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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왕 크니까 왕 재밌다 - 페르난도 보테로展

양감의 미학이라는 게 있다고요?

by 이도형 에디터
2026.05.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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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친구로부터 미션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위해 수고스러울 수 있는 행동을 한 달에 한 번 수행하는 미션이었다.

 

내가 맡은 미션은 ‘1분 이상 하늘 보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에는 버스에서 내린 후 직장까지 약 5분간 걷는 구간이 있다. 항상 땅을 보며 경사면을 힘겨워하기 바빴는데 며칠 전 출근길은 달랐다.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하늘을 보며 걸으니 파란 색감에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강한 햇빛이 동공을 때려 따뜻한 날씨가 더욱 강하게 체감됐다. 이처럼 같은 길이라도 어떻게, 무엇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볼륨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화가로서 그의 작품에선느 커다랗고 확실한 볼륨을 느낄 수 있다. 풍만한 모나리자가 그려진 그림을 본 적 있는가. 보테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해 뚱뚱한 비만 모나리자를 선보였다. 모나리자 뿐만 아니라 교황, 광대, 투우사 등 성별과 직업에 상관없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푸짐한 외모를 지녔다. 보테리즘은 그야 말로 ‘볼륨의 미학’의 다른 말이다.


또한 그는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대표 작가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고향과 삶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나의 뿌리는 콜롬비아다. 그곳의 풍요로운 자연과 사랑, 음악, 정치, 그리고 그 역사를 형성해 온 권력의 구조 안에 있다. 나는 절대적으로 내 조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전시회에서 소개된 보테르의 생전 명언이다. 앞선 말처럼 보테르가 남긴 그림에는 골목길, 투우, 교회 등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생활 모습이 담겨져 있다.


현재 예술의 전달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 전시회는 회화 작품과 함께 다양한 조각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보테르의 회화 작품들 속 고양이와 강아지는 통통한 풍채를 자랑하지만, 같은 주제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은 빵빵함이 더욱 와닿는다. 작품을 계속 보다 보니 회화, 조각, 드로잉 구분할 것 없이 볼륨을 절대 놓지 않는 보테르의 소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의 신념은 전시회 내 영상과 작품 해설판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에서 양감은 관능이라는 특정한 개념과 맞닿아 있다. 나는 회화가 관대하고, 감각적이고, 육감적이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예술은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삶에 대한 끊임없는 찬미이자, 어려움으로 벗어나게 하는 오아시스여야 한다.” 보테르에게 예술이란 삶의 굴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해줘야 하는 존재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 양감(볼륨)을 추구한 것이다.


빵빵한 작품들의 연속에 친구와 함께 킥킥대며 전시를 보기 바빴다. 전시 막바지에 다다렀지만 여전히 작품 속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내기보다 귀여운 부분, 우스꽝스러운 부분만 눈에 들어왔다. 전시회를 대하는 가벼운 내 태도가 아쉬운 것도 잠시였다. 그의 예술적 신조에 따르면 나는 꽤 바람직하게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을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이다.


‘이게 이렇게까지 동글동글할 일이야?’로 시작한 놀라움은 작품을 둘러싼 코믹한 분위기에 압도되기 시작한다. 특히 양감만큼이나 또렷하게 다가오는 작품 색감이 눈을 계속해서 즐겁게 만들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보자마자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또는 최근 예술이 다 거기서 거기 같이 느껴졌다면, 이 전시회를 추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 생활 풍경을 볼륨이라는 특색 있는 표현으로 비틀어 다른 시선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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