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여기서 글 쓰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글 입력 2024.05.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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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필진의 글을 눈여겨 볼 심리적 여유가 적었다. 물론 멋진 글들이 많으니 읽으면 신기하고 즐거웠지만, 당장은 내 글을 쓰고 올리기에 급급했다. 컬쳐리스트로 활동한 이후로 좀 더 심리적 여유가 생겨났다. 이때쯤 이름이 눈에 익은 필진들이 생겼으며 그들의 새 글이면 연재물 챙겨 읽듯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평소에 어떤 생각하고 지낼까? 호기심이 일었으나 프로젝트 당신 등의 기회를 활용해 직접 일대일로 만나기에는 숫기가 없었다.


궁금한 필진이 생기면 만나고 싶은 마음을 미루지 말고 만남을 신청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 후 두 번의 티타임을 가졌고, 나는 티타임 신청을 했던 당시 가장 최근에 궁금해진 필진 한 분, 오래전부터 궁금했었던 필진 한 분을 각각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호기심은 오고가는 말 속에 자연히 해소되었고 옛 질문이 답으로 채워진 만큼 또 새로운 질문들이 생겼다. 내가 그 분들을 분석하는 만큼 나 또한 흥미로운 분석을 받고는 했다. 이처럼 새로운 만남이 주는 자극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통찰을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신선하고 뿌듯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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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표현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당시 내 반응은 “제가요?”였지만 지금은 왜 그런 분석을 들었는지 납득이 간다. 글을 올리기 시작한 후로 내 글에 달린 댓글로 독자들의 감상을 들을 때면 세상 사는 일이 새록새록해졌다. 표현 뒤의 마음. 글자 뒤의 성격. 글 한 편 나오게 한, 내가 품은 사랑에 대하여. 이게 무슨 일이야. 간파당하는 일이 기분 좋을 때도 있다니.


신기했다. 나에 대해 드러낼수록 약점도 늘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번민과 퇴고 끝에도 지우지 않고, 글의 요구에 따라 내보인 나의 약한 부분, 아픈 부분은 외려 내 형체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었다. 강점이든, 약점이든, 내 개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수록 허물어졌던 부분이 다시 골조를 세워갔다. 뭔가를 내보이려면 그건 쓰는 사람이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안에서 한번 받아들여진 것을 글로 써서 밖에 보여줄 수 있다.


감상 전달을 넘어 피드백의 즐거움을 정기적으로 누렸던 때는 지인의 소개로 한 글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우리는 한 주는 지정 도서를 읽고 독서토론을 했고, 다른 한 주는 독서토론에서 뽑아낸 키워드로 글을 올리고 서로의 글을 피드백해주었다. 2주에 한번씩 피드백의 날이 돌아올 때면 내가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올릴 때면 바다 위에 유리병 편지를 띄우는 마음이었는데-물론 이것도 내게는 매우 소중한 마음이다-, 글방에서는 내가 다른 회원의 글을 피드백하는 것 만큼이나 다른 회원들이 내 글을 읽고 피드백해주는 일이 약속되어 있었다. 내 글이 자기를 소개하면 인사를 듣게 되어 있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내게 글쓰기 피드백이란 표현과 전달의 품앗이인 셈이다.


만드는 것만으로 모든 만족이 채워졌다면 창작차들은 구태여 자기 작업물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무반응 혹은 날선 비판에 펜을 꺾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걸. 내 소중한 알맹이를 다시 보기 힘들어하게 될지도 모르는걸. 하지만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고, 그걸 바탕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살 맛이 안 나는 거다. 글방 참여 기간 동안 피드백을 나누며 그런 것들을 느꼈다.


