 나라 신이 들린 이상 자기는 해줄 게 없다면서. 베트남으로 가서 베트남 신을 모셔야 한댄다. 하지만 갑자기 베트남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야, 수연은 국어, 한국사 1등급과 동시에 제2외국어 베트남어 9등급이니까. 한국에서 태어나 쭉 한국에서 자랐으니까. 고수도 못 먹는다. 신병 걸린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제는 핏줄 때문에 베트남 신을 받게 생겼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대로면 정말 베트남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더 지체하다간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당장 다음 날 비행기 타고 베트남으로 떠나 평생 거기서 정착하게 생긴 수연은 신내림이고 뭐고 일단 눈 앞엔 수능특강만 보이는 좁은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작전 회의를 한다. 차라리 베트남 신이 진짜 들리기 전에 셀프 내림굿을 하자는 것. 절대 안 된다는 챗지피티의 조언은 가볍게 무시하고 하나씩 굿판을 준비한다.

 

제사 음식은 마트에서 비슷한 과자와 젤리로, 장구와 태평소 반주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해서 무한재생. MZ 무당의 굿판이 시작된다. 신력을 시험하기 위한 '무구 찾기'에서 쓸 굿판용 부채는 현대식 부채, 손풍기로 대체한다. 그렇게 무구를 찾던 중 장군 신이 드디어 납신다. 장군 신을 모시겠다는 수연의 말에 일이 잘 풀리는가 싶더니 얼마 전 만난 베트남 신이 또 등장한다. 서로 수연의 진짜 뿌리는 자신의 나라이며, 수연이 자신을 모실 거라며 언성을 높이던 중, 수연은 폭발한다. 그만 좀 싸워! 수연의 선택은...

 

시간이 흘러 점집을 차린 수연은 이제 양쪽에서 들려오는 신의 속삭임을 듣고 한층 신빨이 강한 무당으로 거듭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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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지?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과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집단 혹은 그 현상 자체를 일컫는다. 디아스포라는 두 개 이상의 국가의 경계에서 늘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 그들이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지, 그 정서적 친밀도를 묻기 보다는 외양만 보고 혈통의 출처를 가늠하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에서 나고 자란 동양계 미국인을 보고 끝없이 네 '진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며 답답해하는 이들처럼. 이들의 2세, 3세 자녀들은 점차 선대의 본토를 경험하지조차 못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수연의 엄마가 베트남인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디아스포라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자식을 키우며 귀화하여 정착했지만 집에는 베트남식 불단이 있고, 기도를 올린다. 수연의 셀프 내림굿이 잘 진행되어 이제 장군 신을 받기만 하면 되는 타이밍에 베트남 신이 난입한 것도 그 이유다. 수연을 잘 보살펴 달라며 엄마가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자기도 모르게 탄식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수연이 한국인 신을 받으면 다 끝나는 일인데 갑자기 끼어들다니. 그게 마냥 잘못된 일인가 한다면, 결코 아니다.

 

수연은 두 신 모두 내쫓지 않는다. 초반에는 한국인인 자신에게 베트남 신이 들려 당황하고 억울했지만 막상 두 신을 동시에 보니 한 명을 내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그리고 그 하나가 한국인 신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던 이들에게 제3의 선택지가 보인다. 그래서 수연이 두 신을 모두 모시기로 다짐한 것이다. 자신이 처음 놀랐던 것은 베트남어도 못하는 자신에게 베트남 신이 찾아왔던 것일 뿐이지 베트남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수연을 찾아온 두 신이 사실은 수연의 부모님의 모습을 한 것도 그렇다. 무속신앙이나 가족애나 이성의 산물인 과학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고, 헤아릴 수 없다. 수연의 엄마는 한국에서 수연을 키우며 서툰 한국어로 수연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려 하며, 기도까지 올린다. 수연의 아빠는 베트남 이민까지 알아보며 수연의 신병을 해결하고자 한다. 누가 더 수연을 사랑하는지 우열을 가릴 때가 아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도 빠짐없이 수연의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가족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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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화를 모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우열을 가리지 않고 나의 일부로 녹여내는 것은 현대 다문화 사회에서의 방향점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국적, 뿌리, 혈통, 인종, 이민, 이주 등 그 수많은 요소들만으로 삶을 규정하지 않고 내가 선택하여 인생을 구성하는 것.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망고도, 참외도 둘 다 노랗고, 달다. 그렇지만 다르다. 그래서 하나만 고를 이유가 전혀 없다. 아무 문제 없다.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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