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릿을 주고 받는 지금의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발렌타인 데이의 시작은 결혼 금지령이 내려진 로마 제국이었다. 당시 성 발렌티누스는 서로 사랑함에도 결혼하지 못하는 연인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황제의 눈을 피해 몰래 결혼을 집행했다고 한다. 연인들의 사랑을 지켜주던 그의 순교일에서 비롯된 2월 14일이 시간이 흘러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기념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필자는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은 챙기지 않아도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초콜릿만큼이나 마음을 녹여주는 노래를 듣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Valentine’이라는 같은 제목을 가졌지만, 각기 다른 사랑의 발렌타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 네 곡의 노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Valentine - Laufey
첫 번째로 소개할 곡은, 듣고 있으면 자동으로 마음이 설레 오는 Laufey(레이베이)의 Valentine이다. 마치 보사노바와 재즈를 녹여낸 듯한 그녀의 발렌타인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What if he’s the only one I’ll ever miss?
Maybe I should run, I’m only twenty-one
I don’t even know who I want to become’
떨리는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귀여운 고백은 아직은 조금 추운 공기를 다정하게 감싸 안는 듯도 하다. 마치 갓 구운 쿠키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원곡만큼이나 Laufey의 목소리를 감성 있게 들을 수 있는 어쿠스틱 버전도 참 매력적이다. 수줍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는 발렌타인 데이. 다시금 사랑에 빠진 그 처음의 느낌을 떠올리기에는 이만한 곡이 없기에, 발렌타인 데이에 꼭 들어보기를!
Valentine – Suki Waterhouse
Suki Waterhouse(수키 워터하우스)의 목소리는 마치 먼지 쌓인 조그만 다락방 속에서 건네는 고백 같다. 무심한 기타 소리와 ‘Won’t you be my valentine?’ 이라 물어오는 그녀의 나른한 음색이 어우러진 이 곡은 약간은 처연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노래가 아닐까.
밝은 에너지만이 사랑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달기만 한 초콜릿이 당신의 머리를 아파오게 한다면. 너무 가볍지 않게,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 들고 싶을 때 이 노래를 추천한다.
Valentine - 5 Seconds of Summer
5 Seconds of Summer(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의 Valentine은 조금 더 도발적이다. 도입부에서부터 귀를 사로잡는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중독성 있는 비트는,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스스럼 없이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5SOS의 발렌타인은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이 아니라, 독한 술이 섞인 어른의 맛을 떠오르게 한다. 매력적인 목소리들이 얽혀 발렌타인을 노래하는 이 곡의 분위기는 가사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달콤하기만한 발렌타인 데이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솔직하고 과감한, 살짝은 다른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면 꺼내 듣기 좋은 곡이다.
Valentine - Orion Sun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Orion Sun(오리온 선)의 Valentine이다. 이 곡은 로맨틱한 기념일, 그 이면에 숨은 성 발렌티누스의 이야기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남긴다.
지독하게 어긋난 타이밍. 그 속에서 가장 고독하고 슬픈 발렌타인을 노래하는 Orion Sun 특유의 보컬은 누군가에게 미처 닿지 못한 마음을 잔잔히 위로한다. 쓸쓸함을 감추지 않는 담담한 가사와 나른한 선율의 조화로움은 우리가 다크 초콜릿을 사랑하는 이유와 닮아있다.
사랑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기에 쌉싸름한 뒷맛까지 오롯이 껴안아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애틋한 발렌타인을 원한다면 Orion Sun의 발렌타인과 함께 해보자.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일지라도, 어떤 분위기에서 보내느냐에 따라 그날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주 달콤한 초콜릿처럼 혹은, 진한 여운을 남기는 커피 한 잔처럼.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 이 Valentine들이 당신의 발렌타인에 풍미를 더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