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도서/문학]

복수심은 딱히 없습니다만,
글 입력 2024.04.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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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작년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원래 계획한 루트로는, 4분 뒤 도착하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 집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계획한 일 그대로 실천 못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는, 역시나 요금 게이트가 아닌 웬 중고서점을 향하고 있었다. 만약 하루 계획표를 그리라는 과제가 있다면, ‘독서’를 적어 놓은 부채꼴은 절대 없을 거면서. 그래도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안락함과 고요함, 그리고 무언가 훌륭한 발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뿌듯함에 취하며 들어갔다.


하도 핸드폰으로만 글씨를 봐서 그런지, 눈앞에 실제로 펼쳐져 있는 책등의 글자들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무조건 들르는 단골 코너, ‘에세이’, ‘문화/예술’, ‘음반/DVD’를 쭉 돌아보며 여러 책등과 눈을 마주치던 순간, 한 제목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딱히 복수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궁서체 마냥 진지한 글꼴과 군더더기 없는 한방이 나에게 먹힌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만 가지고 있으면 미래의 나를 잘 다스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조용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로 손을 뻗어 책을 꺼내, 스포 당하지 않도록 종이를 휘리릭 대충 넘겨보고 바로 계산대로 직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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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했으니, 열심히 읽을 일만 남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바로 읽고 싶지가 않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지금 말고 잊을만하면 갑자기 눈에 띄어, 그 물건에 관한 서사가 펼쳐지면서 추억에 잠기는 순간. 나에게 이것이 그러했고, 마침내 ‘잊을만하면’의 순간이 이번에 다가와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주제는 크게 ‘인간관계, 성공, 마인드셋, 인생, 처세’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마다 소제목과 함께 인생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문단, 나의 이야기인가 싶은 생활 속 예시, 머릿속에 자주 떠다니는 잡생각까지 모두 들어있는, 만능 해결책이었다.

 

 

상대방의 삶을 시기질투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러워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잘 배운 사람들은 상대방의 삶을 존중하되, 상대방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간다. (···) 기준을 남이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 두고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기에 자존감이 높고 여유롭다. (p. 36)

 

 

‘남과 비교하지 말자. 내 할 일을 하자.’ 항상 되뇌는 말이지만, SNS 속 성공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반대로 내가 그 사람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살 수 있는가? 그건 또 아니다. 이 책에서도 설명하듯이, 본인의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 대해 배우되, 나에게도 똑같이 남의 삶을 적용하고 따라가려는 태도는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책을 사든, 강의를 듣든, 업무와 관련된 스터디에 참여를 하든, 다양한 취미를 배우든 자신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 하루 밤 술값으로는 10만원도 잘 쓰면서, 10만원하는 강의가 너무 비싸다고, 아깝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서 그 사람의 발전은 끝이다. (···) 현재 당신이 쌓고 있는 것들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P. 103)

 

 

요즘 내가 투자하고 있는 자기계발은 베이스 레슨이다. 작년부터 베이스 매력에 빠져, 음악 속에 숨어있는 베이스 소리를 찾아다녔다. 배워야지 배워야지 말로만 하다가 한 달 전부터 학원 등록하여 기초부터 차근차근 연습했고, 얼마 전에는 완곡에 성공했다. 취미라기에 꽤 많은 비용이 나가서 고민했던 과거가 아까울 정도로, 연습하는 동안 잡생각도 없어지고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에 성취감도 드는 최적의 자기계발이었다. 역시 자기계발을 위한 소비는 다른 어떠한 소비보다도 값진 것 같다.


이처럼 현재의 나를 스스로 평가해보고 고민해보며, 나름의 위안을 건네주는 말들이 책에 가득 실려 있었다. 그리고 글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은, 책 제목에 나와 있는 복수의 대상이 꼭 상대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즉, 스스로를 비판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본인’에게 더 나은 삶으로 복수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즉흥으로 들어간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오랫동안 묵혀두다가, 다시금 꺼내 들은 이 책은 요즘의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었다. 아직도 적용해야 할 인생의 조언들이 넘쳐나지만 또다시 잊을만하면 이 책을 펼쳐, 쓸데없고 부정적인 마인드에 대해 복수를 날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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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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