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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평일 점심시간, 오랜만에 삼각지역 근처에 있는 유명 카페를 찾았다. 보통 이 시간대의 카페는 점심을 마친 직장인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날 내가 본 풍경은 조금 달랐다.

   

한 테이블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각자의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고, 또 옆자리의 테이블을 둘러보니 한 사람은 다이어리 정리를, 또 다른 사람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하는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며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공간에는 무언가를 함께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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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러한 모습을 설명하는 단어로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 혹은 한국에서 말하는 ‘각자 할 일 하는 모임’, 줄여서 ‘각할모’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바디 더블링’은 물리적 혹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 자기 일을 수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같은 카페에서 각자의 과제를 하거나, 화상회의 플랫폼을 켜 둔 채 서로 말없이 공부하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같은 공간에 머무르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러한 방식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현대인의 일하는 방식과 인간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과 SNS로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기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혼자 있을 때 쉽게 집중력을 잃는다. 동시에 타인과 오랜 시간 소통하거나 협업하는 것 역시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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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더블링’은 바로 이 두 극단 사이에 등장한 절충적 방식이다.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은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디 더블링’ 현상을 단순히 효율적인 업무 수행 방식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 풍경은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또 다른 고립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각자 할 일에 몰두한다.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깊이 연결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시대다. ‘바디 더블링’은 그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관계 방식일지도 모른다. 함께 있지만 간섭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지만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


카페에서 마주한 그 풍경은 어쩌면 현대인이 선택한 새로운 협력의 방식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서로의 세계를 지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Unsplash 및 직접 촬영

 

 

 

송민주 에디터 태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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