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예전부터 5월을 참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는 각종 축제와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달이어서 좋았다. 최근에는 조금 더 작고, 마음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에 눈이 간다.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의 귀여움, 이유 없이 오르는 행복 지수 등 이 시기에만 느껴지는 것들을 놓칠세라 한껏 만끽한다. 해가 지날수록 그 계절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달라짐이 신기하다.
5월은 사랑을 나누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꽃 가게 앞은 카네이션으로 가득하고, 마트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품에는 커다란 장난감이 하나씩 안겨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결혼 소식에서도 사람들이 이 계절을 대하는 방식을 알 수 있었다. 가정의 달이자, 사랑의 달인 5월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5월에 어울리는 아끼는 사랑 노래 3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 뮤지컬 ‘줄리 앤 폴’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유난히 예뻐 보이는 거리의 풍경,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내일이 기다려지는 마음.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그 들뜬 기분은 오래도록 아끼고 싶은 감정이다. 이 곡은 딱 이러한 사랑에 빠진 기분을 그대로 표현해낸다.
"저 높은 햇살보다 찬란한
당신의 두 눈 속에 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할 수 있도록"
넘버 ‘사랑한다면 그들처럼’은 자석 심장을 가진 줄리와 철의 손을 가진 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부르는 노래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이렇게 순수하고 귀여운 곡이 있을까',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상대방이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 함께 꿈을 꾸자는 약속은 거창한 사랑 고백은 아닐 수 있지만 그 순수한 마음이 진정한 울림을 주는 법이다.
직접 본 적이 없는 극의 넘버를 듣다 보면, 머릿속으로 장면이 상상되곤 한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가사 그대로 반짝이는 눈을 하고 춤을 추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 무대 위에는 싱그러움만이 가득했다.
"언젠가 힘이 들고 지칠 때
언제 나의 손을 잡아요
그대에게 주고픈 내 약속은
언제나 사랑뿐"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동화 같은 분위기, 통통 튀는 멜로디와 아름다운 현악의 선율이 밝고 희망찬 가사와 더해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든다. 어쩌면 이 곡이 5월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초록 – 뮤지컬 ‘초록’
꽃이 지고 잎이 날 시기인 5월의 봄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점점 여름이 가까워지며 주변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드는 시기. 제목부터 ‘초록’인 이 곡은 5월의 푸르름과 잘 어울린다.
‘초록’이라는 단어는 주로 긍정의 의미로 여겨진다. 출발의 신호, 만물의 생장, 치유 등. 이러한 이미지들이 5월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만 푸른가
아니 겨울에도 푸르지
눈보라치는 날도 초록으로 있지"
넘버 ‘초록’은 초록색 눈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인물인 토마에게 유희가 세상의 초록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일러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곡이다.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현악기의 사운드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평생을 재앙으로만 여겨왔던 자신의 초록을 달리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런 초록이 사시사철 푸르게 있음에 기뻐하는 이에게 어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사랑을 열정, 친밀감, 헌신 이렇게 세 요소로 나누기도 한다. 이 중 ‘헌신’은, 상대방의 곁에 머물며 서로를 응원해주고 함께 나아가려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 ‘초록’의 가사에서는 이러한 헌신적인 사랑이 잘 느껴진다.
"혹시 세상 초록이 네게 기쁨이 되는지
그럼 너의 질문에 끄덕이며 난 웃네"
내가 마음에 안드는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콩닥콩닥, 콩콩콩콩 –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2분 48초~ 4분 12초)
제목에서부터 발랄함이 느껴지는 이 넘버는, 극 중 인물인 현재의 호프와 과거의 호프가 피난길인 줄도 모른 채 그저 엄마와의 여행에 들떠 있던 어린 시절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부르는 곡이다. 엄마와 함께 걷는 아이의 해맑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비가 온대도 천둥이 친대도 난 좋아
내 옆엔 엄마가 엄마 옆엔 내가 있잖아"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던 시절, 엄마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던 아이와, 그런 아이의 옆에서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는 엄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에게도 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으리라.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사랑과 존중이라면, 아이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아이에게도 엄마는 조건 이전의 존재이다. 즉,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기 때문에 나도 엄마를 사랑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엄마라는 존재 자체로 아이에겐 크나큰 행복이 된다.
"엄마는 호프의 우산,
호프는 엄마의 보물"
통통 튀는 아이(호프)의 천진함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울고 웃었던 순수함과 엄마의 손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호프를 바라보는 현재의 호프에게서 아련함과 과거 호프의 생기가 더해져 어떤 온기가 느껴진다.
가족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가 정말 많지만, 어린이날이 있기도 하고 5월의 들뜬 봄날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곡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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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계절에 어울리는 사랑이 있다면, 5월은 모든 종류의 사랑이 넘쳐 흐르는 달이 아닐까. 가족과 친구, 동료, 연인 등, 우리는 5월을 핑계 삼아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를 건넨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이 계절이 평안히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