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결혼과 출산, 자녀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한 아이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 같은데,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누구나 지나온 세상에서 아이도 똑같이 상처받고,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지 못한 채 혼자 불안을 견디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저마다 겪었던 외로움을 아이도 똑같이 겪는다면, 그 마음을 제때 알아봐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런 고민 속에서 유튜브 채널 <양홍원의 육아일기>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아빠 양홍원과 엄마 원현주가 딸 루아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담은 채널인데, 이 채널이 특별한 이유는 단 하나다. 육아를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서툴고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런 결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초반 영상 중 가족이 처음 함께 동물원에 놀러 간 에피소드다. 아빠 양홍원은 아이와 나들이할 때 뭘 챙겨야 하는지조차 잘 모른 채 그저 뒤를 따라다니고, 그 사이 엄마 원현주는 필요한 것들을 미리 챙기고 동물원 안에서도 오직 루아만 살피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한 사람은 뭘 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직은 같은 무게로 육아를 나눠 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런데도 그 어설픈 나들이 속에서 루아는 진짜 행복해 보인다. 부모가 완벽하게 준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과 함께 걷고 보고 웃어주는 두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야, 엄마 원현주는 챙겨온 모자를 뒤늦게 떠올린다. 아이 씌워주려고 미리 준비해온 모자였는데, 정작 필요한 순간엔 루아를 챙기는 데 정신이 팔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다 알고 제때 챙겨주진 못해도, 무엇이 부족했는지 깨닫고 다음엔 잊지 않으려는 마음. 어쩌면 부모가 되어간다는 건 그렇게 하나씩 뒤늦게 떠올리고 배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의 모자는 제때 햇볕을 가려주지 못했지만, 세 사람이 함께 흘린 땀과 나눈 웃음은 언젠가 루아의 삶을 지켜줄 더 큰 그늘로 남을 것이다.
물론 '처음이라 서툴다'는 말이 모든 걸 이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영상 속 양홍원의 흡연이나 반복되는 실수에 비판적인 반응이 따라붙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부모의 미숙함은 결국 아이가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몫이기 때문에 책임과 떼어놓고 볼 수 없고, 처음이라는 말은 잘못을 눈감아주는 핑계가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고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아빠 양홍원은 조금씩 달라진다. 아내에게 뭘 해야 하냐고 묻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는 딸과 아내에게 꽃으로 서툴게나마 마음을 표현하고, 아내가 지쳐 보이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움직인다.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아빠가 되는 기적은 없다. 다만 어제의 실수를 오늘은 조금 덜 반복하는 식으로, 아주 천천히 아빠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 옆에서 엄마 원현주는 아이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살핀다. 양홍원과 루아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녀 사이에 유대감이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쓴다. 그렇게 늘 단단해 보이던 엄마에게도, 결국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루아야, 울면 속이 시원해질거래
<하루 종일 울면서 육아하는 브이로그>에서 원현주는 밤샘 육아와 생리전증후군(PMS)으로 몸이 지친 상태에서, 부모의 바빠진 일정 탓에 유치원에서 조금 의기소침해진 듯한 루아를 걱정한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딸에게서 발견한 그는, 엄마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이의 작은 표정 위로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이는 그 순간은, 화면 너머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아직 아기임에도 불구한 루아가 매번 울음을 참아내는 것처럼 엄마 원현주도 루아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힘든 순간 눈물을 참아오고 있지 않았을까. 어쩐지 울음을 매번 장하게 참아오는 루아에게 했던 마링 다시 엄마에게 돌아오는 듯 했다.
부모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겪었던 상처만큼은 절대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겪는 어려움 앞에서 유독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가 아무리 애써도 아이가 살면서 겪을 모든 상처를 다 막아줄 수는 없다. 어쩌면 좋은 부모란 아이를 한 번도 아프지 않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채로 돌아온 아이를 혼자 견디게 두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엄마 원현주가 눈물을 흘릴 때, 아빠 양홍원은 성급하게 해결책부터 내놓지 않고 그저 묵묵히 아내의 감정을 받아준 뒤 대신 루아를 씻긴다. 별것 아닌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초반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건 분명한 변화다. 아내가 무너진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스스로 찾아 조용히 채워 넣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건 모든 걸 정확히 반씩 나누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 한 사람이 지쳤다면 다른 사람이 조금 더 움직이고, 한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엔 다른 사람이 잠시 그 자리를 받쳐주는 것. 중요한 건 이해하고 감당하는 몫이 언제나 한 사람에게만 쌓이지 않는 것, 그거 하나다.
이 채널을 보다 보면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지점이 있다. 화려한 자막도, 요란한 효과음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르고, 그 위로 세 사람의 일상이 별다른 꾸밈 없이 그대로 얹힌다. 자극적인 편집 대신 사람 자체를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런 연출의 중심에는 솔파스튜디오가 있다. 솔파스튜디오는 그동안 유튜브 채널 'ODG', '존이냐박이냐', 'Film94', 그리고 현재 가장 화제의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등의 제작을 맡으며 특유의 결을 보여줬는데, 공통적으로 화려한 기획이나 편집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보여주는 연출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채널은 육아를 다루는 여느 콘텐츠보다 더 사람 냄새가 짙다. 잘 짜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오래 붙잡아두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양홍원의 육아일기>는 완벽한 육아의 정답을 알려주는 채널이 아니다. 여전히 부족한 순간들, 불편한 장면들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되어가는 진짜 과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루아가 세상을 배우는 동안 아빠 양홍원은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엄마 원현주는 딸을 통해 자신의 오래된 불안과 마주한다. 아이만 자라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자란다.
한 아이를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가족을 지켜보면, 좋은 부모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어제보다 조금 나은 선택을 하려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의 모든 상처를 막아주진 못해도, 그 순간을 혼자 견디게 두지 않는 사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원현주 사랑해, 양루아 사랑해, 양홍원 OO해
이 채널의 댓글창에는 오늘도 위와 같은 형식을 지킨 말들이 쌓인다. 사랑한다는 말, 응원한다는 말이 이름 하나하나에 따라붙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채널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처음부터 아이 하나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중심에 두되, 그 아이를 함께 키워가는 엄마라는 역할과 아빠라는 역할이 각자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세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는 부모를 보며 자라고, 부모는 아이를 보며 자라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다시 그 세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엄마 원현주, 아빠 양홍원, 그리고 딸 루아.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처음을 살아내고 있는 세 사람이 앞으로 더 보여줄 서툴러도 사랑해나가는 모습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