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단정한 일상에 로망이 있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책상 위, 반듯하게 정렬된 책장과 규칙적인 루틴. 그 정갈한 공기 속에 무심한 듯 놓인 다기 세트에서 찻물이 쪼로록 떨어지는 소리. 나열하고 보면 그리 거창할 것도 없다. 지금의 생활 습관을 아주 조금만 비틀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이다. 하지만 우린 늘 '너무 바쁘고 지치다'는 말 뒤로 숨으며, 사소한 질서들을 외면하곤 한다.
소원 작가의 에세이 시리즈 <오늘의 기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1편부터 3편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기분 좋은 생활을 위한 산뜻한 일상의 질서들'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어쩌면 우리가 무겁게만 짊어지고 있던 삶의 짐들이 사실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삶의 목적이라는 것이 거창한 곳에 있지 않음을 고요한 문체로 일러준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지럽게 뒤엉켜 있던 마음이 어느새 꿈꾸던 단정한 방처럼 정돈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기본이란 무엇일까요? 나를 나답게 지켜주는, 어느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벗 삼을 수 있는 견실한 토대입니다. (<오늘의 기본 1>, p. 13)
작가가 말하는 '나다움'의 핵심은 행하는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기록한 일상의 기본은 단순한 살림의 기술이나 공간을 가꾸는 요령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해 널리 알리는 스피커의 역할까지, 일상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확장되지만 결국 그 중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질서와 안정, 그리고 먼지같은 가벼운 귀찮음을 기꺼이 수용하는 마음이다.
퇴근 후,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은 미적지근한 무거움을 이겨내는 법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문을 열고 돌아왔을 때, 분주했던 과거의 파편이 그대로 남은 어지러운 방 대신 반듯하게 정리된 침실을 마주하는 것. 그 순간 우리는 무사히 하루를 살아낸 자신에게 비로소 진심 어린 격려를 건넬 수 있다. 찰나의 안도감을 위해 우리는 아주 약간의 귀찮음을 '질서'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감수해 보자는 것이다.
무기력과 좌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회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사랑은 곧 나를 경영하는 예술이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내 존재를 정성껏 운영하는 경영 전략과 같다. 햇볕에 바삭하게 마른 수건을 개킬 때 느껴지는 온기와 냄새, 그 속에서 솟아오르는 잔잔한 고양감.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나의 지금을 기록하는 필름이 되고, 훗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수장고를 채우는 예술 작품이 된다.
삶의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존재하면 확실한 위안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물건'이야 말로 그러한, 일상 곁에서 얻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위로입니다. (<오늘의 기본1>, p. 221)
누군가의 성실한 토대가 기록된 이 소록집(小錄集)을 읽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 속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단편적인 일상으로 일구어낸 정교한 자수를 감상하는 일과 같다. 돈과 성취만이 유일한 정답이라 외치는 세상, 그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는 이들에게 온갖 라벨을 붙여 내리까는 사회에서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온전한 나의 24시간 속에 흐르는 감정, 그 감정을 빚어내기 위한 바람직한 균형과 그를 유지하려는 다정한 애씀이다.
기본은 결국 개인이 스스로 구축한 철학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삶의 높고 낮은 기복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조금 더 기쁘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기록하고 실천할 수 있다. 분노가 치밀고 모든 것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오늘의 기본>이 내게 준 가르침은 명확했다. 나의 불완전함과 삶의 틈을 인전하되, 그 틈 사이로 볕이 들 수 있도록 햇빛과 바람의 통로를 부지런히 만들어두자는 것.
그늘 속에서도 식물은 번식을 위해, 누군가의 눈길을 끌고자 제 나름의 방식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삶이 그저 버티는 일의 연속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소중한 것은 온화한 마음으로' 대하며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휘두르지 않는 단단한 역사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
거창한 선언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의 질서를 지켜낸 자신 앞에서 조용히 다짐해 본다. 이 아름다운 연결과 문장들을 내 삶의 토대로 삼아, 나만의 24시간을 가장 나다운 예술작품으로 가꾸어 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