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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세계를 꿈꾸는 순간, 가장 한국적인 것을 택했다. [공연]

'몽유도원'이 보여준 K-뮤지컬의 새로운 방향

by 송민주 에디터
2026.05.12 13:13

 

 

무대 위에는 화려한 서양식 궁전 대신 흑과 백으로 표현된 먹빛의 여백이 남는다. 배우들과 앙상블의 움직임은 마치 동양화 속 붓질처럼 이어지고, 조명은 무대를 하나의 수묵화처럼 물들인다.

 

최근 막을 내린 창작뮤지컬 '몽유도원'은 단순히 새로운 대극장 창작뮤지컬 한 편의 등장을 넘어, 지금 한국 뮤지컬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동양화의 미감을 무대 위에 구현하며, 여백과 정서를 중심에 둔다. 한때 화려하고 희망 찬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던 한국 창작뮤지컬 시장은 왜 다시 ‘한국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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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창작뮤지컬은 오랫동안 서구 뮤지컬 문법을 기준 삼아 성장해왔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회전무대, 대형 군무, 강렬하고 압도적인 넘버와 같은 브로드웨이식 형식은 대극장 뮤지컬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졌다.

 

'프랑켄슈타인', '웃는 남자', '벤허' 같은 작품들 역시 유럽 서사를 기반으로 거대한 스케일과 드라마를 구축했다. 물론 이 작품들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산업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한계 역시 존재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몽유도원'은 조금 다른 방향을 택한다. 이 작품은 서구 판타지나 유럽 고전을 차용하기보다 한국 설화와 동양적 미학을 무대 언어의 중심에 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전통 소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과거의 유물처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번역하려 한다는 데 있다.

 

최근 한국 공연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전통 음악과 현대적인 사운드를 결합하거나,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고 열풍이라기보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우리만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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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한국적인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세계 시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브로드웨이를 닮아야 세계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오히려 '그 나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K-팝이 한국어 가사와 한국적 감성을 유지한 채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고, 한국 드라마가 특유의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로 주목받은 것처럼 말이다. 결국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고유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몽유도원'은 K-뮤지컬 산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작품은 수묵화적 무대와 여백의 미, 설화적 상상력을 통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공연 언어로 풀어내려 한다. 특히 무대미술과 영상, 조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동양화를 완성하는 붓처럼 기능한다.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시에, 한국적인 미감 자체를 체험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다. ‘한국적 요소’가 단순한 장식처럼 소비될 위험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복이나 국악을 몇 가지 배치한다고 해서 작품이 곧바로 한국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외형적 전통의 나열이 아니라, 한국만의 감각과 정서를 얼마나 동시대적으로 해석해낼 수 있는가에 있다.

 

그 점에서 '몽유도원'은 아직 하나의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흥미로운 질문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지금 한국 창작뮤지컬은 더 이상 브로드웨이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순간, 역설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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