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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책보다 더 책같은 노래 - 자몽살구클럽 [음악]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by 윤희수 에디터
2026.06.05 12:10

 

 

솔직히, "자몽살구클럽"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소설이 아니었다.

    

글을 시작하며 고민했다. 한로로의 북 앨범 "자몽살구클럽"은 음악으로 봐야할까, 책으로 봐야 할까? 결국 어느 쪽이 더 와닿냐의 문제다.

 

책을 덮은 뒤에야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조금 이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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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몽살구클럽"


 

무채색이던 소하의 하굣길에 살짝 빛이 내리쬔 게시판에는 초대장이 하나 붙어있었다.

 

 

죽고 싶지만(힝ㅜㅜ) 실은 살구(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자몽살구클럽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함께합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 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을 갖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로 오세요.

 

 

이 새콤한 비밀 동아리, '자몽살구클럽'은 죽고 싶지만 실은 살고 싶은 중학생들의 모임이다. 그 모임에 속한 4명의 아이, 보현, 태수, 유민, 소하에게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20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딱히 한 달을 꽉 채운 것도 아니고 달이 차오르는 보름도 아닌 애매한 20일이라는 숫자.

 

"자몽살구클럽"은 꼭 그 20일 같다. 각자의 인물에게 해당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짧아만 보이는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지면과 꽉 짜인 단편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 방향성.

 

인물이 이제 막 생명력을 얻으려 하는 단계에서 이야기는 멈춰 선다. 완결된 책이 아니라 시놉시스, 혹은 작가의 인물 설정을 엿본 것만 같다. 이게 정말 끝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고 곧이어 부족한 느낌에 앨범을 재생한다.

 

같은 이름을 한, 한로로 세 번째 EP 앨범 "Jamong Salgu Club"의 첫 번째 곡.

 

 

[크기변환]album.jpg


 

 

앨범, "Jamong Salgu Club"


 

[내일에서 온 티켓]

 

소하가 발견했던 자몽살구클럽의 초대장을 읽어주는 한로로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앨범의 첫 노래는 책의 첫 장면이기도 하다.

 

 

차갑던 햇살

위태로운 눈물을 닦아주네

 

원래 이랬던가?

 

하루만 미뤄 내보는 다이빙

다친 맘을 고쳐낼 거야

 

- 내일에서 온 티켓, 한로로

 

 

노래 가사보다 긴 책의 장면에서는 소하가 동아리 들어가고, 부원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눈다. 그렇지만 거기서 소하는 무엇을 느꼈던가? 어떤 생각을 했던가?

 

차갑던 햇살이 안내해 주던 동아리 '자몽살구클럽'. 노래를 듣고 나서야 꼭꼭 감춰두었던 기대로 터질듯한 소하의 동아리 입부날이 떠오른다. 그날을 기점으로 하여 소하는 하루 더, 거창한 몇 년도 아닌 단지 하루 더 다이빙을 미뤄 내보기로 했음을.

 

책을 덮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도망]


그 순간의 체험은 앨범의 마지막 곡인 '도망'에서 더 선명해진다.

 

앨범의 첫 노래에서 "하루만 미뤄내 보는 다이빙"에 희망을 걸던 화자(소하)는 앨범의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끝없는 추락을 이야기한다. 아프지 않으리라는 작은 기대와 함께.


 

어린 개야

울음을 멈추고 알려줘


이대로 산다면 뭐가 되고 

죽으면 어느 부위가 남는 건지


끝없는 추락은 아프지 않단 걸 그녀도 알까요?

 

- 도망, 한로로

 

 

소하는 뛰쳐나간다. 책 속 소하는 그저 집 밖을 뛰쳐나갔지만 노래 속 소하는 어린 개가 짖는 어두컴컴한 밤길 속으로 뛰쳐나간다. 소하의 마지막 외침이 이러했을까.

 

얼마나 급하게 달렸을까. 얼마나 숨이 차올랐을까. 책 속 문장처럼 가사를 쓰는 한로로의 곡들은 그가 낸 책보다도 더 책과 가깝다. 멜로디와 목소리가 합쳐져 소설이 남겨둔 여백 위 실제의 그 장면을 구성한다.


책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노래로 장면을 곱씹고, 뮤비로 여운을 즐기는 것까지가 코스의 완성인 것.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앨범에 속한 각 수록곡이 소설의 어느 파트에 해당하는 곡인지를 찾는 것은 북 앨범의 큰 재미다. 유민과 태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용의자', '___에게', '시간을 달리네'와 보현이 부르는 것 같은 '갈림길'.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에서 다시금 소하가 주인공이 되는 '도망'까지.

 

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은 노래는 따로 있다.

 

바로 0+0. 부원 중 누가 누구에게 말했더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곡이다. 특정 장면이 떠오르기보다 책 전체의 내용이 스쳐 지나가는 노래.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영생과 영면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

멍든 발목을 꺾으려 해도 망설임 없이 태어나는 꿈


- 0+0, 한로로

 

 

너와 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한로로의 다른 곡들처럼 이 곡도 듣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아마 죽고 싶은 이유가 명확한, 살아갈 이유를 모르는 자몽살구클럽의 부원들이 아닐까.

 

죽고 싶은 이유를 없애는 것은 돌이켜보면 중학생이 하기에는 참 큰 약속이다. 실제로 그들은 끝까지 서로를 붙들지 못했다. 태수는 끝내 20일을 버티지 못했고, 소하의 마지막은 명확지 않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는 코코아를, 겨울에는 수박을 먹어도 혼나지 않는 이상향의 우리가 될 수 없더라도, 그렇게 함께 있어도 괜찮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영영 너의 곁에는 내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어딘가 슬프지만 단단하다.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버린 누군가가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난 널 버리지 않아."

 

어른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 서로에게 무거운 질문만을 던지던 아이들이 건네고 싶었던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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