글방 다음 기수에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과 겹쳐 이 설렘을 못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아트인사이트에서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인원을 모집한다니 신청을 할 수밖에… 더군다나 이번엔 가까운 지역 위주로 모임이 짜인다고 했고, 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조건이라면 일상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좋은 활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가까운 지역에 사는 필자들이 모이는 것이니 좋은 동네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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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필진들의 오프라인 만남이 이뤄지는 ‘아트인사이트 데이’나 ‘프로젝트 당신 인터뷰(티타임)’는 모두 일일 만남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4개월 간 피드백을 주고 받을 분들은 어떤 분일지 몹시 궁금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만남 전에 만들어진 단톡방에서 우리는 각자 최신글과 자기 마음에 드는 글, 이렇게 총 두 편의 글을 올리고 그것을 읽어 오기로 했다. 모임원은 모두 셋으로, 한 번의 만남에 여섯 편의 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총 네 번의 모임을 거치는 동안 나와 J님, M님은 당시 아트인사이트에서 열린 공통 주제 글쓰기에 같이 참여하여 그 글을 피드백한다던가, 어떤 날은 모두 문화초대 리뷰 글을 가져와본다던가 하며 여러 시도를 꾀했다. 다른 팀의 진행담을 듣고 우리 팀의 피드백 대화 특성을 돌아보기도 했다. 나중에 알기로 팀원들을 선정한 대표님이 되도록 비슷한 성향끼리 팀을 구성하셨다고. 그래서인지 우리의 피드백 모임은 둥글게 둥글게 이뤄졌다. 다른 팀의 얘기를 듣고 보니 글에서 아쉬운 점을 들며 비판하는 일이 상당히 적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을 읽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점에 대한 논의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상대방 글의 긍정적인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족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이는 다른 두 팀원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딱히 누군가의 눈치를 봐서 좋은 말만 한 게 아니라, 다들 그런 성격인 것 같았다. 누군가의 특성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없이 받아들이기와 거리두기를 비등한 수준으로 행하되 눈에 들어오는 좋은 점이 있으면 기회가 있을 때 호의를 담아 언급하는 성격. 난 이것을 일종의 ‘너는 너, 나는 나’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태도가 자율적이고 상호존중에 기반을 두고 있는 쪽으로 발전한 것이 우리의 성정에 있어 비슷한 점이라고 느꼈다.


몇 가지 키워드로 이 두 사람을 유형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일상 속 모습들과 글의 어떤 지점이 결부되어 감상이 더 깊어지거나 기억에 더 남는 일 또한 막아둘 일은 아닌 것 같다. 네 번의 모임을 통해 그들의 글에 대해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수영을 즐기는 M님의 글에는 기분 좋고 청량한 물그림자 같은 것이 있다. 수영에서는 물을 잡는다는 말이 있던데, 잠시 나의 짧은 지식을 읊자면 물을 잘 잡으면 훨씬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내게 그의 글은 그렇게 다가왔다. 이 문장을 쓰려면 분명 고생스러웠을 것 같은데 무리함이나 힘겨움이 잘 느껴지지 않고 이 분 특유의 수월한 운용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감상이 들 때마다 그의 글 특유의 맑은 매력을 새삼 인지한다. 인용문과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잘 쓰는 점 또한 M님의 강점이다.


락 음악을 좋아하는 J님의 글에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우선 해외생활 경험이 글에 보일 때, 그것이 내게는 아직 없는 소재이기에 다소 부러워진다. 무심한 듯 힙한 멋을 두르고 있는 J님의 글에는 종종 디자인적인 매력이 묻어난다. 그의 글에는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러운 구획화가 종종 두드러질 때가 있다. 글 속에서 다른 콘텐츠를 언급할 때 그 콘텐츠의 줄거리를 핵심만 콕 집어 요약하는 그 능력은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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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지막 모임 날, 그 전 모임에서 말한대로 서로에게 어울릴 것 같은 책을 선물했다. 그 사람의 글을 읽다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고른 책들이다. 현재 나는 그렇게 받은 두 권의 선물 중에서 국내 작가의 책을 먼저 골라 읽는 중이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 과정을 통해 받게 된 책인지라 퍽 소중해서 평소보다 예쁘고 단정하게 밑줄을 치며 읽고 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는 마음부터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의 참여와 진행, 그 소감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되돌아보았다. 다음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에도 참여하기로 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피드백 모임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몹시 기대가 된다. 이 기분 좋은 설렘, 글을 두고 소통하는 기쁨을 더 많은 분들이 누리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신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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